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기 상근부회장은 최근 뉴시안과 가진 인터뷰에서 "메타버스가 인터넷·모바일의 뒤를 따르는 최신 플랫폼이 될 것"이라며 "콘텐츠가 확보되고, 기술 발전 속도가 맞물린다면 훗날 3차원 가상공간에서의 상호작용이 곧 사회·경제·문화적인 통합까지 이뤄내리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사진=조현선 기자]
최용기 상근부회장은 최근 뉴시안과 가진 인터뷰에서 "메타버스가 인터넷·모바일의 뒤를 따르는 최신 플랫폼이 될 것"이라며 "콘텐츠가 확보되고, 기술 발전 속도가 맞물린다면 훗날 3차원 가상공간에서의 상호작용이 곧 사회·경제·문화적인 통합까지 이뤄내리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사진=조현선 기자]

[뉴시안= 조현선 기자]때아닌 역병이 몰아닥쳤다. 코로나19 팬데믹을 타고 온 차세대 기술이 대한민국을, 지구촌을 매료시켰다. 국내에서도 한때 '메타버스' 하나쯤은 가지고 있던 시절이 있었다.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노력이 치열했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다는 MZ를 주요 타깃으로 선정했다. 저마다의 대학 캠퍼스가 메타버스로 구현됐다. 바다를 건너오지 못해서, 집합 금지로 만나지 못했던 톱스타들을 메타버스 세계에서 만났다.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세계 도시로는 최초로 '메타버스 서울'로 재탄생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어쩐지 조용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용률도 저조하고, 챗GPT 등 생성형 AI(인공지능)이 화제성을 다 가져갔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의 '2022년 지능정보사회 이용자 패널조사' 결과에 따르면 10명 중 1명만 메타버스를 써봤다고 답했다. 싸이월드는 메타버스 플랫폼 '싸이타운'의 서비스를 1년여 만에 종료했다. 저조한 이용률이 원인이라서다.

그러나 산업계에서는 메타버스 부흥을 위한 물밑작업이 한창이다. 글로벌 기업들은 앞다퉈 메타버스 전략을 재정비하며 비즈니스모델(BM) 구축을 위해 역량을 투입하고 있다. 애플이 MR 헤드셋 '비젼 프로' 출시를 예고한 데 이어 삼성전자도 구글·퀄컴과 힘을 모아 시장 참전을 예고한 상태다. SK텔레콤도 최근 내달 말 자사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에 인앱결제 기반의 경제 시스템을 도입한다고 밝혔다. 이렇게 기업들이 포기하지 않는 데에는 이유가 있지 않을까.


메타버스가 인기가 시들해졌다는 평가가 나오던 즈음인 지난 7월, 최용기 한국메타버스산업협회 상근부회장이 부임했다. 메타버스 세계에서 인생 2막을 시작한 그를 만나봤다. 

Q. 수없이 들은 질문이었겠지만, 아직도 메타버스에 대해 묻는 이들이 많다. 

A. 최용기 한국메타버스산업협회 부회장: 메타버스의 정의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표현 도 다양하다. 그러나 메타버스는 한정적으로 정의할 수 있는 개념이 아니다. 개 인적으로는 우리가 머릿속에 상상하는 것들이 실제로 구현되는 것이 메타버스 세상이며, 이를 구현하는 기술이 메타버스다. 결국 가상현실(VR)·증강현실(AR)·혼합현실(MR), NFT·비트코인 등 모든 기술이 융합해서 만들어진 디지털 혁명의 결집체라고 본다. 관련 기술이 모두 모여야만 우리가 꿈꾸는 완벽한 몰입감과 자연스러움도 함께 느낄 수 있는 세계가 오지 않겠는가.

Q. 메타버스 열풍이 엊그제 같은데, '써 보니 별 것 없다'는 평가가 많다. 

A. 메타버스가 너무 빨리 소환된 탓이다. 메타버스가 우리 사회에 등장했을 때에는 메타버스라는 개념만을 가져왔을 뿐 제대로 구현할 기술이 없었을 때였다 . 지금 쓰고 있는 인터넷도 2000년대 초반 미국에서 IT 거품과 함께 시작됐다. 당시 각국에서 길게는 몇년  , 짧게는 몇년간 자리 잡아 서 지금 세상을 이끌어가고 있다. 이처럼 모든 기술의 시작은 후속 기술이 서로 융합하고 협조될 때 좀 더 빠른 속도로 발전해 왔다.

거창한 플랫폼만 생각하고 있어서 활용도가 없어보인다고 생각하겠지만, 메타버스는 생각보다 우리 곁에 더 가까이 있다. 홍수·장마로 예고된 수해를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재난방지 시스템을 마련했고, 메타버스 세계 내에서의 전투 훈련 등을 통해 피해를 예측하고 있다. 산업계에서는 더 많이 활용되고 있다. 디지털 트윈 기술이 활발히 이용되고 있고, 더미 등으로 불가능한 의료 훈련도 메타버스 내에서 구현할 수 있다.

학자와 메타버스 종사자들은 메타버스가 인터넷·모바일의 뒤를 따르는 최신 플랫폼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콘텐츠가 확보되고, 기술 발전 속도가 맞물린다면 훗날 3차원 가상공간에서의 상호작용이 곧 사회·경제·문화적인 통합까지 이뤄내리라고 본 다. 

