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대법원장의 퇴임이 보름여 앞으로 다가왔다.

2017년 김 대법관이 후보로 지명됐을 때 법조계는 물론 국민들은 한껏 기대에 부풀었다. 사법개혁에 대한 국민적 열망이 뜨겁던 시기였다.

코드인사라는 야당의 강한 반대를 무릎쓰고, 문재인 대통령이 당시 13명의 대법관을 제치고 일선 지방법원장인 김 후보자를 지명했을 정도였다. 김 후보자는 초대 김병로 대법원장과 3, 4대 조진만 대법원장 등 2명 제외하고 49년 만에 일선 법원장에서 대법원장으로 직행한 아주 드문 케이스다. 그만큼 청와대가 김 후보자를 지명함으로써 법원의 변화와 개혁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간접적으로 전달한 셈이다.

김 후보자의 첫 행보도 꽤 신선했다. 20178월 대법원장 지명 다음 날 당시 양승태 대법원장과의 면담을 위해 춘천에서 서초동 대법원을 찾았을 때 시외버스와 지하철을 이용하는 소탈함을 보여줬다. “춘천지법 업무가 아니기 때문에 관용차를 쓰지 않았다라는 설명이 뒤따랐다. SNS 등에서는 한푼의 세금도 허투루 쓰지 않을 분이라는 칭찬 댓글이 이어졌다.

김 대법원장은 취임사에서도 저의 대법원장 취임은 그 자체로 사법부의 변화와 개혁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사법개혁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췄다.

이처럼 국민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출범한 김명수 사법부’ 6년은 어땠을까? 김 대법원장이 추진한 일부 제도나 정책에 대해 여권과 법조계 일각에서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지만, 보는 시각에 따라 평가가 엇갈릴 수 있다.

법원장 후보 추천제와 고법 부장판사 승진제도 폐지가 대표적이다. 정치권에선 이 제도가 재판 지연의 주범이라고 비난하지만, 과거 제왕적대법원장 체제를 타파해보겠다는 김 대법원장의 선한의도로 이해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이 제도를 도입할 당시 대법원을 바라보는 사회적 분위기도 감안해야 한다.

대법원장 공관 리모델링 공사도 논란이지만 일견 이해되는 측면도 있다. 그동안 공금횡령’ ‘호화공사등으로 여론의 도마에 올랐지만, 김 대법원장으로선 억울할 수 있다. 법원행정처는 이 공사는 김 대법원장 지명 전부터 예정된 공사라고 해명했다. 또 한동안 손을 보지 않아 손 댈 곳이 많아 비용이 늘어났다는 주장이다. 이 건은 경찰이 혐의없음으로 결론을 내렸다. 물론 현재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이 제기돼 있는 상태긴 하다.

이처럼 김명수 대법원장이 도입한 일부 제도와 공관 리모델링 공사 등은 각자의 논리에 따라 갑론을박이 충분히 가능한 이슈이다.

하지만 소위 임성근 판사 사표수리문제를 둘러싼 김 대법원장의 말과 행동은 논란의 여지가 없다. “사표 수리, 제출 그런 법률적인 것은 차치하고 나로서는 여러 영향, 정치적인 상황도 살펴야 한다. (여당에서) 탄핵하자고 하는데 내가 사표를 수리하면 국회에서 무슨 얘기를 듣겠느냐

김 대법원장이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발뺌을 하자 언론을 통해 해당 녹취록이 공개됐고, 그 녹취록을 접한 대다수 국민들은 귀를 의심했다. 그의 취임사를 다시 보자. “저는 대법원장으로서 법관의 독립을 침해하려는 어떠한 시도도 온몸으로 막아내고, 사법부의 독립을 확고히 하는 것이 국민의 준엄한 명령임을 한시도 잊지 않겠습니다

그의 취임사처럼 아무리 정치와 사회가 혼란스럽더라도 마지막 보루인 사법부는 중심을 잡아야 한다. 사법부의 수장이 스스로 삼권분립의 근간을 뿌리 채 흔들어 버린 것이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게 됐다. 퇴임 후 이 발언과 관련, 검찰이 조사한다면 충실히 임하겠다고 했지만, 김 대법원장은 법에 앞서 역사의 평가를 두려워 해야 한다.

2023925일은 대한민국에 법이 다시 바로 서는 날이 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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