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로젠이 운영하는 모바일 유전자 검사 서비스 '젠톡'의 유전자 검사 키트. 소비자들은 직접 타액을 채취해 돌려보내면 된다. [사진=조현선 기자]
마크로젠이 운영하는 모바일 유전자 검사 서비스 '젠톡'의 유전자 검사 키트. 소비자들은 직접 타액을 채취해 돌려보내면 된다. [사진=조현선 기자]

[뉴시안= 조현선 기자]여전히 오픈런이 화제인 분야가 있습니다. 매일 오전 10시 금융사의 앱(애플리케이션)으로 모여들고, 국내 굴지의 뷰티 기업의 온라인 스토어로 몰립니다. 유전자 분석 서비스에 필요한 검사 키트를 '0원'에 구매하기 위한 이들이 늘어난 결과입니다. 

DTC(소비자 직접 신청) 유전자 검사 시장은 높은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DTC 유전자 검사 시장은 2021년 14억 달러(약 1조원) 규모에서 2028년 42억 달러(약 5조원)로 연평균 15.3%의 높은 성장률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최근에는 보건복지부가 검사 허용 항목을 기존 56개에서 혈당·혈압·비타민D 농도 등을 추가해 70개로 확대하는 등 개인 맞춤형 치료제 상승 수요에 맞춰 활용도가 무궁무진해지고 있습니다. '나 자신'에 관심이 높은 MZ세대의 취향을 이렇게도 저격할 수가 없습니다. 덕분에 기존 의료 업계를 넘어 국내 주요 기업들도 유전자 검사 서비스를 내놨습니다. 뷰티 기업이 피부·모발 관리를 시작으로 시장에 참전했고, 금융사에서도 '난데없이' 유전자 검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 중 마크로젠의 모바일 유전자 검사 서비스 '젠톡'이 눈에 띄었습니다. 가장 정교한 '한국인 표준 서열'을 완성해 비교해 주고, 국내 최대 규모의 한국인 유전체 데이터를 구축해 한국인에게 특화된 유전자 분석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합니다. 덕분에 지난달 기준 누적 방문자 수 100만명을 넘길 만큼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추석 연휴에 가족과 이용할 수 있도록 1+1 서비스를 내놓기도 했으니 최근 기록은 이를 경신했겠네요.

젠톡은 한 번의 검사로 △탈모 관리 △체중 관리 △운동 관리 △피부 관리 △수면 건강 체크 등의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날이 갈수록 불어가는 몸과 반비례해 꺼져가는 체력을 키우기 위해 코로나19를 핑계로 멈췄던 운동을 다시 시작하던 차에 '체중 관리' 항목에 특히 눈길이 갔습니다. 말로만 듣던 '뚱보 유전자'가 제게는 몇 개나 있는지, 매번 미용실에서 눈칫밥을 먹어야 했던 풍성했던 머리숱은 다 어디로 갔는지.유전적 특성을 알면 향후 더 건강한 삶을 살기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서요. 

뉴시안은 마크로젠의 도움을 받아 젠톡의 '올 패키지' 상품을 체험해 봤습니다. 젠톡의 유전자 검사 키트는 가볍지만 무겁습니다. 한 번의 검사로 69가지, 73종의 세부 항목에 대한 검사 결과를 모두 받아볼 수 있습니다. 물론 개인의 필요와 목적에 따라 개별 항목의 서비스 신청도 가능합니다.

젠톡 앱에 접속해 회원가입 후 원하는 검사 패키지를 구매하면 유전자 검사 키트를 받아볼 수 있습니다. 도착한 키트를 개봉하고, 동봉된 설명서에 따라 타액을 채취해 다시 돌려 보내면 됩니다. 따로 택배를 접수할 필요 없이 젠톡 앱을 통해 수거를 요청하면 알아서 반품 신청을 해주는 시스템이라 편리합니다. 개인차가 있긴 하지만 열흘에서 최장 보름가량 기다리면 앱 내 '결과카드' 페이지에서 결과를 받아볼 수 있습니다.

흥미로운 점이 많았습니다. 저는 '전설의 고무인간' 3단계이며, '슬픈 도넛츠' 2단계랍니다. 실제로 저는 한국 남성 평균 키보다 큰 키를 가졌고, 통통과 뚱뚱 사이를 넘나들었음에도 전신에 튼살이라곤 없습니다. 친동생을 포함해 주변의 키 큰 친구들이 오히려 저를 보고 신기해 했는데, 그럴 때마다 '클놈클'이었다고 치부했지만 유전자의 영향이라니 신기했습니다. 또 원형 탈모가 생길 가능성이 유전적으로 높아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Hair'와 '헤어'질 수도 있다는 청천벽력같은 소식도 전해들었습니다. 누구보다 풍성했다던 엄마의 휑해진 정수리가, 부분 가발이 떠올랐습니다. 

