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유소가 경쟁심화, 친환경차 전환으로 수익성 악화에 직면하면서 다양한 변화를 통한 활로를 적극 모색하고 있다. GS칼텍스의 경우 2021년 12월 17일 서울 영등포구 소재 여의도공원에서 열리는 ‘대한민국 드론박람회’에서 드론 배송 시연을 선보였다. [사진=GS칼텍스]
국내 주유소가 경쟁심화, 친환경차 전환으로 수익성 악화에 직면하면서 다양한 변화를 통한 활로를 적극 모색하고 있다. GS칼텍스의 경우 2021년 12월 17일 서울 영등포구 소재 여의도공원에서 열리는 ‘대한민국 드론박람회’에서 드론 배송 시연을 선보였다. [사진=GS칼텍스]

 

[뉴시안= 이태영 기자]# 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12월 넥슨, 피치스와 제휴해 한남동 직영 주유소를 게임 조형물, 그래피티 아트, 팝업 스토어가 어우러진 '게임 테마' 주유소로 변신시켰다.

# GS칼텍스는 서울시와 협력해 서초구 내곡 주유소를 스마트 MFC, 드론, 스마트 모빌리티 등이 결합한 ‘미래형 첨단물류 복합 주유소’로 조성하는 실증사업을 진행했다.

국내 주유소가 경쟁심화, 친환경차 전환 등으로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다양한 변화를 통한 활로를 적극 모색하고 있다.

일부 주유소는 복합 에너지 플랫폼으로 전환해 그린에너지를 통한 매출 다각화를 추진 중이다. 또 입지 경쟁력을 갖춘 주유소들은 상업용 복합시설 및 도심 물류거점을 구축해 비연료 부문 수익 확대에 나서는 등 사활을 걸고 있다. 다만 주유소의 활로 모색은 다양한 기회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규제 불확실성이 크고 사업성 검증이 필요한 영역이므로 모니터링을 통한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8월 내놓은 ‘하나금융포커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주유소는 사업자가 급증하면서 가격 경쟁이 과열된 데다 인건비, 임대료 부담으로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2009년 1만3000개를 정점으로 지속 감소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오일뱅크·넥슨·피치스는  2022년 12월 22일 국내 최초로 서울 소재 직영 한남동 주유소에 카트라이더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파츠 오일뱅크'를 열었다. ]사진=현대오일뱅크]
현대오일뱅크·넥슨·피치스는 2022년 12월 22일 국내 최초로 서울 소재 직영 한남동 주유소에 카트라이더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파츠 오일뱅크'를 열었다. ]사진=현대오일뱅크]

국내 주유소는 1970~1980년대 자동차 및 석유산업 육성정책으로 고성장했으나 2000년 전후 정부의 경쟁촉진을 위한 주유소 진입규제 완화로 농협 브랜드 주유소 도입, 알뜰주유소 도입허용 등 사업자 규모가 확대됐다.

현재 국내에서 주유소를 운영하는 자영업자의 영업이익률은 1% 내외로 파악하고 있다.

더욱이 세계 각국이 전기차 등 친환경차로 패러다임 전환에 나선 가운데, 한국 역시 전기차 판매가 급증하고 있어 주유소 수는 예상보다 빠르게 감소할 전망이다.

2022년 국내 판매 전기차는 전년에 비해 64% 증가한 16만4000대로 전체 판매의 9.8%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친환경차 전환이 가속화됨에 따라 2040년 국내 주유소 수는 현재의 1/4수준인 3000개만 남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같이 위기에 직면한 주유소들은 본업은 유지하되 주유소의 가치를 활용한 신사업 다각화 방안 강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 동종, 이종 업종과 결합해 ‘복합 에너지 스테이션’ 구축

현재 주유소는 저수익 구조가 고착화돼 있고, 친환경차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기존 자동차 연료 판매만을 목적으로 한다면 정상적인 운영이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다.

[도표=하나금융경영연구소]
[도표=하나금융경영연구소]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안혜영 연구위원은 “향후 20년 이상 내연차가 전체 자동차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것”이라며, “내연차가 존재하는 한 주유소는 필요한 상황이므로 주유소들은 본업은 유지하되 새로운 수익원 발굴에 나섬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최근 주유소 신규 사업은 동종, 이종 업종과 결합해 복합 에너지 스테이션 구축, 비연료 소매업 및 서비스업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되는 추세”라며 “주유소를 복합 에너지 플랫폼으로 전환해 그린에너지를 통한 매출의 다각화 추진에 사활을 걸고 있다”고 진단했다.

최근 정유사들은 기존 주유소의 형태에 태양광·연료전지 등 분산에너지, 수소/전기차 충전기 등이 결합된 ‘복합 에너지 스테이션’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복합 에너지 스테이션은 주유소 내 설치한 연료전지, 태양광발전에서 친환경 차량 충전에 필요한 전기, 수소를 자체 공급할 수 있어 분산전원의 핵심시설로 활용되고 있다. 기존 주유소 인프라를 활용해 관련 종사자들이 사업을 계속 영위할 수 있어 경제적인 것으로 판단한 것.

