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호 태풍 '카눈'의 한반도 상륙을 하루 앞두고 전남 여수시 국동항에 어선들이 피항해 있다. [사진=뉴시스DB]
제6호 태풍 '카눈'의 한반도 상륙을 하루 앞두고 전남 여수시 국동항에 어선들이 피항해 있다. [사진=뉴시스DB]

[뉴시안= 이태영 기자]2020년 거대 장마전선의 영향으로 한국과 일본에 큰 홍수 피해가 발생했다. 그런데 같은 수해를 겪은 후 양국 기상청의 방재 대책은 크게 달랐다.

일본이 전문 인력 193명을 새로 뽑아 전역에 배치한 반면, 우리는 기존 인력 11명에서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기후변화로 기상재해가 날로 심해지는 상황에서 한국의 미온적 대처가 올여름 홍수 피해를 제대로 막지 못한 결과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이주환 의원(부산 연제구)이 기상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기상청에서 운영하는 방재 기상 지원관은 전국 17개 시도에 총 11명이 활동 중이다. 경기도는 자체 예산으로 충원했고, 울산, 경남, 광주, 대전, 세종에는 전무하다.

기상청은 2018년부터 기상 업무 경험이 있는 퇴직 예보관과 퇴역 군인을 ‘방재 기상 지원관’ 직책으로 뽑아 각 시도에 파견하고 있다.

[도표=이주환 의원실]
[도표=이주환 의원실]

방재 기상 지원관은 각 지자체 대상 현재 기상특보와 날씨 상황, 예보전망 등 지역별 기상정보를 일 1~2회 정기 제공을 하고 있다. 지역 맞춤형 방재 대응 업무가 가능하도록 기관간 예보업무와 방재업무 관련 소통을 지원하고 있다.

올 여름 홍수 피해가 컸던 충청권과 남부 지방은 12개 시도에 전문 인력이 7명에 불과하다. 충청권 2곳(충남·충북도), 영남권 3곳(부산·대구·경북도), 호남권 2곳(전남·전북도) 등이다.

경기, 경남, 울산, 광주, 대전, 세종 등 6곳은 많은 비가 내릴 것이란 예보가 나와도 방재 대책 수립을 도울 전문 인력이 한 명도 없는 상태다. ‘방재 구멍’이 뚫려 있는 것이다.

일본 기상청은 2020년 규슈 지방 대홍수와 산사태를 계기로 방재 기상 조직을 대대적으로 개편했다. 당시 규슈 북부·남부에 각각 71일과 60일간 장맛비가 퍼부었다. 집중호우가 시간당 최고 98㎜ 내렸고, 총강수량은 1541.5㎜까지 기록됐다. 구마모토현 하천 11곳이 범람해 가옥 6000채가 침수됐고 65명이 목숨을 잃었다.

일본은 ‘기상방재감’이라는 조직을 새로 만들었고, 퇴직 예보관 87명과 기상예보사 106명으로 구성된 전문 인력 193명을 새로 뽑아 ‘당신 마을의 예보관’이라는 직책 이름을 주고 전국 지자체에 파견했다. 이렇게 각지에 포진한 방재 전문 인력이 지자체와 협의해 폭우나 태풍이 발생할 때마다 즉각 방재 대책을 내놓고 있다.

현재 일본에선 재난의 종류와 규모에 따라 적게는 1~2명, 많게는 1000여 명의 공무원이 기상재해에 대비하고 있다.

2020년 장마는 우리나라에도 큰 피해를 줬다. 역대 최장으로 중부·남부 지방에 각각 54일과 38일간 비를 뿌렸다. 장마 기간 낙동강 643~712㎜, 섬진강 565.2㎜, 금강 514~865㎜ 비가 내렸고, 섬진강은 8월 7~8일 305.8㎜가 더 내렸다. 이 여파로 낙동강 합천댐·남강댐, 섬진강 섬진강댐, 금강 용담댐·대청댐 등 5개 댐의 하류 총 158지구에서 홍수가 발생했다. 하지만 당시 우리 정부는 오히려 멀쩡한 보(洑) 해체를 결정하는 등 상식적 방재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

전임 정부에서 공무원을 사상 최대로 늘리는 동안 예보관 증원은 한 명도 하지 않는 등 기상 전문 인력에 대한 투자도 없었다.

이주환 의원은 “올해 폭염·폭우 등 예전에 없던 이상기후로 많은 피해가 발생한 만큼 각 지역에 맞는 맞춤형 기상정보 제공과 현장 대응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라며 “우리도 전문성을 갖춘 기상청 예보관을 지자체에 상시 파견해서 맞춤형 방재 기상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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