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동현 특허청 차장과 백만기 국가지식재산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한 참가자들이 지난 8월 3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19회 국제특허정보박람회(PATINEX) 2023’ 전시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뉴시스/특허청]
류동현 특허청 차장과 백만기 국가지식재산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한 참가자들이 지난 8월 3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19회 국제특허정보박람회(PATINEX) 2023’ 전시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뉴시스/특허청]

[뉴시안= 이태영 기자]글로벌 기술패권 경쟁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최근 외국인이 국내에 출원하는 특허 건수가 증가하고 있어, 기술 선점에 대응하기 위해 전략산업에 대한 효과적인 지원 정책과 기술거래 생태계 마련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6일 한국경제인협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하 한경연)은 ‘최근 특허 출원 동향과 기술선점 전략’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국내 특허 출원 건수는 통계가 집계된 1948년 169건에서 출발해 1990년대 초반 이후 급성장하기 시작했다. 최근 5년간 특허 출원 건수는 2018년 약 21만 건에서 2022년 약 23만 8000건으로 증가했다.

특허청 자료에 따르면, 2022년 한국에 접수된 외국인 출원 건은 총 5만3885건으로 전체의 약 22.7%를 차지한다. 미국이 1만7678건(35%)으로 가장 많고, 그 뒤로 일본 1만3860건(27%), 유럽 1만2936건(25%), 중국 6320건(12%) 순이다.

2021년 대비 2022년 증가율은 미국이 14%로 가장 높고, 유럽 3.9%, 중국 0.4% 순이다. 최근 5년간(2018년~2022년) 한국 특허청에 접수된 외국인 특허출원건수 연평균증가율은 중국 19.1%, 미국 8.0%, 유럽 0.5% 순이다.

보고서는 미국, 중국 등이 한국에서 최근 특허 출원이 증가한 것은 한국 기업들이 반도체, 배터리 분야에서 많은 특허권을 보유한 만큼, 외국 기업들도 한국에서 특허권 획득을 통해 첨단분야에서 글로벌 시장을 선점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 美 퀄컴 CDMA로 기술선점 성공사례 vs 韓 디지털캐스트 MP3로 기술선점 실패사례

또 보고서는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특허를 통한 독점적 권리를 확보하는 것은 기업의 생존과도 직결된다”며, 기술선점의 성공·실패사례로 미국 퀄컴사와 한국의 디지털캐스트사를 비교했다.

퀄컴은 '스냅드래곤'이란 브랜드의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 모뎀칩 등을 제조, 판매하는 업체이지만, 퀄컴은 이동통신 표준기술인 CDMA, WCDMA, LTE 등과 관련해 '표준필수특허'를 보유함으로써 매년 약 11조원의 특허수수료를 올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퀄컴의 표준필수 특허 때문에 칩셋 설계 업체나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휴대폰의 가장 기본적 통신 기능을 위한 모뎀 칩셋을 설계 및 탑재하기 위해서는 퀄컴에 막대한 기술 로열티를 제공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반면, 1997년 한국의 벤처기업 디지털캐스트는 MP3 디지털 파일을 재생하는 MP3플레이어 원천기술을 개발했으나, 국내에서 특허 무효소송 공격 등 기업간 분쟁으로, 국내 특허는 권리범위가 축소됐다고 밝혔다. 이후 특허료 미납으로 권리가 소멸된 후 결국 미국 다이아몬드 멀티미디어에 인수합병돼 로열티를 받지 못했다. 시장조사기관 GMID의 자료에 따르면, 한국 디지털캐스트 MP3 플레이어의 특허권이 유지됐다면 2005년~2010년 동안 약 27억달러(약 3조 1500억원)의 로열티 수익을 확보했을 것으로 추산된다.

보고서는 국내 기업들이 반도체, 이차전지, 디지털 통신 등 특정분야 및 특정 기업이 세계 최상위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으나, 이외 분야에서 국내 기업들은 추적자로서 글로벌 경쟁을 위한 원천기술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2023년 국내 상반기 기술별 특허출원건수는 전기기계·에너지 2차전지 제조 5581건, 반도체 4406건, 디지털통신·정보전송 3651건 등 특정분야 중심으로 특허출원이 집중됐다.

# 기술거래 촉진하기 위해 M&A 등 다양한 기술거래 방식 마련

특정 분야에 편중된 특허 출원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신산업 기술 분야를 국가전략기술로 선정하고, 연구개발을 지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가전략기술 중심으로 유망기술을 발굴하고 육성함으로써 국내 기업들이 첨단기술을 선점하고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기술을 특허로 등록해 독점적인 권리를 확보하는 것은 기술선점의 핵심 전략이라고 지적했다. 특허는 발명자나 기업에 경제적인 이익을 제공하며, 특허를 통해 기술적인 우위를 확보하고 시장에서 독점적인 입지를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퀄컴처럼 표준특허를 획득하면 해당 기술을 이용하지 않고는 관련 제품의 제조·판매·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불가능해,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으므로 기술무역수지도 개선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최근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도래로 디지털 전환과 신기술 개발이 빠르게 일어나면서 기술 획득을 위해서는 자체 개발뿐만 아니라 기술거래를 통해 적극적으로 외부기술을 도입하여 핵심기술을 선점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 인수합병(M&A), 투자연계형 기술거래, 경상실시료(기술 이전 시 초기 부담이 적은 후불 방식)등 기업이 선호하는 다양한 기술거래 방식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또한, 국내 기업들의 기술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해 민간 중개기관을 육성하고, 기술거래 중개기관을 효율화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한경연 이규석 부연구위원은 “국내 기업결합은 제도 도입 당시의 틀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 M&A 심사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어렵고, 글로벌 기준과도 맞지 않는 한계가 지적돼 규제 개선이 필요하다”며, “기존 규제 위주의 정부 정책에서 벗어나 기술거래 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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