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 기준 10억원 이상의 금융 자산을 보유한 한국의 부자 수는 45만6000명으로 전체 인구의 0.89%다. 또한 300억원 이상의 금융 자산을 보유한 ‘초고자산가’는 9000명으로 전체 인구의 0.02%(부자의 1.9%)로 나타났다. [사진=뉴시스]
작년 말 기준 10억원 이상의 금융 자산을 보유한 한국의 부자 수는 45만6000명으로 전체 인구의 0.89%다. 또한 300억원 이상의 금융 자산을 보유한 ‘초고자산가’는 9000명으로 전체 인구의 0.02%(부자의 1.9%)로 나타났다. [사진=뉴시스]

[뉴시안= 이태영 기자]작년 말 기준 10억원 이상의 금융 자산을 보유한 한국의 부자 수는 45만6000명으로 나타났다. 전체 인구의 0.89%에 불과하지만, 한국 전체 가계 총 금융자산의 59%(2747조원)를 보유하고 있다. 또한 300억원 이상의 금융 자산을 보유한 ‘초고자산가’는 9000명으로 전체 인구의 0.02%(부자의 1.9%)로 나타났으며, 이들이 보유한 금융 자산은 1128조원이었다.

특히 ‘한국 부자의 투자 행태’를 살펴보면 한국 부자는 금융시장과 부동산시장 모두 위축된 상황에서 예적금 보유율을 높인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 한국 부자의 2023년 ‘예적금’ 보유율은 2022년 대비 9.8%p 늘어난 것으로 조사(2023년 94.3%, 2022년 84.5%)됐다.

17일 KB금융그룹이 발표한 ‘2023 한국 부자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부자의 미래 투자 전략’ 부분에서 부자는 투자 환경 변화를 주시하고 빠르게 판단해 투자시기를 선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년 이내 단기에 고수익이 기대되는 예상 투자처로 ‘주식’(47.8%), ‘거주용 주택’(46.5%), ‘금·보석’(31.8%), ‘거주용 외 주택’(31.0%) 등을 꼽았다.

향후 3년 정도 중장기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주요 유망 투자처 역시 단기와 동일하게 ‘거주용 주택’(44.3%), ‘주식’(44.0%), ‘거주용 외 주택’(32.3%), ‘금·보석’(32.0%) 등을 꼽았다. 국제 정세 및 경제 상황이 불확실하게 변하면서 자산 가치 하락의 위험이 있는 부동산보다는 안정적인 ‘금·보석’이나 ‘주식’을 선택한 것으로 판단된다.

‘한국 부자의 부(富)의 생애’ 부분을 살펴보면, 부자들이 현재의 자산을 축적하는데 가장 기여도가 큰 원천은 ‘사업소득’(31.0%)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축적된 자산을 투자해 불리는 과정에서는 부동산투자가 24.5%로 금융투자 13.3%에 비해 2배 정도 높게 나타났다.

또한 가구의 연 총소득에서 생활비의 소비지출과 세금 및 3대 보험료를 제외해 산출한 ‘소득잉여자금’과 ‘부채활용’을 통한 레버리지 투자, 금융자산에 높게 배분하는 투자 전략을 통해서 자산을 늘리는데 활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픽=KB금융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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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한국 부자’ 45만6000명...10명 중 7명 수도권 집중

‘한국 부자’는 2023년 45만6000명으로 전년 대비 7.5% 늘었고, 이 중 70.6%가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으며 수도권에서만 전년 대비 2만3900명이 증가했다.

금융자산을 10억원 이상 보유한 개인인 ‘한국 부자’는 2023년 45만6000명으로, 2022년 42만4000명 대비 3만2000명(7.5%) 증가했으며 전체 인구의 0.89%를 차지했다. 한국 부자의 지역별 분포를 살펴보면, 서울에 20만7300명(2022년 19만1300명)이 살고 있으며, 다음으로 경기 10만700명(9만3900명), 부산 2만8500명(2만9200명), 대구 1만9400명(1만8700명), 인천 1만4200명(1만3100명) 순으로 나타났다. 서울 내에서는 서초, 강남, 송파 등 ‘강남 3’구에 한국 부자의 45.0%(2022년 45.3%)가 살고 있었다.

# 금융자산 규모 2747조원...부동산자산 규모 2543조원

2023년 한국 부자가 보유한 금융자산 규모는 2747조원으로 전년 대비 4.7% 감소했고, 그 중 한국 부자의 1.9%인 초고자산가가 보유한 금융자산이 41.1%를 차지했다.

