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곡물 시장에서 전례 없는 최대 규모 합병으로 곡물 메이저 ‘빅4’의 순위 변동이 예고된 가운데, 수입 의존도가 높은 대두 및 유지작물의 수급 안정에 대한 국내 시장의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사진=뉴시스DB]
글로벌 곡물 시장에서 전례 없는 최대 규모 합병으로 곡물 메이저 ‘빅4’의 순위 변동이 예고된 가운데, 수입 의존도가 높은 대두 및 유지작물의 수급 안정에 대한 국내 시장의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사진=뉴시스DB]

[뉴시안= 이태영 기자]글로벌 곡물시장에서 사상 최대 규모 합병으로 곡물 메이저 ‘빅4’의 순위 변동이 예고된 가운데,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내 시장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대두 및 유지작물의 수급 안정을 통한 대두가공 산업 시장의 안정성을 확보하기위해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시장변화에 발빠르게 대처해야한다는 것.

포스코경영연구원이 15일 발표한 ‘글로벌 곡물 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6월 4대 곡물 메이저 ABCD 중 하나인 미국 곡물기업 번지(Bunge)는 글렌코어(Glencore)의 곡물 자회사인 비테라(Viterra)와 결합을 통해 총자산 340억 달러의 ‘글로벌 톱2’ 거대곡물 기업 탄생을 예고했다.

ABCD는 4대 곡물 메이저 업체인 ADM, Bunge (번지), Cargill (카길), LDC (루이 드레퓌스)를 지칭한다.

이번 합병은 세계 농업 부문에 전례 없는 최대 규모로, 최종 승인 시 ‘글로벌 톱2’ 기업이 탄생하게 된다. 과거 곡물업계에서 빅딜은 글렌코어의 비테라 인수(45억 달러), 일본종합사업회사 마루베니(Marubeni)의 가빌론(Gavilon) 인수(26억 달러) 수준이었다.

이번 거래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세계 식량 시장의 공급 안정성을 위협하는 시점에 성사됐으나, 인수합병의 잠재적인 영향에 대한 반독점규제 당국의 검토가 18개월간 진행돼 2024년 중반에 최종 승인이 확정될 전망이다.

지난 6월 곡물 메이저 ABCD 중 하나인 미국 곡물기업 번지(Bunge)는 글렌코어(Glencore)의 곡물 자회사인 비테라(Viterra)와 결합을 통해 총자산 340억 달러의 ‘글로벌 톱2’ 거대곡물 기업 탄생을 예고했다. [그래프=포스코경영연구원]
지난 6월 곡물 메이저 ABCD 중 하나인 미국 곡물기업 번지(Bunge)는 글렌코어(Glencore)의 곡물 자회사인 비테라(Viterra)와 결합을 통해 총자산 340억 달러의 ‘글로벌 톱2’ 거대곡물 기업 탄생을 예고했다. [그래프=포스코경영연구원]

빅딜이 계획대로 성사되면, 번지가 지분의 70%를 확보하고, 번지의 CEO가 초대 회장을 맡을 예정이다. 또한, 번지는 대두와 밀에 대한 글로벌 시장의 지배적 사업자로 연 7500만톤의 정제능력 확보 및 연 2억3000만톤 이상의 물동량을 처리할 수 있는 항구 터미널을 55개 보유하게 된다. 특히 작년 5월에 파산한 대두 공급업체 비세틴(Vicetin)에 대한 인수 신청이 승인될 경우 세계 대두 처리 능력의 40%를 차지한다. 아울러 비테라와의 합병 시너지로 3년 이내 약 2억5000만 달러의 세전이익을 달성하고, 대두와 밀의 글로벌 시장 1위의 지배력을 행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주요 대두 생산 및 유통 시장인 캐나다, 아르헨티나, 미국, 유럽 등에서 독과점 조사가 진행됨에 따라 양사가 보유한 자산의 일부 매각 등과 같은 구조조정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는 최근 러-우 전쟁 등으로 인한 글로벌 가격 상승과 수급 불안정성의 증가로 국내 공급가격 상승, 중소 대두 가공업체에 대한 수입물량 배분의 불균형 등 대두가공산업 시장 질서에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을 우려했다.

한국사료협회와 미국곡물협회도 지난 11월 7일 서울에서 열린 ‘2024년 국제곡물시장 전망과 사업환경 세미나’에서 “기후위기 및 각종 전쟁으로 글로벌 공급망 교란 등 세계 경제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있다”고 강조하고 “현재 시장 전망은 전쟁 등의 지정학적 위험으로 식량안보에 대한 관심이 높아 식량 가격급등 및 공급망 교란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이같은 우려를 공유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포스코경영연구원 정재호 수석연구원은 “글로벌 곡물 시장의 구조조정 과정 속에서 곡물 자원수급 구조의 안정성을 높일 수 있는 기회를 모색해야 한다”며 “수입의존도가 높은 대두 및 유지작물의 수급 안정과 전략적 비축이라는 관점에서 합병 승인 과정의 독과점 시정 조치에 대한 모니터링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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