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구로구 남구로시장에서 화재순찰로봇이 시범 운영되고 있다. 서울시는 남구로시장, 광장시장, 마장축산시장, 까치산시장에서 인공지능 및 로봇기술을 활용하여 심야시간대 화재감시에서 초기 화재진압 및 대피안내까지 수행할 수 있는 화재순찰로봇을 시범운영 중에 있다고 밝혔다. [사진=뉴시스]
서울 구로구 남구로시장에서 화재순찰로봇이 시범 운영되고 있다. 서울시는 남구로시장, 광장시장, 마장축산시장, 까치산시장에서 인공지능 및 로봇기술을 활용하여 심야시간대 화재감시에서 초기 화재진압 및 대피안내까지 수행할 수 있는 화재순찰로봇을 시범운영 중에 있다고 밝혔다. [사진=뉴시스]

[뉴시안= 이태영 기자]# 상냥한 목소리의 똘이가 천천히 다가온다. “고객님, 주문하신 음식이 도착했습니다.” 똘이가 가지고 온 음식을 테이블로 옮기는 건 손님의 몫. ‘완료’ 버튼을 누르니 제자리로 돌아가 다음 서빙을 준비한다. 어디선가 한 번쯤은 경험했을 서빙로봇의 이야기다.

공장, 식당, 카페 등 주로 실내를 중심으로 활약하던 로봇. 그런데 지난 11월 ‘지능형 로봇 개발 및 보급 촉진법’이 개정 시행되며 이젠 실외에서도 배달, 순찰 등을 하는 로봇을 볼 수 있을 전망이다. 점점 우리 일상으로 스며들고 있는 로봇산업은 어디까지 와 있을까. KDI경제보센터가 발행하는 ‘나라경제’ 1월호’에 실린 ‘로봇산업 어디까지 왔나’ 보고서를 토대로 로봇산업의 활용 분야, 경쟁력, 정책을 짚어봤다.

# 글로벌 로봇시장 2030년 831억 달러까지 성장

산업용 로봇이 국내에 처음 도입된 건 1970년대다. 현대차가 포니를 만들던 시절, 울산 공장에 스폿 용접용 로봇을 쓰기 시작하면서 사람 손을 대신하기 시작했다.

2010년대부터는 새로운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사람과 함께 일할 수 있는 ‘협동로봇’이 등장했다. 덴마크 유니버설로봇을 필두로 세계적인 산업용 로봇 업체들이 협동로봇 제품화에 나섰다. 최근에는 인건비가 천정부지로 치솟으며 이 로봇들이 다양한 서비스 현장으로 저변을 넓혀가는 중이다.

세계로봇연맹(IFR)에 따르면 글로벌 로봇시장은 2030년 831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첨단로봇은 전통 제조업뿐 아니라 방위산업, 우주·항공 등 신산업 분야와 서비스산업까지도 전방산업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잠재력도 높게 평가받고 있다.

우리나라는 반도체, 배터리, IT 등 로봇산업을 뒷받침하는 후방산업이 튼튼하며, 우수한 제조역량도 갖추고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로봇산업이야말로 대한민국이 가장 잘하는 미래산업이 될 수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2월 14일 제4차 지능형로봇 기본계획인 ‘첨단로봇산업 비전과 전략’ 발표를 통해 3가지 핵심 전략을 선정, 강력하게 추진할 계획임을 밝혔다.

[그래픽=KDI경제보센터]
[그래픽=KDI경제보센터]

우선 민관합동으로 2030년까지 3조원 이상을 투자해 핵심 기술과 인력 등 경쟁력을 빠르게 확보한다. 5대 핵심 하드웨어(서보모터, 센서, 감속기, 그리퍼, 제어기)와 3대 미래 소프트웨어(자율주행, 자율조작, 인간-로봇 상호작용(HRI)) 등 8대 핵심 기술을 신속하게 확보해 보다 튼튼한 로봇기술 생태계를 조성해 나갈 계획이다.

또한 우수한 인력이 업계에 공급될 수 있도록 미래차, 드론 등 첨단 모빌리티 산업과 연계해 2030년까지 1만5000명의 전문인력을 집중 양성할 방침이다.

특히 제조업, 물류, 복지, 안전 등 전 산업 영역에 2030년까지 첨단로봇 100만대 이상을 보급한다. 국내시장을 기반으로 충분한 트랙레코드(기업 실적)를 쌓아 글로벌 시장으로의 진출도 지원할 계획이다.

아울러 첨단로봇의 원활한 시장 진입을 위해 사람과 로봇이 공존할 수 있는 로봇 친화적인 제도적 환경과 인프라를 구축한다.

박일우 한국로봇산업진흥원 산업혁신실장은 “로봇산업의 경쟁력 확보는 국가 제조업 경쟁력 강화는 물론 안전, 재활, 돌봄 등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포용적 성장 실현을 위한 출발점이다”며 “민관이 소통하고 힘을 모아 ‘K-로봇 경제’를 실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픽=KDI경제보센터]
[그래픽=KDI경제보센터]

# 로봇 설치량 중국 압도적...로봇 밀도는 한국이 최고

로봇 설치량은 중국이 압도적인 가운데 로봇 밀도(2021년 기준 근로자 1만명당 제조용 로봇 운용대수)는 한국이 1000대로 가장 높다. 싱가포르 670대, 일본 399대, 독일 397대, 중국 322대, 스웨덴 321대 순이다.

