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현지시각) 진행된 애플의 신제품 공개 행사에 등장한 애플의 '비전 프로' [사진=애플 2023 스페셜 이벤트 캡처]
12일(현지시각) 진행된 애플의 신제품 공개 행사에 등장한 애플의 '비전 프로' [사진=애플 2023 스페셜 이벤트 캡처]

[뉴시안= 조현선 기자]혼합현실(MR) 디바이스 시장 경쟁에 불이 붙었다. 기존 하드웨어 시장을 선점 중이던 메타가 낮은 가격을 앞세운 새 디바이스 '퀘스트3'을 출시했고, 애플은 MR 디바이스 '비전 프로'의 보급형 제품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은 구글·퀄컴과 함께 참전을 예고한 상태다.

15일(현지시각) 외신들은 애플이 내년 초 출시를 앞둔 '비전 프로'의 보급형 제품을 개발 중이라고 보도했다. 해당 제품의 가격은 1500달러(약 203만원)~2500달러(약 338만원)선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앞서 애플은 지난 6월 열린 세계연례개발자회의(WWDC)를 통해 '공간형 컴퓨터'라고 지칭한 MR 헤드셋 비전 프로를 공개했다. 애플이 지난 2014년 발표한 애플워치 이후 수년여 만에 내놓는 하드웨어인 만큼 전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러나 비전 프로의 출고가가 3500달러(약 474만원)로 책정되면서 너무 비싸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정확히 알려지진 않았지만 비전 프로는 2300만 화소의 고화질을 갖췄으며 8K급 해상도를 구현하는 마이크로 OLED를 탑재했다. 12개의 카메라와 5개의 센서, 6개의 마이크를 탑재해 손으로 직접 조작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이에 실제 구매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이어지자 애플도 보급형 모델 개발에 대한 필요성을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아이사이트' 기능 탑재 여부로 보급형 모델과 차별점을 둘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아이사이트란 외부 디스플레이에 사용자의 눈을 보여줘 헤드셋을 착용하고도 상대방과 연결된 듯한 느낌을 유지하도록 지원하는 기능이다. 또한 카메라나 센서의 수도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카메라와 센서 개수를 줄일 경우 눈과 손 움직임, 목소리 등으로 제품을 제어하는 비전프로와 달리 별도의 입력 장치를 필요로 한다는 리스크를 가진다. 

메타 퀘스트3을 착용한 마크 주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 [사진=메타]
메타 퀘스트3을 착용한 마크 주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 [사진=메타]

이 같은 행보에는 메타가 지난달 공개한 퀘스트3도 영향을 줬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를 선도하고 있던 메타는 애플의 MR 헤드셋 발표를 목전에 두고 신제품 퀘스트3을 발표했다. 전작 대비 40% 얇아져 더 편안한 착용감을 제공한다. 미국 퀄컴의 차세대 칩셋을 사용해 2배 더 강력한 그래픽 성능을 제공하며, 4대의 카메라와 3개의 전면부 센서를 지원한다. 출고가는 499달러(국내 출고가 73만원)부터로 비전 프로의 7분의1에 불과한 수준이다. 

메타는 현재 MR 시장이 태동기에 있는 만큼 가격이 시장 확대 및 점유율 확대의 주요 변수가 될 것이라고 보고 '보급화' 우선 방침을 이어가고 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는 비전 프로 공개 직후 "우리는 가능한 한 모든 사용자가 사용할 수 있고, 경제적인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도록 혁신하고 있다"며 "이것이 우리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비전 프로와의 가격 차이는 곧 메타가 더 넓은 사용자 기반에 도달할 수 있는 기회가 되어줄 것이라는 입장이다. 실제로 메타는 시장 초기 성공을 거뒀지만 지난해 출시한 고급형 제품 '퀘스트 프로' 흥행에는 실패한 바 있다. 

또 단독 기기가 아닌 스마트 기기와의 '세트' 구성에 대해서도 주목했다. 그는 "우리가 아직 연구하지 못한 물리적 법칙에 대한 해결책은 없었다"며 "애플의 제품은 더 높은 해상도의 디스플레이를 탑재했지만, 이를 위해 약 7배 이상의 비용과 배터리·전선이 필요하다"고 말한 데 이어 지난달에도 "합리적인 가격에 MR을 즐길 수 있다", "퀘스트3은 배터리팩과 선이 없어 휴대하기 좋다"고 언급한 바 있다. 메타3은 기기 제어를 위해서는 콘트롤러가 필요하다.

삼성전자가 개발 중인 것으로 추정되는 AR 글라스. (사진=트위터 '워킹캣' 캡쳐)
삼성전자가 개발 중인 것으로 추정되는 AR 글라스. (사진=트위터 '워킹캣' 캡쳐)

삼성은 구글, 퀄컴과 함께 시장에 참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은 AR·VR 기기 등에 대한 연구를 지속해 왔다. 지난 2021년 삼성전자의 AR 글라스로 추정되는 '삼성 글라스 라이트(가칭)'의 주요 기능이 담긴 영상이 유출됐다. 일반 선글라스 형태의 안경을 쓰면 이용자의 눈 앞에 가상화면을 보여주는 기기로, 이용자들은 소파에 누워 영화·게임 등 콘텐츠를 넘어 삼성전자의 '갤럭시워치'와 PC와 호환되는 소프트웨어 등과의 연동으로 여러 작업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됐다. 또 다른 영상에는 삼성전자가 설계한 '차세대 웨어러블 컴퓨팅' 환경과 AR 서비스 내용이 담겼다. 앞서 애플이 공개한 비전 프로와의 활용 방식과 유사한 형태다. 

당시 외신들은 "삼성전자가 AR글라스 개발을 시도하는 것 같다"며 "실제 시제품보다 내부 콘셉트 영상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한 바 있다. 

그러나 올초에서야 삼성이 퀄컴·구글과의 파트너십을 발표하면서 XR 글래스 출시가 임박했다는 전망이 나오기 시작했다. 자세히 알려진 바는 없지만 퀄컴의 칩셋과 구글의 XR 소프트웨어를 탑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앞서 구글은 XR 소프트웨어 개발에 집중하기 위해 새 AR 글라스 개발 프로젝트인 '아이리스 프로젝트'를 중단한다고 밝힌 바 있다. 구글 I/O 컨퍼런스에서도 삼성의 XR 기기 출시를 위해 새 칩셋과 운영체제를 개발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출시 시기는 미정이다. 일각에서는 삼성이 애플 비전 프로 공개 후 XR 헤드셋에 대한 상세 스펙 조정을 위해 추가 개발에 돌입했다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 이르면 2024년 초 열리는 갤럭시 언팩 행사에서 삼성 XR 헤드셋의 시연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편 미국 시장조사업체 IDC는 글로벌 확장현실(XR) 시장 규모가 2022년 139억달러(약 18조원)에서 2026년 약 509억달러(약 67조원)로 4배가량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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