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가 출시한 A.(에이닷) 전화 실제 사용 사진 [사진=조현선 기자]
SKT가 출시한 A.(에이닷) 전화 실제 사용 사진 [사진=조현선 기자]

[뉴시안= 조현선 기자]수년 전 아이폰 통화녹음 앱(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하면서 체험기를 작성한 적이 있습니다. 돌이켜보면 거의 '1세대' 아이폰 통화녹음 앱입니다. 기술적으로 아쉬움이 컸지만 당시엔 아이폰에 통화 녹음이 가능하다는 것만으로도 높게 평가됐습니다. 또 얼마나 개선됐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통화녹음 서비스에 대해 회의적인 소감을 갖게 된 배경입니다.

앞서 SK텔레콤은 인공지능(AI) 컴퍼니로의 도약을 예고했습니다. 4차산업혁명시대를 맞이해 챗 GPT가 쏘아올린 인공지능의 공으로 너도나도 AI 기술을 강조하는 상황이니 국내 1등 통신사이자 든든한 ICT 패밀리사를 갖춘 SK에는 어쩌면 놀랍지 않은 일입니다.

그간 SKT가 일방적으로 AI 컴퍼니로의 도약을 주입했다면, 대중을 상대로 단숨에 화제가 된 키워드가 있습니다. A.(에이닷) 전화입니다.

아이폰도 통화녹음 가능

SKT가 AI 개인비서를 자처했습니다. 음성통화에 집중됐던 기존의 전화 서비스와 달리, 인공지능을 활용해 통화 내용의 맥락을 분석하고 통화 유형과 요약을 제공합니다. 통화녹음 기능 뿐만 아니라 제법 정확한 받아쓰기, 이를 기반으로 한 통화 요약을 제공해 효율성을 높였다는 설명입니다.  

조건은 이렇습니다. "HD보이스 통화가 가능한 디바이스를 쓰는, SKT 이용자가, 최초 이용 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에 동의한 경우에 한해."

통화녹음은 자동녹음을 설정하거나, 녹음이 필요할 때 통화 화면에서 수동으로 켜고 끌 수 있습니다. 발신 시에는 에이닷 앱 내에서 직접 키패드를 입력하거나, 연동된 전화번호를 탭하는  방식입니다. 개인적인 견해로는 UI도 기본 전화 앱과 비슷해 이질감도 없고요. 마찬가지로 전화 수신시에도 에이닷 전화에 가입해 있다면 일반 통화 앱이 아닌 에이닷 전화로 바로 연결됩니다. 

한 고객이 에이닷을 이용해 통화하는 모습. [사진=SK텔레콤]
한 고객이 에이닷을 이용해 통화하는 모습. [사진=SK텔레콤]

 통화가 종료되면 녹음 파일이 앱 데이터 형태로 이용자의 디바이스에 저장되며, 음성 파일과 함께 채팅 형태의 텍스트 파일을 제공합니다. 통화 녹음에 그치지 않고 AI를 활용해 통화 전체를 한 줄로 요약해 주고, 통화 문단을 상세로 요약하거나 통화별 대표 태그, 통화 중 언급된 일정·전화번호·계좌번호 등 패턴을 AI가 제안해 활용도를 높였습니다. 앱 데이터로 저장된 녹음 파일들은 앱 삭제나 에이닷 탈퇴·에이닷 전화 탈퇴(약관 철회)·사용자의 통화 요약 삭제 시 삭제됩니다. 1년 이후에도 자동 삭제되니 필요 시 별도로 보관해야 합니다.

받아쓰기·통화 음질이 별로다?

실제로 써 보니, 에이닷은 생각 이상이었습니다. 

기존 통화녹음 앱은 수신자에게 걸려온 전화를 자체 녹음하는 대신 인터넷 전화로 착신을 전환하고, 이를 녹음하는 시스템입니다. 수·발신자 각자의 통신망의 영향을 크게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때문에 목소리가 작게 들리거나 잡음이 섞이고, 딜레이가 발생하는 등 통화 품질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한계점을 가집니다.

