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안= 김수찬 편집국장]()서남의 지난달 27일 종가는 3030원이다. 최근엔 4000원 후반 5000원대 초반에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이 회사의 주식은 지난달 27일부터 17거래일동안 상한가 5, 하한가 2번을 맞았다. 그런 와중에 3000원대 머물러 있던 주가가 한때 종가기준 12610원까지 치솟아 연일 신고가를 갈아치웠다. 한마디로 롤러코스터를 탔다.

잘 알려진대로 초전도체 테마주로 분류됐기때문이다.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자, 급기야 서남은 회사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현재 상온상압 초전도체를 개발했다고 주장하는 연구기관과는 어떠한 연구협력이나 사업교류가 없었다"최근 주식시장에서 자사가 관련주로 여겨져 집중되고 있는 상황은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회사의 부인 이후에도 주가는 두 번 더 상한가를 쳤다.

더 흥미로운 것은 이 회사의 최대주주는 그 틈을 타 자신이 보유한 주식 전량을 팔아치웠다는 것. 개인투자자들이 열심히 이 회사 주식을 사들일 때 미련없이 던져 큰 차익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누구보다 회사 내부 사정을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었을 최대주주마저 서남을 버린 것이다.

박용섭 경희대 물리학과 교수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은 더욱 기가 막힌다. 박 교수는 “(서남은) 2019년부터 액체 질소로 초전도 상태를 유지하는 송전선을 1~2길이로 시험 운영하고 있다그런데 만약 LK-99가 진짜 상온 초전도체라면 서남은 바로 망할 회사라고 단언했다. 초전도체는 저항이 0인 물질인데, 만약 LK-99가 상온 초전도체라면 에너지 손실없이 전기를 멀리까지 보낼 수 있게 돼 서남이 공들이고 있는 송전선은 무용지물이라는 얘기다.

비단 서남 뿐만 아닐 것이다. 최근 상온 초전도체 테마주로 분류돼 주식시장의 핫이슈로 뜨고 있는 기업들 대부분이 서남과 크게 다르지 않다.

상온 초전도체는 그야말로 과학이다. ‘정답이 여러 개일 수가 없다. 이미 세계 3대 학술지 중 네이처와 사이언스가 LK-99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았다. 사이언스는 상온 초전도체 주장의 짧고 화려한 삶이라는 논평을 통해 회의론을 제기했다. 국내 학회가 구성한 검증위원회도 비슷한 입장이다. 한국초전도저온학회 LK-99검증위원회는 “LK-99 시편(샘플)을 일부 제조한 결과, 현재까지 초전도성을 나타내는 측정 결과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쯤 되면, 상온 초전도체는 사이언스지의 표현대로 짧고 화려한 삶을 마감해야 한다. 그런데도 여전히 개인투자자들을 유혹하고 주식시장을 유린하고 있다. 초전도체의 실체가 사실상 거짓으로 드러났음에도 초전도체 관련 테마주 광풍이 멈추질 않는 것은 왜일까. ‘가치투자자의탄생저자 윌리엄 브라운의 주장처럼, 아무리 주식투자가 자연과학이 아닌 사회과학이라고 100번 양보해도 최근 주식시장을 혼란에 빠트린 초전도체 열풍은 쉽사리 이해가 되지 않는다.

분명 나쁜 의도를 가진 특정 세력이 주식시장을 교란시키고 그 틈을 이용해 이익을 취하려 하지 않고서야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없다는 게 대부분의 시장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여기에 한방을 노린 개인투자자들이 이들 세력의 농간에 부나방처럼 시장에 뛰어들어 상황을 더 악화시키고 있다. 투자는 결국 개인의 판단에 의해 이뤄진다. 그 결과도 개인 스스로 감당해야 할 몫이다. 다만, 개인투자자들에게 잘못된 정보로 허황된 꿈을 심어주는 시장의 질서는 바로 잡아야 한다.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다행히 금융 당국도 최근 초전도체 테마주 과열에 대해 주시하고 있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자본시장에서 과열을 일으켰던 초전도체 등 테마주 쏠림현상을 관리하겠다테마주에 대한 정확한 사실을 제공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정비하고 시장교란행위 여부를 엄정히 단속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초전도체라는 자연과학과 주식투자라는 사회과학이 잘못 만나 생긴 주식광풍은 하루빨리 잠재우는 게 시장질서를 바로 잡는 길이다.

주식투자는 비이성적인인간의 행위라고 진단한 브라운도 진정한 가치투자는 장기적으로 도움이 되는 좋은 기업을 사는데서 나온다고 강조한다. 요즘 초전도체에 매몰돼 있는 개인투자자들이 귀담아들을 충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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