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해사기구(IMO)가 선박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오는 2050년까지 제로화하겠다는 목표를 채택함에 따라 세계적으로 친환경 선박 시장이 떠오르고 있다.  현대미포조선이 건조한 세계 최초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 ‘로라 머스크호’의 모습. [사진=HD현대 제공]
국제해사기구(IMO)가 선박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오는 2050년까지 제로화하겠다는 목표를 채택함에 따라 세계적으로 친환경 선박 시장이 떠오르고 있다.  현대미포조선이 건조한 세계 최초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 ‘로라 머스크호’의 모습. [사진=HD현대 제공]

[뉴시안= 이태영 기자]국제해사기구(IMO)가 선박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오는 2050년까지 제로(zero)화하겠다는 목표를 채택함에 따라 세계적으로 친환경 선박 시장이 떠오르고 있다. 향후 녹색해운항로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이와 관련된 친환경 선박, 친환경 연료 인프라 등의 수요가 크게 증가할 전망이어서 관련 투자에 대해 산업계와 금융권이 주목하고 있다. 정부도 친환경 선박으로의 전환을 독려하고 있으나 연료 공급망, 제도·인식 부족 등 아직 갈 길이 멀다.

7일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가 내놓은 ‘친환경 선박 연료와 녹색해운항로 경쟁’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7월 열린 해양환경보호위원회 제80차 회의(MEPC 80)에서 국제해사기구는 탄소 배출량 감축 목표를 기존 50%에서 100%로 상향하고 중간 점검 지표도 제시했다. 해운산업은 연간 약 10억 톤의 탄소를 배출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국제해사기구(IMO)의 ‘2050 탄소중립’ 목표에 따라, 친환경 선박 연료 공급 가능 여부가 향후 항만의 경쟁력을 결정짓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윤현수 해양수산부 해운물류국장이 11월 14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친환경 선박연료 공급망 구축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현수 해양수산부 해운물류국장이 11월 14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친환경 선박연료 공급망 구축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부도 2030년까지 국내 항만에서 친환경 선박 연료 공급 비율을 30%로 확대키로 했다. 또 국적 외항선과 관공선 총 317척을 친환경 선박으로 전환하는 등 동북아 친환경 선박 연료 공급 거점 항만으로의 도약을 위해 ‘친환경 선박연료 공급망 구축방안’을 발표하는 등 규제 개선을 포함해 제도 마련에 나섰다. 세계적으로 친환경 연료 생산시설과 공급망 구축이 아직 초기 단계인 만큼, 해수부는 국내 무역항의 경쟁력을 높이고 국적선의 친환경 선박 전환에도 발 빠르게 대비하기 위해 움직인 것.

현재 운행되고 있는 친환경선박은 척수 기준 1.8%, 톤수 기준 6.5% 수준. 현 수주잔량으로는 척수 26.2%, 톤수 51.3%를 차지한다. 최근 들어 대형선박을 중심으로 전환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으며, 이 같은 변화는 더욱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보고서는 친환경 선박 연료 개발과 이를 확보하기 위한 공급망 개척 경쟁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고된 가운데, 향후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는 친환경 연료 확보 용이성과 생산 비용을 놓고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픽=해양수산부]
[그래픽=해양수산부]

우선 바이오 연료는 전동화가 어려운 수송 부문에서 가장 현실적인 탈탄소 대안으로 지목된다. 당장 활용 가능한 선박 연료로 정부가 2025년 상용화를 목표로 개발 중이다. 다만, 원료, 생산 과정, 보관 시간 등의 요인에 따라 사용 가능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

이퓨얼(e-fuel)은 ‘전기 기반 연료(Electricity-based Fuel)’의 줄임말로 수소(전기 분해)와 이산화탄소(탄소 포집)를 주원료로 한다. 여러 국가가 실증 사업과 상용화 로드맵을 빠르게 마련해 나가고 있지만 다량의 연료가 소모되는 선박의 경우 이퓨얼의 낮은 경제성과 에너지 효율이 난제로 대두된다.

메탄올은 현시점에서 선박에 가장 적합한 친환경 연료로 컨테이너선에 사용하기 시작했다.

다만 높은 생산 비용 문제로 인해 현재 생산되는 그린메탄올 생산량은 메탄올 총생산량의 1%에도 못 미치는 실정이다. 현대미포조선이 세계 최초로 건조한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 로라 머스크(Laura Maersk)호가 지난 7월, 울산항에서 그린메탄올 1000톤을 공급받고 출항에 성공하며 선박업계의 메탄올 연료 사용 시작을 알렸다. 뿐만 아니라 로라 머스크호에는 그린메탄올과 함께 국내 최초로 바이오 디젤 1250톤도 공급해 시장은 한국이 선제적으로 선박 연료의 새로운 장을 연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특히 메탄올 선박 건조, 그린메탄올과 바이오 디젤 벙커링(연료 공급)이 모두 세계 최초를 기록한 울산은 향후 친환경 선박 및 에너지 공급망의 중심지로 부상할 전망이다. 울산항은 연간 약 2억 톤 수준의 케미컬, 유류를 취급하는 세계 4위 액체 항만으로 세계 최대 조선사인 HD현대그룹이 위치해 관련 인프라 조성이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그래픽=해양수산부]
[그래픽=해양수산부]

암모니아는 근본적인 차세대 탈탄소 선박 연료로 평가되며 1~2년 내 상용화 예정이다.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고 운송, 저장이 단순한 반면 독성과 부작용 극복이 숙제다.

수소의 경우 무탄소에너지, 열에너지를 전기로 전환시켜 동력으로 사용되지만 저장과 비용 등 어려움이 존재한다.

보고서는 “항구에 친환경 선박을 수용할 수 있는 연료 관련 인프라가 설치되지 않을 경우, 친환경 선박의 입항이 어렵게 되고 인프라 부족 시에는 체선이 발생해 출항이 연기되는 상황 발생도 가능하다”는 점을 짚었다.

글로벌 허브 항구들은 녹색해운항로 구축을 통한 관련 생태계 확장이 절실한 상황이라는 것. 주요 선진국을 중심으로 자국의 허브항만 지위를 상실하지 않기 위해 녹색해운항로 구축의 노력이 본격화 되고 있다.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 장경석 연구위원은 “넓은 범위의 녹색해운항로는 선박에 사용되는 연료 생산의 방법부터 최종적으로 소비자에게 물건을 인도하는 육상 수송에 이르기까지 운송과 관련된 모든 부분을 아우르는 탄소중립을 지향하고 있어 관련 밸류체인 생태계는 향후 더욱 확장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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