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엔데믹 이후 침체됐던 게임 시장에 누구나 쉽고 간단하게 즐길 수 있는 방치형·수집형 등의 캐주얼 장르 신작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사진=엔씨소프트 홈페이지 캡쳐]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침체됐던 게임 시장에 누구나 쉽고 간단하게 즐길 수 있는 방치형·수집형 등의 캐주얼 장르 신작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사진=엔씨소프트 홈페이지 캡쳐]

[뉴시안= 조현선 기자]코로나19 엔데믹 이후 침체됐던 게임 시장에 누구나 쉽고 간단하게 즐길 수 있는 방치형·수집형 등의 캐주얼 장르 신작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그간 게임업계의 주류를 이뤄 온 모바일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대작들 사이 틈새시장 공략에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3일 시장조사업체 센서타워에 따르면 올 1~8월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역할수행게임(RPG)의 매출 비중은 57.5%로 집계됐다. 국내 게임업계는 '리니지M', '오딘: 발할라 라이징' 등으로 잘 알려진 MMORPG가 강세다. 실제로 모바일 RPG 중에서도 MMORPG의 매출 비중은 69.5%에 달한다. 

그러나 최근 MMORPG 매출 비중이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2019년 77%에서 올해 69.5%로 축소됐다. 빈 자리는 스쿼드·방치형 RPG가 채우고 있다. 스쿼드 RPG는 2019년 12.7%에서 올해 17.7%로 점유율이 증가하며 RPG 하위 장르 매출 비중 2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같은 기간 전체 모바일 RPG 매출에서 1.7% 점유율에 불과했던 방치형 RPG는 올해 4.4%까지 몸집을 키워 3위로 올라선 상황이다. 스쿼드 RPG는 다수의 캐릭터로 팀을 구성해 턴제 전투를 벌이는 장르로, '승리의 여신: 니케', '쿠키런: 킹덤' 등이 대표적이다. 방치형 RPG는 유저의 조작 없이도 자동으로 캐릭터가 성장하는 형태로, 유저들은 캐릭터 육성을 위해 높은 집중력과 시간을 투자할 필요가 없다는 장점을 갖는다.  

국내에서는 '레전드 오브 슬라임', '퍼즈업 아미토이', '세븐나이츠 키우기' 등이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퍼즈업 아미토이는 엔씨소프트가 지난달 출시한 모바일 퍼즐 게임이다. MMORPG의 강자인 엔씨가 장르다변화를 위해 이례적으로 캐주얼 게임 출시라는 강수를 뒀다. 방향키로 떨어지는 블록의 움직임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쉬운 게임성을 강조했고, 클랜 기능을 활용해 전 세계 이용자들과 협력해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차별화를 뒀다. 신작은 지난 6일 구글 플레이스토어 무료 앱 순위 1위, 8일 애플 앱스토어 1위를 기록하는 등 초반 흥행에는 일단 합격점을 받았다는 평가다.

넷마블의 방치형 RPG 세븐나이츠 키우기도 순항 중이다. 출시 이후 꾸준히 양대마켓 상위권에 머물고 있다. 아이지에이웍스의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구글 플레이와 앱스토어, 원스토어의 사용자 수를 종합한 결과 세븐나이츠 키우기의 지난 9월 월간 사용자 수는 70만명으로 인기 순위 9위에 올랐다. 9월 통합 매출 기준 구글 플레이스토어 4위, 애플 앱스토어 1위를 차지하는 호실적을 거뒀다. 세븐나이츠키우기는 2014년 출시돼 글로벌 누적 다운로드 수 6000만 건을 기록한 넷마블의 대표 지식재산권(IP) '세븐나이츠' 를 기반으로 개발된 신작으로 저용량·저사양을 강조해 오래된 기종으로도 즐길 수 있다.

컴투스도 지난 7월 캐주얼 게임 '미니게임천국'을 재출시했다. 2000년대 초반 피처폰 시절 감성을 살려 출시 일주일 만에 글로벌 누적 다운로드 수 100만 건을 돌파하는 등 인기를 끌었다. 

중소 게임사의 활약도 눈에 띈다. 국내 방치형 RPG 시장은 로드컴플릿의 레전드 오브 슬라임이 이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센서타워에 따르면 레전드 오브 슬라임은 국내에서만 약 1000만 달러(약 135억원), 글로벌 시장에서 약 7700만 달러(약 1039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슬라임이 돼 인간에 맞서 평화로운 숲을 지킨다는 스토리 라인과 쉽고 간단한 게임 플레이로 진입 장벽을 낮춘다는 점이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 7월 출시된 '개판오분전'은 출시 후 한달 여간의 매출 만으로도 국내 방치형 RPG 시장 매출 4위라는 호실적을 거뒀다. 세계 각지에서 힘들게 살아남은 떠돌이 개들이 영웅으로 태어나 악덕 사장에게 고통받는 사람들과 함께 역습을 시작한다는 현실감 가득한 스토리 라인과 가벼운 게임성을 강조한 덕이다.

이같은 현상에는 기존 RPG 시장을 압도했던 MMORPG의 게임성에 피로감을 느껴온 소비자들이 '쉬운 게임'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코로나19 엔데믹 이후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줄어들면서 게임 이용시간이 줄어든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유저들은 이동 등 짧은 시간 내에 간편하게 즐기거나, 퇴근 후 가볍게 즐기는 게임을 선호하는 경향이 커졌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캐주얼 게임 대부분이 쉬운 게임성을 강조했다는 공통점을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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