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을 빚은 넥슨 '메이플스토리'의 홍보 애니메이션 영상 속 한 장면. [사진=넥슨]
논란을 빚은 넥슨 '메이플스토리'의 홍보 애니메이션 영상 속 한 장면. [사진=넥슨]

[뉴시안= 조현선 기자]게임 업계가 다시 '남성 혐오' 논란으로 발칵 튀집혔다. '집게 손가락'으로 시작된 논란의 중심에 선 스튜디오뿌리와 넥슨이 사과문을 게시했고, 주요 게임사들이 도마에 올라 뭇매를 맞았다. 페미니즘에 대한 공격이 확산되며 게임업계 전체의 '백래시'로 이어지는 가운데 결국 창작자의 자기 검열 등의 영향으로 업계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주말 새벽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넥슨의 '메이플스토리' 애니메이션 홍보 영상에 등장하는 게임 캐릭터의 집게 손가락 모양에 대해 '남성 혐오'라며 논란이 제기됐다. 외주업체인 스튜디오 뿌리가 한국 남성을 조롱하는 의미의 해당 제스쳐를 영상에 고의로 삽입했다는 것이다. 일부 유저들은 해당 이미지를 그린 직원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찾아내 '해당 계정이 페미니즘 지지 게시물을 올렸다'며 고의적 남혐이라고 주장했다. 

집단적인 항의가 이어지자 넥슨은 즉각 조치했다. 논란이 된 지 약 4시간여 만에 해당 영상을 비공개 처리하고 사과하면서도 "타인에 대한 혐오를 공공연하게 드러내는 문화와, 그 문화를 향유하는 사람들이 게임을 유린하지 않도록 절대 허락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스튜디오뿌리 역시 "고의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스마일게이트, 카카오게임즈 등도 같은 이유로 일제히 사과문을 냈다.

해당 문제는 다시 한번 게임업계 전반으로 퍼지는 분위기다.

일부 유저는 펄어비스의 PC MMORPG '검은사막'에 등장하는 아이템 '흑정령의 발톱'이 집게손가락 모양이라고 주장했다. 해당 아이템은 2015년 등장한 아이템이다. 이에 전날 오후 펄어비스는 공지를 통해 "일부 부적절한 표현들에 대해 확인을 진행 중"이라며 "모두 빠짐없이 명확하고 상세히 조사를 진행하고 있고 그 외 다른 부분까지 광범위하게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또 "조사의 결과와는 별개로 말씀해주신 내용 중 이미지나 동작 등은 빠르게 수정 반영하겠다"며 "심려를 끼쳐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아직 출시도 전인 개발작에도 논란이 불거졌다. 위메이드커넥트가 서비스하고 코드캣이 개발 중인 액션 RPG '로스트소드' 홍보 영상에도 '집게 손가락' 제스쳐가 들어갔다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이에 개발진은 "애니메이션 컷 사이를 작업하는 과정에서 해당 장면이 나오게 됐다"며 "전수조사를 거쳐 오해의 소지가 있는 부분은 모두 꼼꼼하게 확인해 수정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일부 게임사는 선제적 대응에 나서기도 했다. 네오위즈는 논란을 의식해 턴제 RPG '마스터 오브 나이츠'의 영상이 스튜디오뿌리의 작업물이라는 점을 고려해 해당 영상을 비공개 처리했다.

비판적으로 보는 시선도 존재한다. 여성 유저에 대한 배려는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게임 산업의 주 고객층으로 꼽히는 일부 남성들로부터 '반페미니즘 기조'를 게임사의 사과로 하여금 이를 확인받는 듯한 행위가 이어진다는 입장이다. 로스트소드는 개발사의 전작이 '남성향' 작품이라는 점을 덧붙인 점도 이같은 주장에 힘을 싣는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일부 여성 유저들은 대형 게임사들이 게임 산업의 주요 고객층으로 꼽히는 남성 유저들을 의식해 재빠르게 사과한 점에 대해 '불매'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흔히 쓰는 손가락 모양을 두고 넥슨과 스마일게이트, 카카오게임즈 등으로부터 '남성 혐오'라는 점을 인증당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업계에서는 해당 논란이 이어질 경우 결국 시장 축소 등의 악영향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했다. 남초 커뮤니티의 일부 이용자로부터 시작된 안티 페미니즘 기조가 개발자 및 창작자의 자기 검열 수준을 높히면서 창작의 자유를 억압받는다는 것이다. 또 업계 전반으로 번진 흐름이 또 다시 사회로 나아가 '성별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최근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페미니스트 직원을 색출해야 한다거나, '여대' 출신은 서류 전형에서부터 걸러낸다는 후기가 다수 게시돼 공분을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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