최용기 부회장은 "인터넷도 초기 우리 생활의 일부로 자리잡기까지 시간이 걸렸다"며 "메타버스 또한 후속기술이 서로 융합하고 협조가 이뤄지면 초기 개념이 현실화되고 구체화되는 시기가 대폭 앞당겨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진=조현선 기자]

Q. 생성형 AI가 난리다. 상대적으로 관심이 식은 것 같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A. 기술이 덜 성숙된  상태에서 수요가 줄어드는 와중에 나온 새 기술로 관심이 옮겨가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이런 상황에서도 SKT와 KT, LG유플러스 등이 메타버스 플랫폼에 끊임없이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당장 눈앞의 이익을 바라는 움직임은 아니다. 그럼에도 그들이 집중하는 이유가 뭘까. 메타버스 플랫폼이 만들어졌으니, 콘텐츠가 채워져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이 과정에서 생성형 AI의 도움을 받을 것이라고 본다. 예컨대 메타버스 콘텐츠를 만들기 위한 10년여간의 시간을 1시간으로 단축시켜줄 수도 있지 않겠나. 

Q. 정부에서도 홍보하던 메타버스 플랫폼이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다.

A. 사실상 국내 지자체의 메타버스는 중앙정부의 지시로 시작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공무원이나 관련 종사자들이 메타버스가 무엇인지, 어떤 기술이 필요한지 파악하기 위한 시간이 절대적으로 미흡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비대면 사회는 너무 빨리, 덜컥 다가온 탓이다. 결국 공공기관의 메타버스가 부정적인 이미지를 만든 것 같아서 아쉬운 점은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지자체가 계속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인구 수 153만명에 불과하는 강원도도 메타버스의 거점이 되겠다고 노력하고 있다. 주민들이 메타버스를 이용해 주민센터에 방문하지 않아도 되고, 시간에 구애받지도 않는다. 노년층이 많고, 산지가 많은 지역 특성상 이동 없이도 민원인과의 협력이 강화된다는 점에서 각광받고 있다.

 Q. 협회가 보는 국내 메타버스 현주소

A. 사실 현재 국내 산업 수준에 비해 과대평가됐다는 의견도 있다. 메타버스는 콘텐츠와 플랫폼, 네트워크, 디바이스 등으로 나뉜다. 플랫폼은 여럿 마련됐지만  콘텐츠, 디바이스 부문에서 아쉬운 게 많다. SK텔레콤이 이프랜드를, KT가 지니버스를, LG유플러스가 키즈토피아를, 네이버가 제페토를 각각 운영하고 있지만 사람이 없어서 문제다.

국내 메타버스 콘텐츠 업계는 게임사 위주로 흘러가는 분위기였다. 국내에서는 엔터테인먼트적 요소를 첨가했다. 포트나이트에서 팬미팅을 했고, 블랙핑크도 메타버스로 콘서트를 열었다. 콘텐츠 확보를 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회원사들 중 통신사와 포털을 비롯해 IT 기업도 많지만 엔터테인먼트·게임 기업도 많다. 우리의 뜻을 대변해 줄 수도 있겠다는 희망을 걸고 있다. 

Q. 메타버스의 등장으로 제기된 윤리적 문제 대책은? 

A. 많은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랴'라는 말이 떠오른다. 대한민국은 전세계 최초로 메타버스 윤리 규정을 마련해 놨고, 이를 통해 대비하고 있다. 메타버스 산업진흥법안 등이 연내 통과될 경우 더 안전하게 메타버스를 경험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본다.

실제로 지난 2월에는 '메타버스 산업진흥법안'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법안소위원회의 문턱을 넘었다. 해당 법안에는 메타버스 산업 성장을 위한 자율규제안이 포함됐다. 법안으로 규제하기보다는 메타버스 기업이 사업 추진 시 부작용으로 작용할 수 있는 사안에 대해 스스로 조정하도록 자율권을 강화했다. 기존 규제 또는 제도 미비로 신산업 성장이 제약받지 않도록 하는 임시기준도 마련하는 등 글로벌 시장에서의 국내 메타버스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했다는 평가다.

Q. 마지막으로 하실 말씀

A. 글로벌 산업계를 선점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이나 법적인 제도 등이 기반돼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 정부의 든든한 지원과 더불어 높은 퀄리티의 콘텐츠와 편안한 디바이스가 함께 어우러지면 메타버스도 덩달아 발전하지 않을까. 협회는 앞으로도 민간기업과 정부의 교두보 역할을 위한 노력을 이어가겠다.


 국메타버스산업협회는 모바일산업연합회와 한국가상증강현실산 업협회가 통합돼 2021년 출범한 민간 협회다. 메타버스의 키플레이어가 될 이동 통신3사 와 단말기 제조사, 플랫폼·콘텐츠사를 회원사로 두고, 메타버스의 산업 생태계 조성 및 산업발전을 위한 정책 발굴 등을 위해 애쓰고 있다. 메타버스 기업간 비즈니스 기회를 제공하며, 성장 단계별 맞춤프로그램으로 선도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 록 지원하고 있다. 종합적으로는 민간업체가 느끼는 고충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와 민간산업단체의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저작권자 © 뉴시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