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미디어코리아 김재호 디렉터가 인터뷰를 마친 후 촬영 현장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김 디렉터는 사람들이 광고를 보고 "역시 김재호가 만들었네"라고 평가할 정도로 자신만의 특색 있는 광고를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전했다. [사진=박은정 기자]
포커스미디어코리아 김재호 디렉터가 인터뷰를 마친 후 촬영 현장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김 디렉터는 사람들이 광고를 보고 "역시 김재호가 만들었네"라고 평가할 정도로 자신만의 특색 있는 광고를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전했다. [사진=박은정 기자]

[뉴시안= 박은정 기자]광고전문가라면 한 번쯤 '내가 만든 광고로 매출이 대박났다'는 평가를 받는 것이 소원아닐까. 엘리베이터TV 운영사 포커스미디어코리아의 김재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최근 자신이 제작한 '뭄뭄실내화' 광고로 전 분기 대비 100% 매출이 상승하는 성과를 거뒀다. 재치와 메시지 전달을 고루 갖춘 광고 제작으로 매출 견인까지 이끌었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김 디렉터를 직접 만나 그의 성공기를 들어봤다.

15년 '광고 우물'만 판 김재호 디렉터

김 디렉터는 대학교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했다. 대학생 시절 TV 예능프로그램을 보며 막연히 방송업계에서 근무하고 싶다는 생각은 했지만 처음부터 광고에 빠진 것은 아니었다. 우연히 TV CF를 보며 '아, 내가 광고를 만든다면 이렇게 해보고 싶다'라는 생각에 이 세계에 발을 들이게 됐다.

그의 이력은 화려하다. 광고지망생들이 부러워하는 루트를 밟았다. 시각디자인 전공을 한 후 '꿈의 직장'이라 불리는 제일기획 대홍기획 등 굵직한 광고회사에서 근무했다. 그의 대표작 중 하나는 제일기획 재직 당시 제작했던 버거킹의 '사딸라' TV CF다. '사딸라'라는 유행어를 히트시킨 배우 김영철이 버거킹 매장에서 주문을 하면서 '사딸라'를 반복하는 내용이다. 이 광고는 버거킹의 올데이킹 메뉴 4900원을 효과적으로 부각시켜 전설적인 TV CF로 남았다.

그야말로 '히트'를 친 김 디렉터는 의외의 길을 걸었다. 오랜 시간 몸담았던 제일기획에 사표를 던지고 나온 것이다. 

"여러 광고회사에서 근무했지만 내 시간이 없을 정도로 하루하루 바쁜 일상을 보냈어요. 그 과정에서 회의감도 느꼈었죠. 안정적인 삶을 유지하면서 내가 좋아하는 일을 오랫동안, 그리고 재미있게 하고 싶다는 생각에 퇴사를 결정했어요."

포커스미디어코리아는 김 디렉터의 퇴사 소식에 바로 이직을 제안했다. 그러나 김 디렉터는 쉽게 이직을 결정하지 못했다. 그가 퇴사했을 2019년 당시만 해도 포커스미디어코리아는 스타트업 규모였기 때문이다.

"처음에 이직 제의가 들어왔을 때 거절했어요. 그런데 지속적으로 회사 관계자분들과 미팅을 하면서 입주민들을 위해 좋은 콘텐츠를 만든다는 기업의 가치관에 공감이 되기 시작했어요. 입주민이 보는 광고를 제작할뿐 아니라 캠페인 등 다양한 사업을 전개한다는 것이 좋았던 것 같아요."