[그래픽=KB금융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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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유동성 증가로 상승했던 주식 가치가 금리 인상으로 하락하면서 부자들의 금융자산 규모도 감소한 것으로 파악된다.

금융자산을 10억원~100억원 미만 보유한 ‘자산가’는 41만6000명으로 한국 부자의 91.2%(2022년 38만5000명, 90.7%), 100억원~300억원 미만 보유한 ‘고자산가’는 3만2000 명으로 6.9%(2022년 3만1000명, 7.3%), 300억원 이상 보유한 ‘초고자산가’는 9000명으로 1.9%(2022년 9000명, 2.0%)를 차지했다.

또한 부동산자산 규모는 2543조원으로, 2022년 2361조원 대비 7.7% 증가했다.

2022년 2361조원 대비 7.7% 증가했으나 2년 연속 10% 이상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던 2021년과 2022년에 비해 증가율이 다소 감소했다. 금리 인상 이후 주택가격 하락 등이 반영되면서 부동산자산 증가율이 둔화된 것으로 파악된다.

한국 부자의 총자산은 56.2%의 부동산자산과 37.9%의 금융자산으로 구성되어 있고, 총자산 포트폴리오에서 거주용 부동산이 30.0%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2023년 한국 부자의 총자산은 부동산자산 56.2%와 금융자산 37.9%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 외 금ㆍ보석, 회원권과 예술품 등 기타자산이 일부를 차지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거주용 부동산’이 30.0%(2022년 27.5%)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이어 ‘유동성 금융자산’ 13.3%(2022년 14.2%), ‘빌딩ㆍ상가’ 11.0%(2022년 10.8%), ‘거주용 외 주택’ 10.3%(2022년 10.8%), ‘예적금’ 9.9%(2022년 9.5%) 순으로 나타났다.

[그래픽=KB금융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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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밖에 2022년 대비 2023년에 금융 투자에서는 손실을 경험한 경우가 감소했고, 부동산 투자에서는 수익을 경험한 경우가 크게 감소했다.

# 주요 고수익 예상되는 유망 투자처로 주식, 주택, 금ㆍ보석 꼽아

한국 부자는 1년 이내 단기에 고수익이 기대되는 예상 투자처로는 ‘주식’(47.8%), ‘거주용 주택’(46.5%), ‘금·보석’(31.8%), ‘거주용 외 주택’(31.0%) 등을 꼽았다. 그리고 향후 3년 정도 중장기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주요 유망처로도 단기 유망 투자처와 동일하게 ‘거주용 주택’(44.3%), ‘주식’(44.0%), ‘거주용 외 주택’(32.3%), ‘금·보석’(32.0%) 등을 꼽았다.

한편 2024년 금융자산 운용 계획에서는 ‘예적금’ 금액을 늘리겠다는 부자가 24.0%, ‘주식’을 늘리겠다는 부자가 21.0%를 차지했다. 고금리 상황에서 확실한 수익을 가져다주는 예적금과 함께 2023년 상반기까지 주식시장이 호조를 보이면서 주식을 고평가해 투자금액을 늘리겠다는 운용 계획을 밝힌 것으로 파악된다.

미술품 투자를 경험한 부자들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으며, 원금 손실 책임이 불명확한 투자자문서비스 이용 의향은 31.1%에 불과했다.

과거 미술품 투자 경험이 있거나, 현재 미술품을 보유 혹은 투자하고 있는 한국 부자는 30.6%로 2022년 대비 5.2%p 증가했다. 미술품에 관심 있는 부자가 작품당 지불할 의향이 있는 금액도 높아졌다. 2022년에는 ‘1~3000만원 미만’이 27.3%로 가장 많은 선택을 받았으나 2023년에는 ‘6000만원~1억원 미만’이 24.2%로 가장 높은 비중을 기록했다.

향후 투자자문서비스를 이용할 의향이 있는 경우는 ‘매우 의향이 있다’(0.8%)와 ‘약간 의향이 있다’(30.3%)를 합쳐 31.1% 불과했다. 이용 의향이 없는 이유로는 ‘원금 손실에 대한 책임이 불명확’(33.7%)하고, ‘높은 수수료가 부담’(18.5%)되며 ‘무상으로 제공되는 정보로 충분’(18.1%)하기 때문 등을 꼽아 비용 문제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픽=KB금융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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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 이후 총자산 100억원 되어야 부자라 생각

한국 부자는 코로나19 이후 총자산이 100억원은 되어야 부자라고 생각했으며, 최근 근로소득으로 자산을 축적해 부자에 진입한 사례가 늘었다.

2020년 70억원이던 부자의 기준은 유동성 증가 및 자산가격 상승의 영향으로 2021년 100억원으로 높아진 이후 3년 연속 이를 유지하고 있다.

