알뜰폰사업자들이 이른바 '메뚜기족'을 잡아두기 위한 출혈 마케팅에 몸살을 앓고 있다. 이동통신3사처럼 고객을 일정 기간 묶어둘 수 없는데다, 우후죽순 등장한 '0원' 마케팅이 제살을 깎아먹고 있는 것이다. 사진은 지난 2월 세계 최대 이동통신 전시회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23' 샤오미 전시관에 전시된 '샤오미13 프로' 스마트폰. [사진=AP/뉴시스] 
알뜰폰사업자들이 이른바 '메뚜기족'을 잡아두기 위한 출혈 마케팅에 몸살을 앓고 있다. 이동통신3사처럼 고객을 일정 기간 묶어둘 수 없는데다, 우후죽순 등장한 '0원' 마케팅이 제살을 깎아먹고 있는 것이다. 사진은 지난 2월 세계 최대 이동통신 전시회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23' 샤오미 전시관에 전시된 '샤오미13 프로' 스마트폰. [사진=AP/뉴시스] 

[뉴시안= 조현선 기자]알뜰폰(MVNO) 사업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MZ세대의 수요를 기반으로 제4이동통신사업자로 올라설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이른바 '메뚜기족'을 잡아두기 위한 출혈 마케팅에 몸살을 앓고 있어서다. 이동통신3사의 선택약정제도 처럼 고객을 일정 기간 묶어둘 수 없는데다, 우후죽순 등장한 '0원' 마케팅이 제살을 깎아먹고 있는 것이다.

11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달 알뜰폰 가입자는 1413만4804만명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24% 늘어난 수치다.

알뜰폰은 5G 상용화 이후 고가의 기기값과 비싸진 요금제에 따른 가계통신비 부담을 덜기 위한 대체품으로 각광받았다. 통신3사의 망을 빌려쓰는 만큼 높은 품질을 제공하며, 약정기간이 없다는 점을 내세워 자급제폰을 구매하는 MZ세대를 정조준했다. 실제로 신규 알뜰폰 가입자의 과반수가 2030세대로, 이들은 자급제폰과 LTE(4세대 이동통신) 알뜰폰 요금제 조합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알뜰폰 사업자들의 표정은 밝지만은 않다. 전체 가입 회선 수는 늘고 있지만 가입자 유치 경쟁 심화로 더 좋은 혜택을 찾아 요금제를 변경하는 고객들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어서다. 알뜰폰 특성상 12·24개월 등의 약정 기간이 없는 점이 독으로 작용한 탓으로 풀이된다. 

실제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알뜰폰 가입자가 타 업체로 갈아탄 '번호이동' 건수는 15만590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09.2% 늘어난 규모다. 알뜰폰 업체 간 번호이동은 지난해까지 월평균 최대 8만명 수준에 불과했지만 올해 초 10만명을 넘어섰다. 알뜰폰 업체 간 가입자 유치 경쟁이 고조되고 있다는 의미다.

통상 알뜰폰은 고객들에게 더 많은 선택지를 제공하고, 가격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알뜰폰 사업자들은 주파수 및 네트워크 인프라를 직접 보유하지 않고, 대신 기존 이통3사의 망을 임대해 단순 재판매하는 방식의 서비스가 대부분이다. 이들에게 가격·서비스 경쟁력 제고란 곧 출혈 경쟁을 의미한다. 

실제 국내 알뜰폰 사업자들은 금융업계 등 타 업계와의 제휴를 통해 '0원' 마케팅을 이어가고 있다. 이날 웰컴저축은행은 알뜰폰 사업자인 엘르엘과 제휴를 맺고 자사 마이데이터 고객을 대상으로 데이터무제한 요금제를 7개월간 무료로 제공하는 알뜰폰 요금제를 론칭했다. 

문제는 프로모션이 종료된 이후다. 프로모션이 종료되면 기존 알뜰폰 요금제에 만족하지 못하는 고객들이 0원 마케팅을 진행하는 타 서비스로 이동한다. 이른바 '갈아타기'를 막기위해 또 다시 0원 마케팅에 목을 매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는 것. 기존 이동통신3사 대비 낮은 가격으로 경쟁력을 확보한 만큼 단가를 낮추는 식으로 가입자를 붙잡고 있지만 한계에 봉착한 모양새다.

설상가상으로 이통3사의 알뜰폰 자회사가 강력한 제휴 혜택을 앞세워 고객 빼앗기에 나섰다. 이에 알뜰폰 업계 1위인 KT엠모바일의 경우 메가박스, 네이버페이 등과의 협력을 통한 제휴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모 브랜드의 압도적인 인지도를 활용하고 있다.  최근 컨슈머인사이트의 조사에 따르면 알뜰폰 브랜드 인지율 역시 이통3사의 자회사가 상위권을 차지했다.

그러나 중소 알뜰폰 사업자들의 입장에서는 가격 인하 카드 외 뾰족한 수가 없다.

업계는 알뜰폰 시장의 건전한 생태계 마련을 위해 중소·개별 사업자들의 성장을 위한 제도적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특히 이들 사업자는 과기정통부가 내놓은 알뜰폰 활성화 정책 추진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최근 과기정통부는 지난해 9월 일몰된 통신 3사의 알뜰폰 업계에 대한 도매제공 의무제를 상시화하겠다고 밝혔다. 도매제공 의무제란 알뜰폰 사업자를 돕기 위해 정부가 대신 통신사와 협상에 나서는 제도다. 의무제가 상시화될 경우 알뜰폰 사업자는 장기적 관점에서의 설비 투자 등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단순 망 대여 서비스 제공에 따른 사업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사업자간 무분별한 가격 출혈 경쟁을 제고할 수 있어 수익성도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KT와 LG유플러스가 새로 선보인 요금제 구간을 알뜰폰 구간에도 제공하겠다고 밝힌 만큼 요금제 상품 다양화를 통한 고객 확보가 기대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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