IFR이 2023년 발표한 ‘World Robotics 2023’에 따르면, 산업용 로봇 설치는 중국이 29만300대로 압도적 1위를 기록했다. 일본이 5만4000대, 미국 3만9600대, 한국 3만1700대, 독일 2만5600대 순으로 나타났다.

또 글로벌 서비스로봇 제조사 수(2023년 8월 각 대륙 지역 기준)는 유럽에 426개사, 아메리카 258개사, 아시아 279개사로 조사됐다. 산업용로봇 제조사의 경우 유럽 73개사, 아메리카 9개사, 아시아 95개사로 서비스로봇제조사가 5배 가량 많다.

특히 일본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강세를 보이고, 한국 로봇산업은 중소기업이 98.7% 차지했다.

글로벌 전문 서비스로봇 수요 분야 톱5는 운송 및 물류 8만6000대, 접객 2만4500대, 의료 및 헬스케어 9300대, 농업 8000대, 전문 청소 6900대로 나타났다.

# 한국 로봇산업 경쟁력 강화 철저한 준비 필요한 시점

20세기 중반 로봇이라는 개념이 처음 등장한 이래 계속 발전 중인 로봇산업. 우리나라는 2000년대부터 로봇 R&D에 대규모 투자를 시작해 많은 성장을 이뤘지만, 여전히 로봇 선진국인 미국, 일본, 독일과 비교하면 부족한 부분이 많다. 우리 로봇산업 수준과 경쟁력 강화를 위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 로봇산업은 주로 중소기업 중심, 기술 중심으로 발전했으나 최근에는 대기업 및 거대 서비스 기업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 제조 현장에서는 로봇과 사람이 공간을 공유해 협력하는 방향으로 변화 중이며, 서비스 영역에서는 사람이 수행하기 힘든 작업이나 단순작업을 로봇이 대신하고 있다. 특히 협동로봇, 식음료(F&B) 및 배달 영역에서 로봇의 성장은 주목할 만하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로봇산업의 경쟁력은 서비스로봇 분야에서 앞서가는 미국과 제조로봇 분야에서 앞선 기술력을 갖춘 일본, 독일과 비교하면 통상 이들의 80~85% 수준에 해당하는 기술력을 갖춘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지난해 11월 16일 열린 'SK 테크 서밋 2023'에서 자율주행 로봇들이 전시되어 있다. [사진=뉴시스]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지난해 11월 16일 열린 'SK 테크 서밋 2023'에서 자율주행 로봇들이 전시되어 있다. [사진=뉴시스]

중국의 기술력도 매우 빠르게 성장해 80% 수준에 미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특히 중국의 AI 기술은 미국 다음으로 높은 수준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로봇 제품이나 서비스 제공 측면에서는 일정 수준의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고 판단되나, 로봇용 핵심 부품, 로봇용 소프트웨어 기술은 많이 뒤처져 있다. 이러한 핵심 기술의 향상 없이는 로봇산업의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준석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 연구위원은 “이제 로봇은 로봇산업에만 머물러 있어서는 안 된다. 다양한 로봇 기술을 타 산업 분야로 확산 적용할 필요가 있다”며 “그동안 자동차 및 전기전자 산업을 중심으로 적용되던 로봇 기술을 1차 산업 및 다양한 서비스산업 분야로 확산해 로봇 활용이 일상화되는 시대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 로봇에 거부감보다 협업해 삶의 질 높여나가야

최근 5년간 상업공간과 공원, 도심 등 실외에도 다양한 로봇들이 진출하며 사람들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로봇과 사람의 공존이 가속화된 데는 딥러닝 기술의 출현에 힘입어 급격히 발전한 AI 기술의 역할이 컸다. 2D·3D 로봇 비전 기술은 사람과 장애물을 인식하고 피하는 주행로봇의 역량을 높였고, 조작해야 하는 물건을 인식하고 정밀하게 움직이는 로봇팔의 기능을 강화했다.

또한 챗GPT로 대표되는 초거대 AI 영상언어모델의 발전으로 일반적인 상황을 이해하며 작업을 위한 인식·동작 순서를 능동적으로 계획하고 수행할 수 있는 서비스로봇의 발전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여기에 통신, SW 플랫폼, 클라우드 운영 기술이 더해져 수십, 수백 대의 로봇을 동시에 운영하거나 다양한 로봇들이 사람과 협업하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

물류센터와 같은 현장에서는 이동을 로봇들이 대신하고 사람이 주문 물품을 담아주는 협업을 통해 효율이 두 배 가까이 높아졌다는 실증 사례가 나오고 있다.

제조현장에서도 위험성이 낮은 협동로봇이 용접이나 물품을 픽킹·조립하고, 자율주행로봇이 물품을 이송하며 유연한 생산 공정을 만들어 스마트팩토리로 발전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백승민 LG전자 로봇선행연구소장은 “합리적으로 규제를 수정하고 산학연이 협업해 새로운 실험을 하도록 지원하는 정부나 공공기관의 역할도 중요하다”며 “로봇을 일자리 대체 이슈 등 우려나 거부감으로만 바라보기보다 로봇과 협업하며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삶의 질을 높여갈 수 있다는 발전적 기대를 가질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2024년 새해도 로봇 기술이 AI(인공지능)과 접목돼 한층 더 주목받는 기술로 급부상하고 있다. 인간과 교감하는 다양한 로봇들이 생각보다 훨씬 더 가까이 인류에 다가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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