[도표=하나금융경영연구소]
[도표=하나금융경영연구소]

SK에너지의 경우 2022년 5월부터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복합 에너지 스테이션 실증 사업을 수행 중이며 정유사들은 규제 개선 속도에 맞춰 사업 확장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유리한 입지 활용해 비연료 부문의 새 수익모델 추가

정부와 관련 부처들도 복합 에너지 스테이션의 시장 정착을 위해 주유소 내 수소 연료전지 설치 허용, 전기차 충전설비 설치 이격기준 완화 등 그동안 주유소에 적용되었던 규제를 완화하고 있어 사업 성장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전망이다.

주유소의 유리한 입지를 활용해 비연료 부문의 새로운 수익모델 추가도 주목된다.

안 연구위원은 “최근 주유소들은 전기차 전환에 대응해 EV 충전시설을 구축하고 있으나 점차 주유소 매출 중 연료 비중은 줄어드는 반면, 비연료 부문의 매출은 확대될 것”으로 기대했다.

내연차는 주유소에서만 주유가 가능하나 전기차는 거주지, 마트, 빌딩 주차장 등 다양한 곳에서 충전이 가능해 기존 주유 차량 수요를 모두 흡수하는데 한계가 있다.

[도표=하나금융경영연구소]
[도표=하나금융경영연구소]

세계적인 경영컨설팅 회사 매킨지에 따르면 주유소 비연료 수익 비중이 2019년 20%에서 2030년 28%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으며, 현재 추세 지속 시 2050년에는 50%까지 확대될 것으로 추정했다.

안혜영 연구위원은 “도심 주유소들은 우수한 입지에 위치하며, 대로에 접해 있어 차량 출입이 용이해 상업용 복합시설 및 물류 거점으로 활용하기에 적합한 잇점이 크다”고 진단했다.

실제 주유소들은 유휴 공간에 EV충전 시간 동안 운전자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카페, 편의점/할인점, 세차 및 정비 시설, 다양한 테마 공간을 도입 중에 있다.

안 연구위원은 “주유소들은 그동안 유휴 공간에 화물 픽업 센터를 운영하며 물류거점의 가능성을 확인해 왔다”며 “최근 들어 도심형 물류거점을 고도화하기 위해 첨단기술을 결합한 다양한 시도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부동산 투자사들도 자산 가치 높이기 변화 모색

부동산 투자사들도 보유하고 있는 주유소 자산 가치를 높이기 위한 변화 움직임도 주시할 필요가 있다.

주유소 부지를 임대 수익원으로 활용해 왔던 부동산 투자사들은 최근 주유소의 연료 판매 역할 축소에 대비해 해당 주유소 부지의 가치를 높이는데 적극 나서고 있다는 것.

[도표=하나금융경영연구소]

현재 국내에서는 코람코에너지리츠와 SK리츠가 주유소 부지를 자산으로 운용하고 수익을 배당하는 상품을 개발 운영 중이며 각각 2020년, 2021년 KOSPI에 상장까지 했다.

코람코에너지리츠는 에너지의 색채를 덜어내고 주유소 부지를 통한 수익모델을 식음료, 도심물류에 이어 공유 주거 등 생활밀착형 사업으로 다각화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코람코에너지리츠 보유자산은 수도권 주유소 160곳, 대형 가전매장 4곳, 물류센터 2곳, F&B 매장으로 다각화되었고 충전소, 공유 주거 등으로 확장해 나갈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SK리츠는 보유한 주유소 부지에 기반한 ‘복합 에너지플랫폼’을 구축해 자산 가치를 높이고 모기업의 에너지 사업을 고도화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 면밀한 모니터링 후 전략적 참여 기회 모색해야

안혜영 연구위원은 “주유소의 변화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며 변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대규모 자금 수요, 동종‧이종 기업 간 제휴 및 M&A 등 다양한 기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다만 현재 추진 중인 복합에너지 스테이션 등이 완전한 수익 모델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여전히 규제 완화가 필요하며, 실증 단계 이후 사업성 검증도 필수적이다”고 강조했다.

현행법상 주유소에서 재생에너지 발전으로 생산한 전기는 전기차 충전에 직접 이용할 수 없어, 당초 복합에너지 스테이션에서 기대한 경제적 효과가 저감될 수 있는 점도 눈여겨 봐야 한다는 것.

안 연구위원은 “주유소들이 복합 상업 시설, 물류 등 비연료 사업 확대를 추진 중이나 주유소 폐업 가속화로 지점수가 줄어들 경우 해당 사업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며 “면밀한 모니터링 후 전략적으로 참여 기회를 모색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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