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 카카오 창업자가 11일 오후 2시 경기도 성남시 판교 본사에서 개최된 임직원들과의 비공개 간담회에서 경영 쇄신 방향성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카카오]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가 11일 오후 2시 경기도 성남시 판교 본사에서 개최된 임직원들과의 비공개 간담회에서 경영 쇄신 방향성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카카오]

[뉴시안= 조현선 기자] "항해를 계속할 새로운 배의 용골을 다시 세운다는 생각으로 모든 것을 재검토하고 새롭게 설계해 나가겠다. 카카오라는 회사 이름까지도 바꿀 수 있다는 각오로 임하겠다"(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가 경영 쇄신을 예고했다. 2년 10개월 만이다. 확장 중심의 경영 전략 대신 기술 중심의 핵심 사업에 집중하고, 그룹 지배구조 개편과 기업문화 개선, 인적 쇄신 등으로 사업 구조를 개편해 작금의 위기를 타파해 나가겠다는 청사진이다.

김 창업자는 이날 오후 경기도 성남시 판교 본사에서 열린 임직원들과의 비공개 간담회를 열고 카카오의 전사적인 개편 필요성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회사 이름까지도 바꿀 수 있다"며 새로운 카카오의 재탄생을 예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창업자는 "계열사마다 성장 속도가 다른 상황에서 일괄적인 자율 경영 방식은 더이상 작동하지 않으며, 투자와 스톡옵션 등 전적인 위임을 통해 계열사의 성장을 이끌어냈던 방식에도 이별을 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확장 중심의 경영 전략을 리셋하고 기술과 핵심 사업에 집중하고자 한다"며 "현재 시점의 시장 우위 뿐만 아니라 미래 성장 동력으로 점화 가능할지의 관점으로 모든 사업을 검토하고 숫자적 확장보다 부족한 내실을 다지고 사회의 신뢰에 부합하는 방향성을 찾는데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또 그룹 내 거버넌스(지배구조) 개편 필요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김 창업자는 "느슨한 자율 경영 기조에서 벗어나 새로운 카카오로 가속도를 낼 수 있도록 구심력을 강화하는 구조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특히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해 왔던 영어 이름 사용, 정보 공유와 수평 문화 등까지 원점에서 검토가 필요하다"면서 기업 문화 역시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같은 맥락에서 인적 쇄신도 예고했다. 김 창업자는 "새로운 배, 새로운 카카오를 이끌어갈 리더십을 세워가고자 한다"며 "내년부터는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이끌어내고, 쇄신의 진행상황과 내용은 크루들에게도 공유하겠다"고 전했다.

한편 김 창업자는 최근 카카오가 겪고 있는 논란에 대해서는 "‘무료로 서비스하고 돈은 어떻게 버냐’는 이야기를 들었던 우리가 불과 몇 년 사이에 ‘골목상권까지 탐내며 탐욕스럽게 돈만 벌려한다’는 비난을 받게 된 지금의 상황에 참담함을 느낀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우리를 향한 기대치와 그 간극에서 발생하는 삐그덕대는 조짐을 끓는 물속의 개구리처럼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 이런 상황까지 이르게 된 데 대해 창업자로서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직원들에게 사과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 과정에서 누군가는 불편함을 느낄 수도 있고, 희생이 필요할 수도 있다. 지난한 과정이 될 수 있지만 반드시 성공해야 하는 이 여정에 카카오와 계열사 크루 여러분들이 함께 해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 경영진들도 단단한 각오로 임해주시길 요청한다"고 당부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이 힘든 과정은 언젠가 돌아보면 카카오가 한 단계 더 크게 도약하는 계기로 기억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며 "모바일 시대에 사랑받았던 카카오가 AI 시대에도 다시 한번 국민들에게 사랑받고 사회에 기여하는 기업이 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 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이날 사내 간담회는 온·오프라인을 통오해 카카오 본사 임직원 2000여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저작권자 © 뉴시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