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컴퓨팅 시대’(Era of spatial computing)를 선언한 애플이 지난 8일(현지 시간) MR 헤드셋 ‘비전프로’ 사용 영상을 공개했다. MR 헤드셋은 안경처럼 쓰는 컴퓨터다. 다음 달 2일 비전프로를 미국 시장에 본격적으로 출시한다고 밝혀 주목을 받았다. 애플의 비전프로 [사진=애플]
‘공간컴퓨팅 시대’(Era of spatial computing)를 선언한 애플이 지난 8일(현지 시간) MR 헤드셋 ‘비전프로’ 사용 영상을 공개했다. MR 헤드셋은 안경처럼 쓰는 컴퓨터다. 다음 달 2일 비전프로를 미국 시장에 본격적으로 출시한다고 밝혀 주목을 받았다. 애플의 비전프로 [사진=애플]

[뉴시안= 이태영 기자]컴퓨팅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공간(空間)으로 진화하는 ‘공간 컴퓨팅’ 혁명이 시작된 가운데, 공간컴퓨팅은 AI와 다양한 사물과의 융합을 통해 진화하며 발전해 나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특히 이를 활용한 혁신 비즈니스 모델 발굴, 일하는 방식의 변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가 최근 발간한 월간 ‘SW중심사회’에 이승환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이 게재한 ‘공간 컴퓨팅(Spatial Computing) 혁명’ 보고서에 따르면, 공간컴퓨팅은 가상과 현실을 혼합한 연산(Computation)으로 물리적 세계와 이상적인 세계 간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

# 애플, ‘공간컴퓨팅 시대’ 선언하며 선두주자 자리매김

공간 컴퓨팅이란 디지털로 이뤄진 컴퓨터 속의 가상 세계와 아날로그인 현실 세계로 서로의 공간을 확장하며 연결하는 컴퓨팅 기술을 아우르는 용어다. MIT 미디어랩(MIT Media Lab) 출신 시몬 그린우드(Simon Greenwold)가 2003년 발표한 자신의 논문에서 공간컴퓨팅이라는 용어를 첫 사용했다.

애플은 개인(Personal), 모바일(Mobile) 컴퓨팅에 이어 ‘공간컴퓨팅 시대’(Era of spatial computing)를 선언하며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했다.

애플은 퍼스널 컴퓨팅(Personal Computing) 시대를 여는 맥(Mac), 모바일 컴퓨팅 시대를 선도하는 아이폰을 만들었으며, 이제 공간 컴퓨팅(Spatial Computing) 시대를 이끌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애플이 지난 8일(현지 시간) MR 헤드셋 ‘비전프로’ 사용 영상을 공개했다. MR 헤드셋은 안경처럼 쓰는 컴퓨터다. 다음 달 2일 비전프로를 미국 시장에 본격적으로 출시한다고 밝혀 주목을 받았다.

또한, 비전 프로를 공간컴퓨팅 시대의 첫 번째 ‘공간 컴퓨터(Spatial Computer)’로 명명하고 새로운 운영체제 비전OS(VisionOS)를 소개했다. VisionOS는 공간컴퓨팅을 위해 기초부터 새롭게 만든 최초의 운영체제로, VisionOS를 통해 디지털 콘텐츠가 마치 실제 공간에 물리적으로 존재하는 것과 같은 느낌을 사용자에게 제공한다. 기존 컴퓨터 화면의 경계를 넘어 공간에 무한한 캔버스를 제공하며, 기존 키보드와 마우스가 아닌, 자연스럽고 직관적인 입력 체계인 사용자의 눈, 손, 음성을 통해 제어할 수 있다.

# 3D 객체 제작 시, AI 활용돼 새로운 혁신 예고

공간컴퓨팅은 메타버스(Metaverse)를 구현하는 핵심 기반을 제공한다. 공간컴퓨팅 기반으로 구현된 MR, AR을 통해 사용자는 세상을 완전히 다르게 볼 수도 있고(See the world differently), VR로 다른 세상을 볼 수도 있으며(See the different World), 이러한 경험의 총체가 메타버스(Metaverse)라는 것.

공간 컴퓨터에 구현될 다양한 디지털 공간과 3D 객체 제작 시, AI가 활용돼 새로운 혁신을 예고한 셈이다.

애플은 동영상 속 인물을 디지털 아바타로 전환할 수 있는 생성AI 도구 ‘HUGS(Human Gaussian Splats)’를 공개했다. HUGS는 AI를 통해 사람의 실제 모습을 카메라로 스캔하고 아바타를 생성해 디지털 공간에 배치할 수 있는 기술이다. 별도의 3D 스캐닝 장비 없이도 촬영한 동영상 속 인물을 실제 인물과 같은 모습으로 빠르게 디지털 아바타로 생성할 수 있다.

어도비는 5초 만에 2D 이미지를 3D로 바꿀 수 있는 AI를 선보이며 공간컴퓨팅 혁신을 일으킬 것으로 전망했다.

보고서는 “공간컴퓨팅과 AI 융합으로 가상과 현실의 구분이 어려워지는 초실감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며 “비주얼 튜링 테스트(visual turing test) 통과를 위한 기술 개발도 진행 중이다”고 강조했다. 비주얼 튜링 테스트는 메타(Meta) 리얼리티 랩스(Reality Labs)가 처음 도입하고 대중화한 개념으로, 가상현실처럼 보이는 세계를 실제 세계와 구분할 수 있는지를 판별하는 테스트다.

