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지난해 10월 17일 열린 이스라엘 연대 지지 집회에서 한국-이스라엘친선협회 회원 및 참가자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뉴시스DB]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지난해 10월 17일 열린 이스라엘 연대 지지 집회에서 한국-이스라엘친선협회 회원 및 참가자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뉴시스DB]

[뉴시안= 이태영 기자]2024년 글로벌 트랜드는 세계의 분열과 국지적인 충돌이나 분쟁이 잦아진 것을 의미함과 동시에 글로벌 경제가 심화되는 경쟁과 아직 본격화되지 않은 그림자 리스크로 여전히 높은 불확실성을 가지고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특히 이에 적절한 사전대응을 통해 중장기적으로 국내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 또는 회피하는 한편 반사적인 기회요인을 적극 활용해 위기 극복의 지렛대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새해 내놓은 ‘2024년 글로벌 트랜드’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촌은 정치부문에서는 ‘우(右)로 정렬하는 세계’와 ‘군비경쟁의 재림’을 선정, 경제 부문에서는 ‘중간에 닻 내린 물가’와 ‘도시 파멸의 고리’를, 산업·기술, 환경, 사회·문화에서는 ‘우주경제경쟁의 격화’, ‘그린래시(Greenlash)의 역습’, ‘디지털 범죄의 진화’ 등 7가지 트렌드가 부상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우(右)로 정렬하는 세계

보고서는 2024년은 미국, 유럽연합 등 총 76개국에서 선거가 예정된 해로 전 세계적인 우파의 강세 속에 자국 우선주의 등이 심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는 역사상 가장 많은 인구가 투표하게 되는 해인 만큼 한 해 동안 정치적 불확실성이 지속될 예정이다는 것.

[도표=현대경제연구원]
[도표=현대경제연구원]

그중에서도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는 전 세계에 가장 큰 파급력을 가진 선거로 도널드 트럼프의 재집권 가능성 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트럼프 2기가 현실화 될 경우 이민법 강화, 보복 관세 확대, 우크라이나 지원 중단 등 ‘미국 우선주의’에 기반한 정책이 시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유럽연합은 2020년 브렉시트 이후 처음 시행되는 선거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우파 정당의 약진이 이어지고 있다. 우파의 흐름이 이어질 경우 난민 정책,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기후변화 목표 등 수많은 정책이 변화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는 올해 각국의 선거 이후 자국 우선주의, 보호무역주의 등이 심화할 것으로 예상, 한국 또한 경제 및 정치 전략의 재편, 실리 중심의 균형 외교 등으로 이익 극대화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군비경쟁(Arms Race)의 재림

보고서는 최근 지정학적 위험이 크게 고조된 가운데 향후 전 세계적으로 군비 지출을 확대하는 현상이 심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2023년 분쟁 중인 국가(지역)는 총 19개국으로 내전이 다수이나, 최근 국가 간 충돌도 증가하는 양상이라는 것.

[도표=현대경제연구원]
[도표=현대경제연구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지속 중인 가운데 2023년 10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발발했으며, 향후 이스라엘-헤즈볼라 충돌 가능성에 더불어 예멘 후티 반군의 홍해 선박 공격에 따른 미국 주도의 다국적군이 발족되는 등 내전 상황이 국가 간 충돌로 확대될 가능성마저 높아지고 있다.

보고서는 “세계 군비 지출은 2015년 이후 8년 연속 증가세를 지속해 2022년 2조 2400억 달러를 기록했다”며, “올해에도 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주요국이 역대 최대 규모의 국방비를 편성하는 등 군비 지출 증액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지정학적 위험 증대와 군비경쟁은 국내 안보는 물론이고 원자재 가격 불안, 공급망 차질 등 경제 여건과도 밀접한 관련을 맺는 만큼 정부 차원에서 관련 상황에 대한 철저한 모니터링과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 중간에 닻 내린 물가

보고서는 글로벌 인플레이션 둔화에도 불구하고 물가의 하방경직성으로 중물가 현상이 고착화돼 2000~10년대의 저물가 시대가 재도래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도표=현대경제연구원]
[도표=현대경제연구원]

향후에도 탈세계화, 기후변화 등으로 현재의 중물가 수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이며 저물가 시대는 상당 기간 도래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보고서는 “각국의 중앙은행은 중물가에 대응하기 위해 중금리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더 나아가서는 정책목표(물가상승률 2%) 수정도 고려할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가계의 경우 소비재를 이전보다 비싼 가격에 사야 하는 상황에서 소비 심리가 회복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 기업의 경우에도 생산 비용 및 자금조달 비용 증가로 투자가 위축될 것으로 보이며, 한계기업의 증가세가 이어질 우려도 존재한다.

