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기관이 동일한 전산망을 두고 한쪽에선 해킹이 가능하다며 문제 제기를 했고, 다른 쪽에선 전혀 그렇지 않다고 맞서고 있다. 국민들로선 누구 말이 맞는 지 혼란스럽기만 하다. 무엇보다 그 전산망이 자유민주주의 뿌리인 투·개표를 포함한 선거를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보니 국민의 관심과 걱정이 클 수 밖에 없다.

과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관리 내부망 해킹 가능성의 진실은 무엇인가.

중앙선관위·국가정보원·한국인터넷진흥원은 선관위의 요청에 따라 합동 보안 점검팀을 구성하고 국회 교섭단체가 추천한 여야 참관인들의 참여 아래 717일부터 두달여 동안 선관위 내부망에 대한 보안 점검을 실시했다.

국정원은 최근 선관위 내부망 해킹이 가능하고, 사전투표 및 개표 결과를 포함한 선거 관련 시스템을 조작할 수 있다며 점검 결과를 발표했다. 국정원은 국제 해킹 조직이 통상적으로 사용하는 해킹 수법을 통해 선관위 시스템에 침투할 수 있었다북한 등 외부세력이 의도할 경우 어느 때라도 공격이 가능한 상황이었다고 발표했다.

전체 유권자 정보가 저장된 통합 선거인 명부 관리 시스템에 대한 정보도 탈취가 가능했다는 국정원의 설명이다. 이뿐 아니다. 점검 과정에서 인쇄 테스트 프로그램을 통해 사전 투표 용지를 대량으로 인쇄할 수 있었고, 개표결과도 조작이 가능했다. 개표 결과가 저장되는 개표 시스템은 안전한 내부망(선거망)에 설치 운영하고 접속 패스워드로 철저하게 관리해야 하지만, 보안관리가 미흡해 해커가 개표 결과 값을 변경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사전 투표용지의 무단 인쇄도 가능했다. 실제 사전 투표 용지와 QR코드가 동일한 투표지에 대한 무단 인쇄가 가능했는데 선관위 기관 도장 등 용지 기재 정보가 탈취 가능했다.

다만, 국정원은 과거 선거시스템에 대한 해킹 공격 여부에 대해서는 이번 조사 대상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조사 결과에 대해 합동점검팀의 일원인 선관위는 즉각 별도의 반박자료를 내고 선거결과 조작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선관위는 이번 보안점검은 선관위의 요청으로 3자 합동으로 진행됐다부정선거 방지를 위한 법적 제도적 장치 등을 배제하고 단순히 기술적인 해킹 가능성만 부각했다고 주장했다.

선관위는 또 우리나라 투·개표는 실물 투표와 공개 수작업 개표 방식인데다 수많은 사무원 참관인 선거인 등이 지켜보기 때문에 개표 결과 등 조작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해킹을 통한 사전 투표용지 무단 인쇄 및 사전투표 현황 조작과 관련해서도 내부 조력자없이는 데이터 위·변조가 불가하기 때문에 사실상 어렵다는 게 선관위 설명이다.

선관위는 단순히 기술적인 해킹 가능성만 부각하는 것은 선거불복을 조장해 사회통합을 저해하고, 국민 불안과 사회 혼란을 야기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들 3개 기관은 합동으로 보안점검을 실시했지만, 당초 계획과 달리 점검 결과는 따로 따로 발표했다.

이와 관련, 김용빈 중앙선관위 사무총장은 얼마 전 국정감사에 출석해 “(국정원과) 입장차가 커서 조율 과정에 시간이 걸려 보도자료 자체를 따로 발표하기로 했다고 해명했다. 김 사무총장은 국정원은 기술적인 문제만 부각시키려 했지만, 선관위는 기술적인 문제만 부각되면 일각의 부정선거 시비에 휘말릴 수 있다고 봤다해킹 관련 (점검)은 보안 관제시스템을 열어 놓고 했다는 것과 국민의 오해를 사지 않도록 다른 법적·제도적 장치가 있다는 부분도 반드시 결과 보고서에 들어가기를 희망했으나 반영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김 사무총장은 “(이번 점검결과) 선관위 시스템이 너무 무력하다는 게 밝혀진 것은 맞다고 선관위 시스템의 취약성을 인정했다. 그는 이번 점검 결과를 차제에 선관위 보안 시스템 강화에 힘쓰겠다는 자료를 남기기를 원했다고 덧붙였다.

한 나라의 선거관리시스템은 완벽해야 한다. 해킹공격 등으로부터 100% 안전하다는 확신이 있어야 한다. 1%라도 빈틈이 보인다면, 그 틈을 메우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그런 만큼 중앙선관위는 해킹이 불가능하다는 말만 되풀이할 게 아니라, 혹시라도 빈틈이 없는 지 철저히 관리해야 할 것이다.

총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중앙선관위는 내가 던진 한표가 투명하고 공정하게 민의로 온전히 반영된다는 믿음을 유권자들에게 심어줘야 한다. 이건 여·, 진보·보수의 문제가 아니다. 김수찬 뉴시안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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