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은 6월 7일 의료경영 플랫폼 기업 리얼비즈와 업무협약을 맺고 ‘서비스형 기업뱅킹’ 서비스에 나섰다. [사진=하나은행]
하나은행은 6월 7일 의료경영 플랫폼 기업 리얼비즈와 업무협약을 맺고 ‘서비스형 기업뱅킹’ 서비스에 나섰다. [사진=하나은행]

[뉴시안= 이태영 기자]서비스형 뱅킹(Banking as a Service. BaaS)이 저성장과 유동성 압박에 직면한 은행에 신규 서비스 영역으로 각광받는 등 기업금융의 새 패러다임으로 떠오르고 있다.

BaaS는 금융 라이센스를 가지고 있는 금융회사가 비금융회사에 금융 기능을 맞춤형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다. 골드만삭스와 애플이 손을 잡아 2019년 출시한 ‘애플카드'가 BaaS의 대표적인 사례로 알려져 있다. 

산업간 경계가 없는 ‘빅블러시대’에 전 세계적으로 125개 은행이 BaaS를 도입했고, 실제로 많은 은행들은 BaaS 도입을 통해 손님 접점을 강화하고 사업 다각화에도 성공했다. 그러나 BaaS에 대한 높은 의존도는 자칫 은행 본연의 비즈니스를 훼손시킬 위험성이 존재, BaaS를 하나의 채널로 활용하되 지나친 의존을 피해야 한다는 점도 지적됐다.

21일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이성엽 연구위원이  ‘금융경영브리프’에서 분석한 ‘서비스형 뱅킹(BaaS)의 명과 암’ 보고서에 따르면, BaaS가 손님 기반을 강화하는데 효과적이나 다양한 리스크도 존재한다고 풀이했다. 경쟁력 있는 디지털 기술과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손님 접점을 강화하고, 고부가가치 사업을 확대하는데 강력한 채널로서 높은 활용가치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

금융서비스 기관인 S&P Global에 따르면, BaaS는 은행의 손님 기반을 강화하는데 효과적이지만, 수익성과 규제 대응 등의 리스크가 존재한다고 진단했다.

전 세계적으로 125개 은행이 BaaS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고 2026년까지 약 250억 달러 규모의 신규 수익을 창출시킬 것으로 전망되는 기회의 영역이다.

KB국민은행은 BaaS 사업의 일환으로 오픈 API를 활용한 외부 플랫폼에 기업금융 서비스 환경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기업금융 비대면 플랫폼 구축했다. [사진=KB국민은행]
KB국민은행은 BaaS 사업의 일환으로 오픈 API를 활용한 외부 플랫폼에 기업금융 서비스 환경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기업금융 비대면 플랫폼 구축했다. [사진=KB국민은행]

다만, BaaS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투자와 규제 비용이 수반되는 만큼 은행의 단기 수익성을 약화시킬 우려가 있고 사업의 지속성과 브랜드 가치를 훼손시키는 요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우선 BaaS를 제공하는 미국 지역 은행들의 2023년 2분기 예금 증가율은 2.2% 증가한 반면, 자산규모 100억 달러 미만의 BaaS 미제공 은행들은 0.8% 감소한 사실이 주목된다.

또한 제휴사의 강력한 플랫폼을 활용해 결제 및 투자 예치금 관리 등 비이자수익을 창출하는데 용이하며, 미국 Coastal Financial Corp.의 경우 BaaS를 통해 창출되는 비이자수익이 전체 순이익의 49%를 차지했다.

아울러 BaaS 도입 은행은 파트너사와 공동의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영역을 물색하는데, 미국 내 BaaS 도입 은행의 여신 손님은 65%가 소비자 및 기타로 분류된 반면, 지역 은행은 전체 여신의 68%를 상업용 부동산이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단기 수익성 약화 및 사업 지속성과 브랜드 가치 측면에서 부정적인 면으로 부각됐다. 추진력 있는 BaaS 사업 전개를 위해서는 디지털 기술 구축 및 규제 대응 비용이 수반되며, 파트너십에 대한 높은 의존도는 사업 지속성에 리스크로 작용된다는 것.

