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 잼버리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야영자에 속속 도착한 스카우트 대원들. [사진=독자제보]
새만금 잼버리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야영자에 속속 도착한 스카우트 대원들. [사진=독자제보]

[뉴시안= 조현선 기자]개막부터 말이 많아도 너무 많았다. 부실 준비, 위생 및 보건상태 불량, 성범죄 의혹, 조기 철수, 생존 게임. 모두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의 연관 키워드이다. 

새만금 잼버리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상심했을 청년들을 불러다 대한민국의 성장을 보여 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정부의 호언장담과는 달리 매일같이 무능한 행정력이 여기저기서 빛을 발했다. 행정 미비로 인한 운영 부실 논란은 사기업이 책임을 나눠가졌다. 굴지의 기업들이 인적·물적 자원을 쏟아붓자 정상화 수순을 밟는 듯 했다. 그러나 태풍 카눈의 한반도 상륙으로 잼버리 대회에 참가했던 스카우트 대원들이 조기 철수했다. 잼버리 파행과 더불어 태풍 피해로 인해 총선을 앞둔 정부와 여당에게는 치명상이 예고됐다.

그야말로 전시상황에 돌입한 정부는 K팝 콘서트로 '달래기'에 나섰다. 지난 장마로 인한 침수 피해 복구도 완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또 한번의 물벼락이 예고됐지만 천장도 없는 서울상암월드컵경기장으로 장소를 급히 정했다. 잼버리 준비 과정에서도 없었던 정부의 태스크포스(TF) 팀이 콘서트를 위해 꾸려졌다. 글로벌 시장을 무대로 K팝의 위상을 쌓고 있는 뉴진스, NCT 등이 나라의 부름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방탄소년단(BTS) 차출론이 화두에 올랐다. 기존 콘서트 일정에 포함되지 않은 라인업이며, 멤버 진과 제이홉이 군 복무 중인 상황이다.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아직 결정된 바 없다"며 불을 지폈고, 성일종 국민의힘 위원은 "국방부는 BTS가 국격을 높일 수 있도록 세계잼버리 대회에서 공연할 수 있게 지원해 주길 바란다"고 밝히면서 폭탄이 터졌다. 

우리는 왜 정부가 굳이 BTS를 꺼내는지 알고 있다. 그들이 가진 영향력과 인지도는 국제 망신이라는 잼버리 사태를 화려한 피날레로 포장할 수 있어서다. 반대 여론이 거세게 일자 돌아온 답변은 더 놀라웠다. "민주당 정부 땐 온갖 데 다 데리고 다니지 않았느냐", "청와대, UN까지 끌고 다녔다". 그들이 밀레니얼과 잘파에 대해 어떤 인식을 가졌는지는 모르겠으나, 나라의 부름을 받아 불려온 언니·오빠의 '쇼'로 모든 실수가 상쇄될 것이라고 기대했다면 큰 착각이다. 이들은 과거 정부가 국민의 관심을 돌리기 위해 썼다던 '3S' 정책은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라고 배웠다. 부조리와 불합리는 틀렸다고 말할 줄 아는 세대다. 

그래서 더욱 괘씸하다. 정부는 자신들의 행정력 미비를 숨기려는 것도 모자라 사기업으로, 지자체로, 국민에게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콘서트 진행을 위해 주요 공공기관에 인원 차출을 요청한 것도 모자라 지역 녹색어머니회로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말이 요청이지 사실상 차출 명령이다. 

폐영식부터 콘서트까지 천장이 없는 상암구장 특성상 내리는 비를 온몸으로 맞아야 할 스카우트 대원들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K팝 콘서트 당일까지 태풍의 영향이 있으면 취소하는 것을 우선적으로 고려할 수 밖에 없다"면서도 "현재로선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아티스트가 대중 앞에 서기 위해서는 여러 준비가 필요하다. 스스로가 갖추어야 할 연습과 노력 뿐만 아니라 안전된 무대, 충분한 리허설, 세심한 연출, 헌신적인 스태프들까지 갖추어야만 그들을 호명할 수 있다. 그것을 갖추고 난 이후에야 그들에게 부탁할 수 있다. 지난 정부에서 BTS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탁현민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의 발언이다. 정치 진영을 떠나, 누군가는 '데리고, 끌고' 다녔고, 누군가는 동행을 '부탁했고, 도움을 받았다'고 표현한다. 말은 인격의 거울이라는 표현이 흔히 쓰이듯 말은 스피커의 무의식을 비춘다.

정부가 케이팝스타들을, 국민을 포함해 '사람'들을 어떤 시선으로 내려다보며 올려다보는지는 우리가 판단하겠다. 부디 정부의 '케이팝 동원령'에 소환될 이들 모두 다치지 않고 무사히 집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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