보고서는 ‘중물가-중금리’라는 새로운 시대로 진입함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금융 불안정성, 경기침체 장기화 등의 리스크에 대비하고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고 대처할 수 있는 유연성을 발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도시 파멸의 고리(Urban Doom Loop)

보고서는 주요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침체 장기화가 글로벌 금융위기와 주요국 실물경기의 경착륙을 촉발할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요국의 오피스 공실률이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한 가운데 상업용 부동산 가격도 전고점 대비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글로벌 금융 및 실물경기의 핵심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했다.

[도표=현대경제연구원]
[도표=현대경제연구원]

글로벌 금융위기의 트리거가 될 수 있는 해외 상업용 부동산시장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는 동시에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 부동산 투자 손실 위험이 확산되지 않도록 선제적인 대응책을 강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 우주경제(Space-economy) 경쟁의 격화

보고서는 글로벌 정치·외교·군사적 필요성과 함께 개별 국가 차원에서도 안보와 경제 측면에서의 중요성이 확대되면서 우주경제를 둘러싼 국가 간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글로벌 우주경제 규모는 AI(인공지능)와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 발전에 따르는 위성 서비스 시장 확대 등의 영향으로 위성산업을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해 2022년 3840억 달러에서 2040년 1조 달러 이상 규모로 확대될 전망이다.

보고서는 “국내 우주경제는 규모도 미미할 뿐 아니라 국가 예산도 경쟁국에 비해 취약한 상황이다”며 “우주경제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주요국 간 경쟁도 치열해지는 만큼 관련 기초연구에서 상업화에 이르기까지 혁신 전 과정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 위성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높이는 한편 국내 관련 산학연 활용 및 국제협력 촉진 등의 노력이 동반되어야 한다”고 분석했다.

# 그린래시(Greenlash)의 역습

보고서는 “주요국 기후위기 대응 전략이 경제적 부담 확대와 각종 사회적 갈등 고조 등과 같은 부작용을 유발하면서 친환경 정책에 반대하는 ‘그린래시’라는 새로운 움직임이 확산되고 주요국 탄소중립정책이 후퇴하고 있다”고 짚었다. 코로나19 팬데믹,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에 따르는 에너지 가격 및 물가 상승으로 경제적 고통이 확대되는 가운데 주요국 탄소중립 후퇴 사례가 속출하는 한편 글로벌 탄소배출량도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다는 것.

[도표=현대경제연구원]
[도표=현대경제연구원]

보고서는 “CCPI(Climate Change Performance Index)에 따르면 한국의 기후대응지수 순위는 2023년 기준 60위로 최하위권을 기록, 기후위기 대응 노력이 불충분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적극적인 기후위기 대응 과정에서도 국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정책 유연성이 발휘되어야 하고, 녹색산업의 신성장 동력화나 기존 산업경쟁력 유지 및 강화 등을 위한 정책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디지털 범죄의 진화(Evolution of digital crime)

보고서는 생성형 AI를 악용한 디지털 범죄의 종류와 관련 피해가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코로나19 위기 발생 이후 랜섬웨어(ransomware)와 사이버 피싱(phishing) 공격 수가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이며,ChatGPT가 발전하면서 이를 악용한 사이버 범죄가 늘어날 것으로 풀이했다.

최근에는 탐지 우회 기능을 가진 고급 멀웨어(malware, 악성 소프트웨어) 생성과 배포, 피싱 페이지 제작 등을 제공하는 ‘프러드GPT(FraudGPT)’가 등장했으며, 피싱 메일 생성과 배포를 돕는 사이버 범죄용 인공지능 챗봇인 ‘웜GPT(WormGPT)’도 등장했다. 이러한 ChatGPT의 악용과 함께 사이버 범죄로 인한 피해 비용은 2022년 8조4000억 달러에서 2027년 23조8000억 달러까지 약 3배 가까이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보고서는 “사이버 위협에 대해 예전보다 더 높은 경각심을 가지고 민·관이 더 긴밀히 협력해 사이버 보안 체계를 상시 점검하고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동시에 성장하고 있는 사이버 보안 산업에 대한 전략적인 육성도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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