또 통화녹음 앱 자체는 무료일지 몰라도 해당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이용 중인 통신사에 착신 전환 부가 서비스를 별도로 신청해야 해 번거롭습니다. 가격에 따라 저장 용량과 기간에 차등을 두기도 하고요.

반면 에이닷은 별도 부가 서비스 없이 앱 하나만으로 즉시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인터넷 전화라는 점은 같지만 SKT의 자사 통신망을 이용하는 만큼 높은 통화 품질을 제공합니다. 에이닷은 1시간이 넘는 장시간의 통화도 딜레이 없이 정확하고 또렷하게 들렸습니다. 상대방에게 제 목소리 역시 마찬가지로 잘 들렸다고 하네요. 에이닷의 통화 품질이 실망스러우셨던 분들은 꼭 타 앱을 써 보길 추천합니다.

기본은 여기까지입니다. 인공지능 기반의 텍스트 변환 기능도 꽤 만족스러웠습니다. 시험 삼아 평범한 기사를 주욱 읽자 갑자기 맥락에 맞지 않는 단어가 등장해 황당했지만 대화를 누르면 그 부분의 음성을 다시 들을 수 있도록 해 불편하지 않았습니다. 대화 분석을 통해 '업무', '일상' 등으로 나눠 정리해 주는 점도 워라밸을 중시하는 MZ에겐 중요하니까요.

통화 요약이 특히 훌륭하다고 느꼈습니다. 주말 약속에 대해 나눈 통화는 '산 등반과 먹방 대화'로, 이른 아침 교통 체증을 걱정하는 통화는 '내일 출근길 걱정하는 나'로 요약해 줬습니다. 취재 통화도 훌륭하게 기록합니다. 미팅 일정 조율 통화는 ' 기업 XX와의 미팅 일정 조 율'로 요약하고, '일정' 기능을 제공 하며, 언급된 미팅 일자에 'XX XXXXX 확인'의 제목으로 'A. 캘린더에 등록하기', '내보내기' 등의 기능을 제공합니다. 

그럼에도 별도의 이용료가 없습니다. 아직은요.  

에이닷이 겪는 성장기  

물론 모두 좋다는 건 아닙니다. 디자인이 투박하다는 평도 있고, 통화 녹음 관련 외의 기능을 얼마나 쓰겠냐는 회의적인 의견도 있습니다. 

간혹 실수도 합니다. 에이닷을 설치하고 약관에 동의하게 되면 기본 전화가 에이닷으로 설정됩니다. 논리상으로는 어플을 삭제할 경우 다시 기본 어플로 돌아와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오류가 있어 에이닷으로 걸려오는 일부 전화가 수신이 지연되는 경우도 발견했습니다. 

쉽게 말해 A·B 모두 에이닷 앱을 사용하던 상황에서 A가 앱을 지웠습니다. 이 상황에서 B가 기본  전화가 아닌 에이닷으로 전화를 걸면 A의 폰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소립니다. 서비스 초기 단계이고, SKT 측도 이를 인지하고 수정 중에 있다고 하니 곧 반영되겠죠. 또 타인의 통신사, 이용 요금제 등에 구애받지 않는다고 SKT는 강조했습니다. 실제로 타 통신사의 지인들과도 문제 없이 잘 사용하고 있습니다.  참, 에이닷은 이에 대한 통화 역시 'SKT와 통화 오류에 대한 고민', '에이닷 전화 앱 삭제 후 수신 지연 문제에 대한 상담' 등으로 요약했습니다. 

정신없는 상황에서 쏟아진 전화의 모든 것을 다시 기억해 내기엔 우리는 하루하루 노화하고 있습니다. 대중은 피부로 체감하는 변화를 통해 기술의 발전을 실감합니다. 예컨대 챗GPT에 대해 설명하는 대신 "강원도 속초 3박4일 여행 코스 추천해 줘"라는 질문을 직접 물어보도록 했을 때의 반응이 더 확실한 것처럼요. 만약 당신이 아이폰 유저이고, SKT의 고객이라면 에이닷을 꼭 누려보길 바랍니다. 우리의 생각보다 성큼 다가온 AI를 느낄 수 있습니다. 

SK텔레콤 A. 로고 [사진=SK텔레콤 제공]
SK텔레콤 A. 로고 [사진=SK텔레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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