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승계입법추진위원회 위원장인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과 곽수근 서울대 교수, 중소기업단체협의회 단체장 등이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기업승계 세제개편안 입법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DB]
기업승계입법추진위원회 위원장인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과 곽수근 서울대 교수, 중소기업단체협의회 단체장 등이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기업승계 세제개편안 입법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DB]

[뉴시안= 이태영 기자]우리나라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의 고령화 문제가 심각하다. 2021년 기준 국내 중소기업 CEO의 평균 연령은 54.8세이고, 60세 이상 CEO의 비율은 31.6%이며, 70세 이상 비율 역시 5%에 달한다. 고령 CEO의 원활한 경영 은퇴와 기업승계를 위한 관심과 지원이 중요한 시점이라는 제언이 나왔다.

1일 IBK기업은행경제연구소가 내놓은 ‘중소기업 CEO리포트(11월호)’ 보고서에 따르면, 경제 성장을 이끌어 온 베이비붐 세대 창업자들의 고령화로 인해 대한민국은 이제 2세대 혹은 3세대 경영자들이 기업을 승계해야 하는 중요한 전환기에 놓여 있다. 하지만 다음 세대의 후계자 부재로 인해 중소기업의 성장이 제한되거나 폐업으로 이어지는 등 중소기업의 기업승계 문제가 피할 수 없는 중요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가업승계는 가족경영을 기반으로 한 기업의 소유권과 경영권을 상속이나 증여를 통해 가족이나 친인척 등 혈연에게 승계하는 것을 지칭한다. 가업승계 외에도 ‘친족 외 승계’와 ‘사업승계형 인수·합병M&A’이 있다. ‘기업승계’는 이 3가지를 모두 포괄하는 개념이다.

[도표=IBK기업은행경제연구소]
[도표=IBK기업은행경제연구소]

기업승계는 기업의 장기 존속과 일자리 유지, 기업 간 거래 생태계 지속 등 승계 후 기업의 경영 안정과 영속성 도모에 방점을 둔다.

보고서는 “기업승계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는 또 다른 이유로는 기업승계에 대한 우리 사회의 부정적 인식을 꼽을 수 있다”며 “기업승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부정적이기 때문에, 법 개정 시마다 ‘부자감세’라는 벽에 부딪히게 된다. 하지만 기업승계와 일반 상속·증여가 엄연히 다르다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일반 상속은 큰 노력 없이도 물려받는 자산을 유지하고 증식할 수 있으며, 자산이 온전히 개인에게 귀속되는 개인의 문제다. 반면, 기업승계는 후계자가 선대가 일군 기업을 물려받아 성장·발전시켜 나가려는 강한 의지와 책임감이 필요하다. 기업승계는 기업의 성장과 유지를 통한 성과가 근로자와 거래처 등에 분배되고, 국가와 지역경제 성장으로 이어지는 사회 공동의 문제라고 볼 수 있다는 것.

[도표=IBK기업은행경제연구소]
[도표=IBK기업은행경제연구소]

중소기업중앙회의 ‘2022년 중소기업 가업승계 실태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 대표와 임원들이 느끼는 ‘가업승계 과정에서 가장 걱정되는 부분’으로 ‘막대한 조세 부담’이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이어 ‘가업승계 관련 정부 정책 부족’이 28.5%, ‘후계자에 대한 적절한 경영 교육 부재’가 26.4%를 나타냈다.

한국의 상속세 최고세율은 50%로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 회원국 중 일본(55%)에 이어 2위지만, 최대주주에게 붙는 할증(세금의 20%)까지 합치면 세율이 최고 60%로 뛰어 회원국 중 상속세율이 가장 높은 축에 속한다. OECD 평균은 25%로 한국보다 한참 낮고, 상속세가 없는 회원국도 15곳에 이른다.

보고서는 “기업승계가 불발돼 기업의 소멸로 이어질 경우 적지 않은 손실이 초래된다”며 “기업을 경영하던 가족은 소득원과 일자리 상실로 생존 및 복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고, 기업은 축적된 기술과 노하우 등 유·무형의 자산이 소멸된다. 일자리 감소 역시 국가 경제 차원에서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도표=IBK기업은행경제연구소]
[도표=IBK기업은행경제연구소]

국내 중소기업은 승계를 통해 기업을 이어 나가고 있고, 후계자가 승계하지 않을 경우 폐업이나 매각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중소기업중앙회 조사 결과, 창업자를 제외한 78.4%가 가족 승계로 대표자를 선임했으며, 기업승계를 하지 않을 경우 폐업·매각을 고려한다는 비율이 52.6%에 달했다. 기업승계는 비단 중소기업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국가 경제 차원에서도 매우 중요한 문제라는 것.

보고서는 “우리나라는 기업의 경영권 승계에 대해 제도적 지원이 적극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으나, 이미 해외에서는 많은 국가가 상속세를 폐지하는 등 상속세를 완화·폐지하는 것이 국제적 추세다”며 “경영권 승계 시 발생하는 상속세에 대한 부담을 덜어내 경제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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