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오크스를 통해 충전을 시작하면 천장에 설치된 충전기에서 케이블이 자동으로 내려온다. [사진=조현선 기자]
키오크스를 통해 충전을 시작하면 천장에 설치된 충전기에서 케이블이 자동으로 내려온다. [사진=조현선 기자]

[뉴시안= 조현선 기자]주차 후 키오스크에서 충전을 선택하면 천장에서 내려온 충전 케이블을 연결해 충전을 시작한다. 충전이 완료되면 LG유플러스의 '볼트업' 앱(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고객에게 충전 완료 알람이 전해진다. 알림을 받은 고객은 주차장으로 내려와 충전기를 제거하면 케이블이 자동 수거된다. 이용자들은 따로 케이블을 정리할 필요가 없어 편리하고, 시설 관리자 입장에서는 지저분한 케이블 없이 깔끔한 공간을 유지할 수도 있다. 

50만 전기차 시대, 이른바 '집밥' 대란을 잠재울 'K(한국형)-전기차 충전기'의 탄생이다.  

지난 3일 경기도 성남시의 전기차 충전기 제조사 제니스코리아 연구실에서 LG유플러스와 한화 건설부문이 공동 개발한 천장형 충전기 시스템을 체험했다. 제니스코리아가 설계를 완성했고, 한화 건설부문이 구축을 돕고, LG유플러스가 운영 및 관리 전반을 맡았다. 사용자 편의를 위해 앱 내 결제와 전용 카드 결제를 모두 지원하며, LG유플러스 모바일 고객에게는 충전 요금의 10%를 할인해 준다.

이태엽 LG유플러스 전기차충전사업단 책임은 "LG유플러스의 이번 서비스는 한국의 특성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주차 공간이 좁고 주차면도 좁은 데다 전기차 인프라에 대한 사용자 불편이 크다"며 "비교적 제약이 덜한 천장 시스템을 떠올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천장에 충전 공간을 마련한 덕분에 기존 전기차 충전 서비스 대비 주차 공간 효율이 약 7%가량 개선됐다는 설명이다. 기존 충전기 서비스가 충전기의 공간 뿐만 아니라 이를 보호하기 위한 볼라드(보호 구조물)까지 추가 설치가 필요했던 탓이다. K-전기차 충전기라는 이름이 붙은 배경이다.

새 충전 서비스는 하나의 장치로 3대의 차량을 동시 충전할 수 있다. 충전 속도는 각 7kW(킬로와트)·3kW·3kW 수준이다. 모두 일반 완속 충전급이다. 가장 먼저 연결된 1채널의 차량에는 7kW(킬로와트)의 충전 속도를 제공하며 나머지 2개 차량에 대해서는 3kW 속도로 충전된다. 

2번째로 연결돼 있던 차량이 앞서 온 차량의 충전이 완료되자 자동으로 7kW(킬로와트) 속도로 전환돼 충전되고 있다. [사진=조현선 기자]
2번째로 연결돼 있던 차량이 앞서 온 차량의 충전이 완료되자 자동으로 7kW(킬로와트) 속도로 전환돼 충전되고 있다. [사진=조현선 기자]

최근 전기차 보급에 속도가 붙으면서 전기차 인프라에 대한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관련 법령에 따라 세대 내 전기차 충전소가 보급되고는 있지만 턱없이 부족하고, 대부분이 완속 충전으로 이뤄진 만큼 하염없이 차를 세워둘 수 밖에 없어서다. 때문에 '집밥' 쟁탈전도 벌어진다. 충전이 끝난 전기차 차주에게 차량을 옮겨달라는 연락을 주고받는 것도 부지기수다. 주변에 마땅한 전기차 충전소가 없고, 아침에 차량을 운행하기 위해 충전해야 하지만 자리가 없는 경우 늦은 시각에도 무리한 부탁을 전하는 탓에 이웃간 얼굴을 붉히는 경우도 종종 있다. 실제로 전기차 차주들의 경우 자신의 아파트 외에 주변 공영 주차장이나 대형마트에 들러 차를 충전하는 불편을 겪어야 했다.