보고서는 특히 “현재 기술로는 비주얼 튜링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가상현실기술은 가상의 공간에 존재한다고 느끼게 하지만, 아직 사용자가 보고 있는 가상세계가 실제인지 혹은 가상인지 헷갈릴 만한 수준에는 이르지 못한 상황이다”고 설명하고 “생생하고 사실적인 촉감, 입체 소리 등과 같은 다양한 시각적 경험 제공을 기반으로 ‘비주얼 튜링 테스트 통과’라는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이 진행 중이다”고 덧붙였다.

# AI 내재된 스마트 안경 출시 예고...지능과 공간컴퓨팅 결합된 새 경험 제공

가상세계 공간에서 주변 물체를 선명하게 인식할 수 있게 도와주는 다초점 렌즈를 탑재한 하프 돔 3(Half Dome 3)은 착용자로 하여금 눈의 피로를 덜어주며, 또한 작은 물체를 식별하고 VR에서 글자를 읽고 환경에 더 빠르게 반응하고 적응하기가 수월하다는 잇점도 지녔다. 해상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Meta는 Quest 2 시야의 약 절반에서 망막에 가까운 해상도와 더 높은 해상도를 지원하는 새로운 하이브리드 렌즈 시스템을 갖춘 ‘버터스카치(Butterscotch)’라 불리는 헤드셋 프로포타입이 공개될 정도로 한층 발전했다. 이는 20피트(약 6미터) 떨어진 곳에서도 물체를 선명하게 볼 수 있을 정도의 해상도로 시력으로 환산하면 1.0 수준이다.

보고서는 특히, 공간컴퓨팅 기반으로 블록체인, AI가 융합돼 분산과 소유의 디지털 공간이 더욱 확산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공간컴퓨팅은 디스플레이, TV, 노트북, 글래스, 새로운 폼팩터(form factor) 등 다양한 기기들과 융합되면서 진화하고 있다는 점도 짚었다.

소니는 현실 세계를 3D 공간 이미지로 재현한 27인치 공간 현실디스플레이 프로토타입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스라엘 컴퓨터 제조기업 사이트풀(Sightful)은 세계 최초의 증강현실(AR) 노트북 ‘스페이스탑’(Spacetop)을 공개해 화제를 모았다. 스페이스탑은 디스플레이 화면 없이 2.54m 크기의 가상 스크린에 탭을 투영하며 맞춤형 AR 글래스 엔리얼(NReal)이 함께 제공되고, 이 안경을 쓴 사용자의 시야에만 가상 화면이 보이게 된다는 것.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무선통신, 컴퓨팅 장비 분야 공식 파트너 삼성전자가 동계올림픽 개막에 앞서 '삼성 올림픽 쇼케이스'를 개관했다. 삼성전자는 모바일, 가상현실, IoT 등 기술을 집약한 체험 공간에서 삼성의 브랜드 정신인 '불가능을 가능케 하라 (Do What You Can't)'를 올림픽에 참가는 선수단과 팬들에게 전했다. [사진=삼성전자/뉴시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무선통신, 컴퓨팅 장비 분야 공식 파트너 삼성전자가 동계올림픽 개막에 앞서 '삼성 올림픽 쇼케이스'를 개관했다. 삼성전자는 모바일, 가상현실, IoT 등 기술을 집약한 체험 공간에서 삼성의 브랜드 정신인 '불가능을 가능케 하라 (Do What You Can't)'를 올림픽에 참가는 선수단과 팬들에게 전했다. [사진=삼성전자/뉴시스]

메타는 2024년 AI가 내재된 스마트 안경 출시를 통해 지능과 공간컴퓨팅이 결합된 새로운 경험을 제공할 것으로 예고했다.

# VisonOS 등 관련 플랫폼 경쟁 가속화

보고서는 공간컴퓨팅 시대로 본격 진입하며, VisionOS 등 관련 플랫폼 경쟁이 가속화됨에 따라 혁신적인 디지털 공간경험을 지원하는 기기와 서비스의 출현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생성AI 확산은 공간컴퓨팅 기반의 다양한 디지털 공간 제작, 상호작용 방식을 혁신시키며 새로운 혁신 비즈니스 모델을 촉발하는 동력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기존 공급자, 고비용, 낮은 자유도 중심의 메타버스를 사용자, 저비용, 높은 자유도의 메타버스로 진화시키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현실과 가상을 구분하기 어려운 초실감 공간으로의 진화는 소통하며 일하는 방식의 대전환을 예고하며 분산형 기업 출현도 예고했다. 원격 및 하이브리드 근무 형태가 늘어나며, 기존 사무실 중심 기업이 지리적으로 분산된 기업으로 변화한다는 의미다.

또한, 공간컴퓨팅의 진화와 함께 정책 이슈도 지속 제기될 것으로 예측되며 이에 대한 정책대응 방안 모색이 절실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다만 공간컴퓨팅 플랫폼 경쟁의 가속화로 인한 지배력 남용, 불공정행위 등의 이슈가 제기될 우려도 존재함을 짚었다.

이승환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은 “공간컴퓨팅과 딥페이크를 활용한 사기 등 다양한 사회문제가 진화된 방식으로 전개될 가능성도 존재한다”며 공간컴퓨팅의 진화 방향을 고려하고, 제품·서비스 유형을 정형화하거나 발전 양상을 예측하기 어려운 신산업 특성을 충분히 고려한 정책 로드맵 작성이 필요한 시점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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