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얼마 만에 듣는 소식인가? 기사를 읽으면서도 눈을 의심했다. 뉴스를 다시 체크했다. 두 언론사만 다뤄 혹시 가짜뉴스아닐까 해서 유투브 관련 동영상을 틀어봤다.

지난 10일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부의 국정감사 얘기다. 유인촌 장관이 야당 의원들로부터 박수를 받았다는 기사가 보도됐는데 믿기지가 않아서였다.

불과 닷새 전 유인촌 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인사청문회장에서 서로 날선 공방을 벌였던 사이 아니었던가. 당시 유 후보자는 MB정부 시절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작성 연루 의혹 등으로 야당 국회의원들로부터 신랄한 비판을 받았다. 야당은 “(유 후보자가) 차고 넘치는 증거에도 반성없는 태도를 보이는 것은 상당히 유감이라며 계속 MB정부 블랙리스트가 없었다고 부인하는 건 위증이라고 몰아세웠다.

결국 야당의 우려가 반영돼 부격적 의견이 병기된 채 인사청문경과보고서가 채택됐다. 야당의원들로선 탐탁치 않은 장관후보자였던 셈이다.

그런데 인사청문회에 이어 양측 간 제2의 공방이 예상됐던 국감장에서 고성과 비난 대신 박수와 웃음이 터져나왔다. 이날 국감이 거의 막바지에 이르렀을 때 쯤 국민의힘 이용호 의원이 고독감과 사회적 고립문제에 대한 문체부의 대책을 질의했고, 답변에 나선 유 장관이 문화를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유 장관은 “(MB정부 장관 퇴임 후) 7년여간 소년원에서 청소년들과 연극도 하고 자전거 여행도 같이 다니면서 재범률이 실제로 낮아지는 것도 느꼈다문화로 해결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서 국회가 도움을 주시면 이러한 고독감 문제도 범부처 차원에서 대응할 수 있도록 문제 제기하겠다고 답했다. 유 장관의 답변이 끝나자 야당 의원들이 박수를 보냈다.

최근 몇년 새 우리 사회에 정치가 사라졌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아이러니하게도 정치의 주무대가 돼야 할 국회에서 정작 정치가 사라지고 있다.

내 편 네 편으로 갈라져 물고 헐뜯기 바쁘다. 내 편이 아니면 모두 적으로 간주된다. 자기 주장만 옳고 상대방의 얘기에는 아예 귀기울 생각 조차 하지 않는다. 고성이 오가고, 막말 저질 발언이 일상이 된 지 오래다.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은 피곤하고 민망할 따름이다.

그러다보니 이날 야당의원들이 유 장관에게 보낸 박수는 작지만 나름 의미가 있다. 반대를 위한 반대를 외치는 일에만 익숙했던 국회에서 낯설지만 꽤 신선한 풍경이 연출됐다.

물론 역대 최장수 문체부 장관이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는 유 장관의 풍부한 문화정책 경험과 노하우가 야당 의원들의 박수를 이끌어 내는데 일조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도 비록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때 부적격꼬리표를 붙이긴 했지만 유 장관의 문화정책에 크게 공감하면서 마음의 문을 열고 흔쾌히 박수를 보냈다.

특히 이날 국감장에서 문체위 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이상헌 의원의 유머와 재치가 넘치는 PT도 화제였다. 이 위원장은 가수 김광석의 노래 서른 즈음에를 김광석의 목소리를 학습해 부르는 ‘AI 유인촌의 영상을 띄워 여야의 첨예한 대립현장인 국감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정말 오랜만에 상대방에게 보낸 박수와, 피감기관장을 활짝 웃게 만든 감사위원의 유머와 재치는 지금까지의 그 어떤 고성과 윽박지름보다 국민들에게 더 큰 울림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아무쪼록 또 다른 국감 현장에서도 상대를 향한 박수와 웃음소리가 들려오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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