이에 LG유플러스 측은 1채널 차량의 충전이 완료되면 순차적으로 2·3채널 차량의 충전 속도가 자동으로 7kW로 상향되는 점을 특징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1채널의 차주가 충전기를 해제하지 않아도 알아서 충전량을 감지해 조절하는 순차 충전 방식으로 비교적 단시간 내 2·3채널의 충전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특히 대부분의 전기차 차주들은 완전 방전 상태까지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시연했던 상황과는 달리 퇴근 후 충전하는 것만으로도 완충이 가능할 것이라는 게 LG유플러스 등의 설명이다.

이 처럼 '통신 기업' LG유플러스가 난데없는 전기차 충전기 사업 시장에 뛰어든 것은 시장에 뚜렷한 선도 사업자가 없다고 본 데 따른 것이다. 

국내 전기차 이용자 수는 정부의 지원 확대 및 산업 발전으로 급격한 증가세에 있다. 국토교통부·환경부에 따르면 올해 9월 기준 국내 전기차 누적 보급대수는 50만여대로, 지난해에만 16만4000대가 신규 등록됐다. 2030년 말까지 총 420만대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미흡한 충전기 운영 및 사후관리와 파편화된 기존 충전소의 효율성 문제는 여전히 숙제다. 전국에 마련된 충전기는 24만9300기에 불과하고, 관련 인프라가 전기차 보급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도 수년째다.

전기차 인프라 미비에 대한 아우성이 커지자 최근 환경부는 전기차 충전기 의무 설치 규정을 강화했다. 신축 건물에만 전기차 충전기 의무 설치 규정을 적용했던 기존과 달리 기축 건물로 확대한 것이다. 이에 따라 오는 2025년 1월28일까지 100세대 이상의 기축 건물은 총 주차면의 2%, 신축은 5%의 전기차 충전시설 및 전용주차구역을 확보해야 한다. 

왼쪽부터 김태경 집풀엔지니어링 부사장, 강승훈 한화 건설부문 개발사업본부 차장, 마상우 LG유플러스 전기차충전사업단 책임, 이상민 제니스 대표. [사진=LG유플러스]
왼쪽부터 김태경 집풀엔지니어링 부사장, 강승훈 한화 건설부문 개발사업본부 차장, 마상우 LG유플러스 전기차충전사업단 책임, 이상민 제니스 대표. [사진=LG유플러스]

이에 LG유플러스는 전기차 충전시장 공략을 본격화했다. 지난해 12월 한화 건설부문과 전기차 충전기 개발을 위한 계약을 맺었다. 집풀엔지니어링과 한화 건설부문, LG유플러스, 제니스코리아가 손잡게 된 이유다. 이를 기반으로 LG유플러스는 지난 2분기에는 컨퍼런스 콜 당시 전국 공동주택 완속충전시장을 중심으로 3년 이내에 '톱3' 사업자에 들겠다는 목표를 밝히기도 했다. 이들의 K-전기차 충전기 사업은 일단 순항하는 분위기다. 충전기에 대한 문의도 예상 목표를 뛰어넘는 수준이며, 이름을 알 만한 기업과 기관에서도 러브콜이 쏟아진다는 것.

마상우 LG유플러스 EV충전사업단 책임은 "전기차 충전 사업은 단기간에 투자 회수가 가능한 구조는 아니다"라며 "통신사와 건설사, 충전기 제조사, 기획사가 다 모여 상생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드는 데에도 의미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새 천장형 충전기는 내년 준공되는 한화건설의 아파트 브랜드 포레나 단지에 최초 적용될 예정이다. 강승훈 한화 건설부문 개발사업본부 차장은 기존 단지에도 주민들의 요청이 있을 경우 해당 제품으로 교체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LG유플러스는 최근 포커스미디어 엘리베이터 TV가 설치된 대단지 아파트와 오피스 빌딩을 중심으로 전기차 충전기를 올해 1만 대, 2026년까지 5만 대를 설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특히 카카오모빌리티와의 전기차 충전 사업 합작 법인에 대한 기업결합 심사가 끝나면 전기차 충전 시장 선점 계획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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