가장 기대했던 운동 부분입니다. 저는 '근손실 걱정 요정'이자 '구멍난 산소통'이며, '쉽게 지치는 종이인형'이고, '걸음이 느린 아이'입니다. 이는 근력·유산소 운동 적합성이 낮아 작은 움직임에도 호흡 곤란을 느끼거나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유전자를 가졌다는 뜻입니다. 지구력 운동 적합성도 낮답니다. 맞습니다. 다리가 짧은 편은 아니지만 학창시절 50m는 18초에, 100m는 24초에 주파했습니다. 우열을 가릴 필요 없이 독보적으로 뒤에서 1~2등을 다퉜습니다.

다음은 '뚱보 유전자'입니다. 동생이 항상 '우리집엔 뚱보 유전자가 있다'라고 얘기했고, 실제로 짐작했던 만큼 궁금했습니다. 결과는 체지방률·체질량지수가 유전적으로 높은 '지방의 유지'이자 '난감한 뚱카롱' 2단계로 비만 가능성이 높아 물만 먹어도 살이 찌는 체질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답니다. '부메랑 국가대표' 3단계로 요요 가능성도 아주 높습니다. 그랜드슬램입니다. 그래도 '신이 내린 근수저'라 웨이트 1세트로도 3세트와 같은 효과를 느낄 수 있고, '무통의 근육맨'으로 운동 후 회복 능력이 높다는 약을 줍니다. '둘숨날숨 다이어터'로 운동에 의한 체중감량 효과가 높은 편이라니 한시름 덜었습니다.

본 게임은 따로 있습니다. 젠톡이 제공하는 '유전자 검사 결과 PDF 파일 다운로드' 서비스를 통해 무려 130페이지에 이르는 유전자 검사 보고서를 받아볼 수 있습니다. 앞서 받아본 검사 결과를 무슨 소리인지 못 알아듣겠는 문과생들을 위해 세세히 설명해 뒀습니다. 단일 항목의 해석에 집중하기보단 여러 해석을 종합적으로 받아들이면 결과를 이해하기에 더 수월합니다. 결과지는 앱을 통해 편히 내려받을 수 있습니다. 

총평은 이렇습니다. 반은 맞고 반은 틀렸습니다. 

예컨대 젠톡은 '본투비 소식좌' 2단계로 배가 부르면 숟가락을 내려놓는다는 사실과 '싱겁게먹기동호회 회장' 1단계로 싱거운 음식에서도 짠 맛에 민감하다는 점을 맞췄지만 이건 상당 부분 제 의지도 포함된 결과입니다. 저는 20대 중후반이 되어서야 했던 다이어트를 위해(살기 위해) 억지로 먹지 않는 습관을 들이기 위해 노력했고, 싱겁게 먹으려는 식습관을 만들면서 자연스레 짠 맛에도 민감해졌습니다. 

저는 다수의 '뚱보 유전자'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이어트에 성공했고, 체질량지수로는 저체중으로 7년 이상 건강하게 살았습니다. 알코올과 니코틴 의존성이 아주 높은 편이지만 술과 담배 없는 곳이 있다면 모범시민으로 살 자신 있습니다. 통증 민감성이 높다는데도 참고 참다 부모님 손에 이끌려 구급차를 타 본 기억도 있네요. 서너살부터 앓아온 천식을 달고도 학창시절 체력장 '오래달리기'에서 10명 안에 들어본 기억도 있습니다. 반대로 80대에도 끄떡없는 튼튼 관절이라는데 하체 부실인 저는 무릎 관절 질환을 계기로 운동과 다이어트를 시작했고요. 

그러나 결국 그 '반'이 제 자신을 더 알게 하고, 더 노력하게 만드는 계기가 됐습니다. 아르기닌·아연·칼슘·칼륨·루테인 농도를 유지하는 능력이 유전적으로 낮다기에 종합 비타민을 챙겨먹게 됐으니까요. 기분 탓인지는 몰라도 매일 아침이 더 가벼워진 듯한 느낌입니다. 근손실에도 슬프지 않습니다. 좀 더, 자주 운동하면 되죠. 

이처럼 유전자 검사 결과가 이용자를 모두 설명하지는 않습니다. 단 하나의 항목만으로 과거와 현재, 미래를 설명할 수도 없고요. 26년 역사를 가진 마크로젠 역시 "유전체 정보는 그 안의 내용을 모두 해석해 내지 못하고 있고, 부모·조상·형제·자매·자손·친척등의 제3자 정보를 담고 있을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으니까요. 제가 '뚱보 유전자' 그랜드슬램에도 콧방귀를 뀔 수 있던 이유입니다. 

타고난 유전자 특성에 갇혀 땅파는 두더지가 될지, 타고난 수저를 뱉어버린 나 스스로를 칭찬하고 더 나은 삶을 위해 노력할지는 우리의 선택에 달렸습니다.

저는 오늘도 '구멍난 산소통'을 메꾸러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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