엘리베이터TV 광고 '포커스미디어코리아'가 기획·제작한 뭄뭄실내화 광고를 보는 아파트 입주민의 모습. 뭄뭄실내화 광고는 포커스미디어코리아 김재호 디렉터가 총괄한 작품이다. [사진=포커스미디어코리아]
엘리베이터TV 광고 '포커스미디어코리아'가 기획·제작한 뭄뭄실내화 광고를 보는 아파트 입주민의 모습. 뭄뭄실내화 광고는 포커스미디어코리아 김재호 디렉터가 총괄한 작품이다. [사진=포커스미디어코리아]

'뭄뭄실내화 발망치편' 매출 효과까지

포커스미디어코리아에 입사한 후 그는 벌써 엘리베이터TV 콘텐츠를 100편 이상 제작했다. 이 중 김 디렉터의 인생에 한 획을 그은 또다른 광고 작품이 탄생했다. 포커스미디어코리아의 자체 상품(PB)인 뭄뭄실내화의 발망치편 광고다. 

이 광고는 아이와 아빠가 발에 망치를 단 채 집안을 뛰어 놀다 '우리집 발망치들 어떡하면 좋을까요'라는 질문에 뭄뭄실내화가 등장하는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 15초의 짧은 광고지만 아파트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층간소음에 대한 문제를 뭄뭄실내화가 해결해준다는 의미를 전달한다. 특히 뭄뭄실내화 광고가 포커스미디어코리아 엘리베이터TV를 통해 알려지면서 아파트 입주민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그 결과 뭄뭄실내화 광고는 광고 포털 사이트 TV CF에서 '광고 크리에이티브 톱 10'에 포함되는 영예를 얻었다. 

"우연히 저희 팀원이 광고 포털 사이트에 들어갔다가 우리가 만든 광고가 순위권에 올라가 있는 걸 확인했어요. 그 때의 기쁨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어요. 최근 광고 하나를 제작하기 위해서는 기본 1억원 이상이 필요한데 우리는 그보다 낮은 금액으로 소비자들에게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성공했다는 거잖아요."

포커스미디어코리아에서는 '김재호가 손 대면 매출이 오른다'고 말하기도 한다. 실제로 뭄뭄실내화의 올해 1분기 매출이 전 분기 대비 100% 증가했다. 

그가 포커스미디어코리아에서 만드는 엘리베이터 TV 광고는 기존의 광고와 다르다. 타깃이 '입주민'으로 정해져 있을뿐 아니라 세로형 이미지라는 틀에 고정돼 있다. 제한된 환경이지만 김 디렉터는 끊임없이 '입주민들에게 이로운 광고를 전달해야겠다'라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아파트 엘리베이터라는 공간은 엄마·아빠·자녀들까지 남녀노소 이용하는 곳이에요. 우리의 광고 타깃이 가족단위이기 때문에 저는 콘텐츠를 봤을 때 '누가봐도 이해돼야 한다', '가족들이 봤을 때 친절해야 한다'라는 점을 우선시하고 있어요."

예를들어 BGM이 웅장한 TV CF를 엘리베이터에서 본다면 다소 무서울 수 있어요. 그래서 BGM과 자막·등장인물 등까지 모두 세세하게 고려하면서 제작하고 있죠."

김 디렉터는 흥미롭게도 '부캐'를 소유하고 있다. 그의 개인 인스타그램을 염탐(?)해 보면 그는 작가(만화가)로 활동 중이다. 두 남매의 아빠로서 육아일기를 만화로 담아내 SNS에서는 두터운 팬층을 자랑하고 있다.

그의 창작 열정이 TV 광고뿐 아니라 외부까지 뻗어가고 있는 것이다. 매 순간의 감정들과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짧은 글귀와 그림 등으로 표현한 것들을 모아 '토닥토닥 맘조리', '퇴근이 적성에 맞습니다' 등의 책도 펴냈다. 

이미 광고업계에서 성공궤도에 오른 그의 목표는 무엇일까. 김 디렉터는 그의 이름에 걸맞는 광고, '김재호 다운' 광고를 만드는 데 계속 달려가고 싶다고 말했다.

"제가 항상 후배들에게 하는 말이 있어요. '너가 촬영을 잘 하거나, 편집을 잘 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너의 색이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거에요. 저 또한 지금처럼 저의 색깔을 잘 유지하면서 '이 광고 역시 김재호가 만들었네'라고 평가 받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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