부자들이 현재의 자산을 축적하는 데 가장 기여도가 큰 원천은 ‘사업소득’(31.0%)으로 나타났다. 스스로 자산을 축적하는 수단으로 ‘사업소득’(31.0%)이 ‘근로소득’(11.3%)에 비해 3배 가까이 많았으며, 축적된 자산을 투자해 불리는 수단으로 ‘부동산투자’(24.5%)가 ‘금융투자’(13.3%)에 비해 2배 가까이 많았다. 상속ㆍ증여 등으로 부자가 된 경우도 20%로 여전히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2021년 이후 근로소득으로 부자에 진입한 경우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는 계속되는 인플레이션과 자산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고소득 전문직이 금융자산 10억원 이상의 부자에 진입하는 경우가 늘어난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한국 부자는 ‘소득잉여자금’, ‘부채 활용’, ‘자산배분 전략’의 세 가지 성장 동력으로 부를 키우며, 현재를 넘어서는 목표를 추구함으로써 더 열심히 자산을 불려 나갔다.

# 금수저형 안정추구형...자수성가형은 적극투자형 투자성향 

자수성가형 부자는 2011년 전체 부자의 32.3%에서 2023년 42.3%로 증가했고, 금수저형 부자는 2011년 13.7%에서 2023년 20.0%로 증가했다.

금수저형은 30대와 사무근로직, 자수성가형은 60대와 사업체 운영자 비중이 높았고 금수저형은 안정추구형, 자수성가형은 적극투자형 투자성향이 강했다.

[그래픽=KB금융그룹]
[그래픽=KB금융그룹]

자수성가형은 ’30-40대’ 비중이 22.5%에 불과한 반면 금수저형은 36.3%로 상대적으로 젊은 세대가 많았다. 특히 ‘30대’에 부자에 진입한 경우는 금수저형(15.0%)이 자수성가형(3.6%)에 비해 5배 가까이 많아 금수저형이 더 이른 나이에 부자에 진입함을 알 수 있었다. ‘사무근로직’임에도 부자인 경우는 금수저형(18.8%)이 자수성가형(7.1%)에 비해 2배 이상 많았다. 자수성가형은 ‘사업체 운영자’(66.9%)가 금수저형(47.5%)에 비해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금융자산 투자성향에서는 자수성가형(23.1%)은 금수저형(18.8%)에 비해 적극투자형 투자성향이, 금수저형 (45.0%)은 자수성가형(33.1%)에 비해 안정추구형 투자성향이 강했다.

자수성가형은 종잣돈으로 7억원을 42세에, 금수저형은 자수성가형보다 큰 금액인 8억7000만원을 2년 빠른 40세에 만들었다.

종잣돈을 기초로 현재 자산을 불린 투자 방법은 자수성가형의 경우 작은 규모로 투자가 가능한 금융상품을, 금수저형은 큰 규모로 투자하는 부동산을 활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부 유형별로 보면 자수성가형은 ‘주식’(47.3%), ‘거주용 주택’(42.0%), ‘예적금’(27.8%) 순이었고, 금수저형은 ‘일반 아파트’(42.5%), ‘주식’(37.5%), ‘거주용 주택’(35.0%) 순이었다.

또한 위험추구 투자성향이 강한 자수성가형은 증권에서, 안정지향 투자성향이 강한 금수저형은 은행에서 운용하는 금융자산 비중이 높았다.

자수성가형은 중장기적으로 유망한 투자처로 주식, 채권 등 금융투자를, 금수저형은 빌딩ㆍ상가, 토지ㆍ임야 등 부동산투자를 꼽았다.

KB금융 경영연구소 황원경 부장은 “이번 보고서를 통해 한국 부자는 크게 장기 투자, 투자 성공 경험이 있는 자산에 집중 투자, 투자여부 판단을 위한 다양한 자료의 분석 등을 토대로 자산을 관리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시기에 개인의 자산관리가 쉽지 않은 상황인 만큼 부자들의 자산관리 사례를 활용하여 나와 가장 유사한 모델을 찾아 이를 실행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고 말했다.

한편, 올해로 발간 13년차를 맞는 ‘2023 한국 부자 보고서’는 금융자산 10억 원 이상과 부동산자산 10억원 이상을 모두 보유하고 있는 한국 부자를 선정해 설문조사를 실시함으로써 부자들에 관해 보다 현실적인 내용을 담아냈다. 지난 7월 26일부터 6주간 한국 부자 4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와 별도 패널을 대상으로 한 개별심층인터뷰 결과를 토대로 작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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