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렵연합(EU)가 2027년부터 스마트폰 배터리를 탈부착식으로 바꾸도록 규정한 법안을 통과시켰다. 삼성전자와 애플 등은 이에따라 생산라인을 교체해야 한다. 사진은 아이폰에 내장된 배터리. [사진=애플인사이더]
유렵연합(EU)가 2027년부터 스마트폰 배터리를 탈부착식으로 바꾸도록 규정한 법안을 통과시켰다. 삼성전자와 애플 등은 이에따라 생산라인을 교체해야 한다. 사진은 아이폰에 내장된 배터리. [사진=애플인사이더]

[뉴시안= 조현선 기자]유럽연합(EU)이 스마트폰 배터리 탈부착을 의무화하는 법안을 공식 채택했다. 사실상 법안 발효를 앞둔 마무리 단계인 만큼 EU에서 스마트폰을 판매하는 제조사들은 오는 2027년까지 교체형 배터리를 탑재하도록 설계해야 한다.

13일(현지시각) IT 전문 매체 애플인사이더에 따르면 EU 이사회는 지난 10일 이른바 '배터리법'으로 불리는 배터리 지속 가능성에 관한 새로운 법안을 채택했다. 

새 법안은 '휴대용 기기에 들어가는 배터리를 소비자가 쉽게 제거하고 교체할 수 있는 내용으로 디자인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여기서 휴대용 기기란 스마트폰, 전자담배 등이 포함된다. 예컨대 삼성전자의 갤럭시Z·S시리즈와 애플의 아이폰 시리즈가 배터리를 교체할 수 있도록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EU는 제품 설계를 조정할 수 있도록 약 4년여 간의 유예기간을 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법안은 지난달 14일 EU 의회의 문턱을 넘었다. 이사회는 법인 승인을 마치고 의회와 이사회 공식 서명 후 EU 공식 채널에 게재할 예정이다. 법안은 게재 20일 후부터 효력을 갖는다. 단순 계산 시 2027년 출시될 것으로 예상되는 갤럭시S27 시리즈와 아이폰19 시리즈에는 교체형 배터리를 탑재해야 하는 셈이다.

앞서 주요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 사들은 일체형 배터리를 고수해 왔다. 일체형 배터리 탑재로 더 얇고 가벼워진 스마트폰 디자인이 인기를 끌었고, 교체형 배터리 탑재 시 기기 뒷면에 생기는 이음매 사이로 들어가는 물이나 먼지를 방지해 방수·방진 등 내구성도 강화할 수 있어서다. 

  이같은 이유로 애플은 지난 2007년 출시된 아이폰 1세대부터 줄곧 일체형 배터리만을 고수해 왔다. 삼성전자 역시 지난해 출시한 갤럭시 엑스커버5에 교체형 배터리를 탑재했지만. 2014년 갤럭시S5 시리즈를 마지막으로 플래그십급 스마트폰은 배터리 일체형 디자인이었다. 

업계에서는 생산라인을 교체해야 하는 등 비용 부담이 더 커질 것으로 봤다. 이때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제조사는 삼성전자와 애플이 될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유럽 스마트폰 시장에서 양사의 점유율(57%)은 과반을 넘는다. 

특히 애플의 입장에선 연거푸 부담을 안을 수 밖에 없게 됐다. 앞서 EU는 2024년부터 유럽에서 판매되는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을 포함하는 모든 전자기기에 USB-C 타입 단자 탑재를 의무화하는 '전자기기 충전 규격 통일에 관한 법안' 시행을 최종 승인한 바 있다.

당초 글로벌 시장에서 안드로이드를 비롯한 대부분의 전자제품은 USB-C를 적용해 왔다. 애플 또한 아이패드와 맥북 등에는 이를 탑재했으나, 아이폰 등 이외의 디바이스에는 독자 규격인 '라이트닝' 단자를 고수해 왔다. 이에 애플은 "단자를 통일하는 것은 혁신을 저해하고 환경 친화적이지 않은 조치"라고 맞서왔다. 해당 법안이 애플을 정조준 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 배경이다. 

애플 역시 올해 초 "애플은 EU의 표준 충전기 의무화 결정을 존중한다"며 사실상 백기를 들었다. 당장 올 가을 출시될 아이폰15 시리즈부터는 USB-C타입 포트가 탑재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소비자를 위한 선택이 아니다"라는 지적이 나온다. 방수·방진 기능 저하로 성능이 저하돼 스마트폰 교체 주기가 더 짧아질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앞서 EU는 잦은 전자기기 교체에서 발생하는 전자 폐기물이 환경 오염을 유발한다며 C타입 단자 통일 등의 법안을 추진해 온 바 있다. 또 제조사의 생산라인 교체 및 제조원가 상승 부담이 곧 소비자에게 전가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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