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랜드가 유료 회원제 매장 ‘랜드500 은평점’을 신규 오픈했다. [사진=전자랜드]
전자랜드가 유료 회원제 매장 ‘랜드500 은평점’을 신규 오픈했다. [사진=전자랜드]

[뉴시안= 조현선 기자]지난 1일 새 사령탑을 들인 전자랜드(에스와이에스리테일)가 글로벌 IT 업계 불황에도 불구하고 리뉴얼 카드를 내놨다. 기존 매장을 철수하고 허리띠를 졸라매는 가운데 매장을 리뉴얼하고, 신규 매장을 열었다. 전자업계 최초로 유료회원제도 만들었다. 위기를 정면으로 돌파하겠다는 포부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전자랜드는 업계 최초로 유료회원제 매장을 도입했다. 지난 5월 인천 계양구에 유료회원제 매장 1호점 'LAND500' 작전점을 선보인 데 이어 경기광주점·이천점 등 6개 점포를 연이어 선보였다.

LAND500이란 전자랜드가 엄선한 베스트모델과 생활용품 500가지를 파격적인 혜택으로 판매한다는 뜻을 담았다. 기존 전자랜드 멤버십보다 최대 20배 포인트를 더 제공하고, 온라인 최저가 수준으로 유료회원 전용 가전을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구매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유료회원제는 연회비에 따라 △스탠다드 3만원 △프리미엄 5만원 선으로 구분했다.

전자랜드의 행보에는 여느 때보다도 간절함이 묻어있다. 가전 시장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사회적 거리두기와 온라인 교육·재택 근무가 늘어났던 2021년 이후 줄곧 하락세다. 글로벌 전역에서 '집콕족'이 늘어나면서 프리미엄 가전 판매 수요가 늘었지만 워낙 고가인 데다 교체 주기가 길지 않은 상품 특성상 그야말로 '반짝' 인기였다. 난다긴다하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도 지난해부터 백기를 들고 구조조정에 돌입하는 등 비용 효율화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국내 시장도 마찬가지다. 통계에 따르면 국내 가전 판매액은 2021년 38조2080억원에서 지난해 35조8073억원으로 감소했다. 특히 올해 1분기는 7조9529억원으로 전 분기(8조4482억원) 대비 약 5000억원이 줄었다.

국내 양대 가전양판점으로 꼽히는 롯데하이마트와 전자랜드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롯데하이마트의 매출액은 지난 2021년 3조8697억원에서 이듬해 3조3368억원으로 약 13.8% 줄었다. 영업이익은 적자전환했다. 롯데하이마트는 지난해에만 40개의 점포를 폐점했다. 같은 시기 전자랜드의 사정은 더 심각하다. 2021년 8784억원에 달했던 전자랜드의 매출액은 이듬해 7230억원으로 17.7%가량 축소됐다. 영업이익도 지난 2021년 적자전환했고, 2022년의 적자는 109억원까지 확대됐다. 올 상반기 실적 역시 저조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같은 상황에서 전자랜드는 지난해 연말 CEO 교체 카드를 꺼냈다. 지난 2015년부터 자리를 지켜온 옥치국 대표 대신 전자랜드 내부 인사인 김찬수 신규사업 부문장이 대표로 선임됐지만 7개월 만에 하차했다. 바톤은 김형영 대표가 이어받았다. 김 대표는 1994년 전자랜드에 입사해 30여년 간 주요 보직을 거친 상품 전문가로 꼽힌다. 김 대표가 지난 1월 선임 이후 유료 회원제를 솔루션으로 내놨다. 

그러나 업계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이미 소비 트렌드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전환됐다. 특히 가전은 오프라인 구매 현상이 도드라지고, 이커머스 업계의 급속한 성장으로 파이도 작아졌다. 일각에서는 전자랜드의 실적 악화의 주요 배경으로 코로나19로 날개를 단 이커머스 시장의 확대를 꼽고 있다. 소비자들이 오프라인 매장에서 제품을 체험하기만 할 뿐 가격 경쟁력 등의 이유로 실제 구매는 온라인에서 한다는 지적이다. '퀵 커머스' 기업까지 가전 판매에 뛰어든 상황이다. 우아한형제들의 배달의민족은 1시간 내 전자기기 배송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경쟁사인 롯데하이마트는 구조조정과 매장 효율화 등을 통해 지난 2분기 실적 개선을 이뤄낸 바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전자랜드는 꿋꿋히 구독경제에 집중하고 있다. 현재 6곳의 매장을 낸 데 이어 연내 전국 12~15개 수준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유료 회원은 오프라인에서도 온라인보다 저렴하게 제품을 가입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전략이다. 전자랜드와 김 대표의 '절치부심'이 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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