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 사장이 네덜란드 방문을 마치고 15일 오전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귀국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 사장이 네덜란드 방문을 마치고 15일 오전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귀국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시안= 조현선 기자]삼성전자가 네덜란드의 ASML의 차세대 EUV(극자외선) 노광장비 ‘하이 뉴메리컬애퍼처(High-NA) 극자외선(EUV)’에 대한 기술적 우선권을 보유하게 됐다.

삼성전자와 ASML은 지난 12일(현지시각) 네덜란드 ASML 본사에서 진행된 한-네덜란드 반도체 협력 협약식에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15일 밝혔다.  

앞서 삼성전자는 총 7억 유로(약 1조원)를 투입해 국내에 차세대 노광장비 개발을 위한 극자외선 공동 연구소 설립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ASML이 해외에서 외부 기업과 R&D 시설을 짓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경계현 삼성전자 사장은 이날 귀국하면서 ASML과의 공동 연구와 관련해 "반도체 공급망 입장에서 굉장히 든든한 우군을 확보했다"며 "장기적으로 D램이나 로직에서 하이 NA EUV를 잘 쓸 수 있는 계기를 만들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ASML은 최첨단 반도체 양산에 필요한 EUV 노광 장비를 생산하는 세계 유일의 기업이다. EUV 노광은 빛으로 7나노 이하의 반도체 회로를 반듯하게 그려내는 공정이다. EUV를 활용할 경우 기존 공정 대비 더 자세하고 꼼꼼하게 그릴 수 있어 작업 횟수가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면서 제품 성능과 수율이 향상되고, 제조 시간도 단축됐다는 평가다. 

특히 차세대 EUV 노광 장비인 하이 NA EUV는 노광 능력을 극대화한 ASML의 최신 제품이다. 초미세공정의 세분화로 기술 한계에 부딪힐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상황에서 2나노 이하 반도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공정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핵심 장비로 꼽힌다. 

기존 EUV 장비의 가격이 대당 2500억원 수준인 반면 하이 NA EUV가 5000억원을 호가하는데도 인텔과 TSMC, SK하이닉스 등 글로벌 주요 반도체 기업들이 해당 장비를 확보하기 위해 애를 쓰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 NA EUV가 반도체 산업의 미세화의 판도를 이끌 게임 체인저로 꼽히는 이유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장비 분야에서 독보적 위치를 점하고 있는 ASML과의 협업을 통해 미래 반도체 시장을 주도하기 위한 대장정의 첫 발을 내딛었다는 평가다. 특히 파운드리의 강자인 대만 TSMC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초미세 반도체 가공 장비 등이 필수 조건으로 꼽혀왔다. 

단, 해당 기술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지에 달렸다는 분석이다. 장비를 확보하는 것보다도 하이 NA EUV를 더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협력 관계를 맺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장비 최적화에 실패한다면 기존 EUV를 사용하는 것보다 웨이퍼의 1장당 생산 비용이 더 올라갈 수 있다. 이날 경 사장 역시 "장비를 빨리 들여온다는 관점보다는 공동 연구를 통해 삼성이 하이 NA EUV를 더 잘 쓸 수 있는 협력관계를 맺어가는 게  더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한편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이번 협력으로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1위 목표 달성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내다봤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3분기 기준 12.4%로 업계 1위인 대만 TSMC(57.9%)와의 압도적인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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