신한은행은 9월 26일 서비스형 은행(BaaS) 시장 선도를 위해 국내 기업과 응용 프로그래밍 전산망(API) 협업에 나섰다. [사진=신한은행]
신한은행은 9월 26일 서비스형 은행(BaaS) 시장 선도를 위해 국내 기업과 응용 프로그래밍 전산망(API) 협업에 나섰다. [사진=신한은행]

또한 수익성 리스크로 BaaS 구현을 위한 API 개발 및 빅테크 수준의 UI/UX 구축과 보안성 확보를 위한 대규모 투자로 골드만삭스 같은 대형은행부터 루이스&클라크 같은 소형은행까지 단기간 수익창출에 실패한 점을 짚었다.

특히 은행과 BaaS 파트너 간의 관계에는 공동으로 충족해야 하는 법률 및 규정 준수 의무가 존재하는데, 미국 블루 릿지은행의 경우 최근 1년간 BaaS 규제 대응 비용으로만 1100만 달러를 지출했다.

파트너십 리스크도 제기됐다. 파트너사가 자체 은행 라이선스를 획득하거나, 독점적 파트너십 관계를 파기할 경우 은행은 손님을 잃고 대규모 금융손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

포브스는 지난 5월 6일 은행의 BaaS 도입 확산이 자칫 은행 브랜드의 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BaaS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은 서비스 본연의 가치에 집중하는 경향이 강하며, 은행이 아닌 핀테크에 대한 높은 브랜드 충성도를 갖고 있는 것이 특징이라고 지적했다.

BaaS를 하나의 은행 채널로 활용하되, 지나친 의존은 지양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국내 은행들도 아직 초기 단계지만 BaaS 관련 상품을 속속 출시하는 등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경쟁력 있는 기업과 제휴를 통해 기업 고객 속의 개인/기업 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수단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어 주목된다.

농협은행은 지난 1월 그룹 대표 앱인 'NH올원뱅크'에 서비스형 플랫폼 기반 클라우드 시스템과 마이크로 서비스 아키텍쳐(MSA)를 적용한 바 있다. [사진=농협중앙회]
농협은행은 지난 1월 그룹 대표 앱인 'NH올원뱅크'에 서비스형 플랫폼 기반 클라우드 시스템과 마이크로 서비스 아키텍쳐(MSA)를 적용한 바 있다. [사진=농협중앙회]

신한은행은 지난 2021년 6월 더존비즈온과 제휴해 더존비즈온이 보유하고 있는 49만 기업 고객과 기업 내 임직원 개인 고객을 유치에 나섰다. 또한 9월 26일 BaaS 시장 선도를 위해 국내 기업과 응용 프로그래밍 전산망(API) 협업에도 적극적이다.

하나은행은 6월 7일 의료경영 플랫폼 기업 리얼비즈와 업무협약을 맺고 ‘서비스형 기업뱅킹’을 통해 퇴직연금 부담금 산정부터 생성 및 이체까지의 과정을 간편하게 처리할 수 있는 서비스에 나섰다.

KB국민은행은 BaaS 사업의 일환으로 오픈 API를 활용한 외부 플랫폼에 기업금융 서비스 환경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기업금융 비대면 플랫폼 구축했다.

농협은행은 지난 1월 그룹 대표 앱인 'NH올원뱅크'에 서비스형 플랫폼 기반 클라우드 시스템과 마이크로 서비스 아키텍쳐(MSA)를 적용한 바 있다.

국내 1호 인터넷은행이라는 수식어에 맞게 케이뱅크도 9월 24일 '서비스형 뱅킹'을 발표했다.

보고서는 국내 은행은 전통적인 영업의 범주를 뛰어넘어 손님이 필요로 하는 뱅킹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BaaS 생태계 구축 및 기술 확보를 위한 투자를 지속할 필요성도 제기했다. 다만, BaaS에 대한 높은 의존도는 은행 본연의 비즈니스를 훼손시킬 위험성이 높으며, 이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빅/핀테크의 손님기반을 더욱 강화시킬 가능성도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성엽 연구위원은 “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상품개발 경쟁력을 바탕으로 강력한 기술 인프라(개발+인력)를 보유함으로써 빅/핀테크의 의존도를 낮출 수 있는 전략적 의사결정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저작권자 © 뉴시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