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효 광주FC 감독.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이정효 광주FC 감독.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뉴시안= 기영노 편집위원 ]“저렇게 축구하는 팀한테 졌다는 게 제일 좀 분합니다”

이정효 광주FC 감독은 지난 3월 2023 K리그 2라운드 FC 서울과의 홈경기에서 0대 2로 패한 뒤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말했다. 자신의 축구에 얼마나 높은 자존감을 가지고 있는 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후 이 감독은 당시 안익수 FC서울 감독에게 여러 차례 사과했다. 

지난해 광주FC가 2022년 K2리그에서 4경기를 남겨두고도 일찌감치 우승을 확정짓던 때였다. 당시 KBS 한준희 해설위원(현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은 “이정효 감독은 올 시즌 K2리그 뿐 만 아니라 K1까지 포함해서 최고의 감독”이라고 평가했다. 당시 광주는 25승11무4패라는 압도적인 승률을 올리고 있던 때였다.

모교인 아주대에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이 감독은 광주FC와 성남FC, 제주 유나이티드의 코치를 거쳐 광주FC에서 첫 감독직을 맡았다. 그의 건강한 멘탈도 눈에 띈다. 이 감독은 “(우리 팀이)골을 먹으면 왜 저렇게 실점했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빨리 다음 득점을 만들 방법을 고민한다. 내가 잘하는 걸로 이기고 싶다. 상대가 잘하는 걸 못하게 해서 이기는 것 보다 그게 더 매력적이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 감독은 선수들에게 많은 체력을 요구하고, 모든 선수들을 잘 활용하는 감독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래서 로테이션을 해도 팀 전력 차이가 그다지 많지 않다. 광주는 찬스가 생기면 라인을 부쩍 끌어올려 상대팀 페널티에어리어에 6~7명이 포진한다. 상대팀의 역습에 휘말리면서 골을 내주곤 했지만 제법 탄탄해진 수비라인을 바탕으로 K리그에서 전북 현대(25골)에 이어 저실점 2위에 올라있다. 

지난 6월 전북 현대와의 19라운드, 단 페트레스쿠 감독의 데뷔전에서 전술적으로 완벽하게 앞서 2대0으로 이겼다. 경기가 끝난 후 이 감독은 “페트레스쿠 감독이 오래 동안 몸담았던 CFR 클루지 팀의 경기 영상을 분석해 작전을 짰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전북전 승리를 포함해 6월에만 3승1무를 기록하며 세 번째 ‘이달의 감독상’을 수상했다. 구단 창단 이후 가장 많은 '이달의 감독상'을 받은 감독이 됐다.

그러나 치명적인 약점도 가지고 있다. 상대팀이 극단적인 수비 위주 전략을 쓸 때 돌파구를 찾지 못한다는 점이다. 

지난 4월 8라운드 강원 FC(0대0), 4월26일 9라운드 제주 유나이티드(0대1) 두 경기에서 1무1패를 기록했는데, 두 팀 모두 5백으로 나왔다는 공통점이 있다. 또한 5월13일 13라운드 대구 FC의 텐 백과 질식수비에 허둥대다가 0대2로 완패를 당했다. 

광주FC는 오는 17일 오후 2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FC서울과의 설욕전을 갖는다. 광주는 올해에만 서울에 2연패의 수모를 겪은 바 있다. 서울에 3연패를 당하면서 4위로 내려앉을 것인지, 아니면 연패를 끝내고 3위 자리를 굳힐 것인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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