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형 삼성리서치 상무가 삼성 생성형 AI 모델인 '삼성 가우스'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이주형 삼성리서치 상무가 삼성 생성형 AI 모델인 '삼성 가우스'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뉴시안= 이태영 기자]영국의 비영리 노동정책연구소 오토노미의 최근 보고서는 미국과 영국에서 2033년까지 AI 도입으로 주 4일 근무가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전체 노동력의 28%가 주당 근무 시간을 40시간에서 32시간으로 단축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글로벌 트렌드에 맞춰 한국 노동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어드는 추세지만, 주 4일 근무제의 성공 요인은 시간 단축이 아닌 효율성 향상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글로벌 트렌드에 맞춰 노동시간이 점진적으로 축소하는 추세인 가운데 한국 기업 역시 일부에서 주 4일제를 시험 중이다. 특히 2023년 6월 삼성전자의 주 4일 근무제 선언으로 관심이 증가한 가운데, 주 4일제는 의료업, 제조업, 서비스업으로도 확산되고 이에 대한 긍정적인 실험 결과도 잇따르고 있다. 포스코경영연구원과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최근 보고서를 토대로 주 4일 근무제를 놓고 다양한 분석들을 정리해봤다.

# 글로벌 트렌드 맞춰 한국 노동시간도 점진적 축소 추세

최근 포스코경영연구원 전략컨설팅실 조성일 수석연구원은 ‘주 4일 근무제’ 보고서를 통해 “주 4일 근무제 제도 도입의 장애요인은 근로시간 단축이 생산성 하락으로 연결된다는 고정관념에서 비롯됐다”며 “줄어든 시간만큼 생산성을 높이는 것보다 현재 만연하고 있는 비효율을 줄이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진단을 내놓았다.

1953년 5월 근로기준법에 1일 8시간 주 6일 근무제(주 48시간)가 제정된 이후 36년이 지난 1989년 주 44시간으로 법정 노동시간이 4시간 단축됐다.

이후 2003년 법정 노동시간은 주 40시간으로 다시 4시간 단축됐으며, 2004년 7월 주 5일 근무제가 도입됐다. 놀토(노는 토요일) 실시 등 점진적인 확산 노력으로 2012년 들어서 실질적인 주 5일 근무제가 정착된 것,

2017년 KDI(한국개발연구원) 조사에 의하면, 근로시간 단축정책(주 40시간 근무제) 시행 이후, 10인 이상 제조업체의 노동생산성 향상 및 근로자 1인당 연간 실질 부가가치 산출이 1.5% 상승했다. 주 5일 근무제 도입 당시에도 많은 우려가 있었으나, 결과적으로는 안정적으로 정착됐다. 결국 주 4일 근무제 성공 여부는 ‘시간’이 아니라 ‘효율성’에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글로벌 트렌드에 맞춰 노동시간이 점진적으로 축소하는 추세인 가운데 삼성전자는 2023년 6월 23일부터 ‘월 1회 주 4일 근무제’ 시행을 선언했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 앞으로 직원들이 드나들고 있다. [사진=뉴시스]
글로벌 트렌드에 맞춰 노동시간이 점진적으로 축소하는 추세인 가운데 삼성전자는 2023년 6월 23일부터 ‘월 1회 주 4일 근무제’ 시행을 선언했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 앞으로 직원들이 드나들고 있다. [사진=뉴시스]

미국 포드자동차는 이미 1920년대 당시 규범이었던 주 6일 근무제를 주 5일 근무제로 전환했다.

삼성전자는 2023년 6월 23일부터 ‘월 1회 주 4일 근무제’ 시행을 선언(교대근무 생산직은 예외)했다. 당월 필수 근무 시간을 채우면 월급날인 21일이 있는 주 금요일에 출근하지 않아도 된다. 엄밀히 말해 ‘금요 휴무제’는 앞선 4일(월~목) 동안 2시간씩 더 근무하고 금요일에 쉬는 방식으로, 주 40시간 근로시간은 유지하되 금요일 하루를 쉴 수있는 방식이다.

SK하이닉스는 2022년 3월부터 매월 세 번째 금요일을 휴무일로 지정하는 ‘해피프라이데이’ 제도를 도입해 운영 중이다.

SK㈜, SK텔레콤 등 SK그룹의 다른 주요 계열사들도 부분적으로 주 4일제를 운영하고 있다.

SK 또한 삼성과 마찬가지로 주 40시간 근로시간을 축소하는 것이 아닌, 다른 날에 금요일 8시간 근무를 분산해 수행하고 금요일을 휴무로 적용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카카오게임즈, 토스(비바리퍼블리카), 우아한형제들 등 정보기술(IT) 기반 업계는 부분적으로 주 4일제나 주 4.5일제를 채택하고 있다.

기업교육 전문 기업 휴넷은 주 4일제를 지난 2022년부터 시행 중이다. 연차 소진이나 임금 삭감도 없는 온전한 주 4일제다.

주 4일제는 IT와 서비스업을 넘어 제조업으로도 확산 조짐이다. 포스코가 지난해 임금과 단체협상에서 주 4일 근무제 도입을 결정했다.

조성일 수석연구원은 “줄어든 시간의 분량만큼 생산성을 높이는 것보다 현재 만연하고 있는 비효율을 줄이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며 “일하는 방식에 대한 혁신에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주 4일 근무제 관련 실험, 대체로 긍정적 결과 도출

2015년~2019년 아이슬란드에서 진행한 실험에서는 임금 삭감 없는 주 4일 근무가 근로자의 복지와 생산성을 동시에 향상시킨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영국의 비영리 노동정책 연구소 오토노미(Autonomy)가 회사원, 유치원 교사, 사회복지사, 병원 종사자 등 다양한 산업과 유형의 근로자 2500여 명을 대상으로 추적 조사한 결과, 스트레스, 번아웃에서 건강, 워라밸에 이르기까지 근로자의 웰빙을 나타내는 다양한 지표값이 크게 상승했고, 생산성은 대부분의 작업장에서 동일하게 유지되거나 개선됐다고 발표했다. 참여 근로자들은 단축된 시간으로 운동과 사교 활동에 집중할 수 있어 업무성과가 향상됐다고 대답한 것.

마이크로소프트 일본지사도 2019년 8월 한달간 2300여 명의 전 직원을 대상으로 주 4일 근무제를 실험했다. 금요일을 휴무일로 지정해 주말까지 사흘 연속 쉬도록 하되 임금은 그대로 유지한 것. 설문조사 결과, 직원의 92.1%가 이러한 정책과 제도에 만족한다고 응답했다. 주 4일 근무제 시행 이후, 인당 매출은 39.9% 증가, 전기 사용량은 23.1% 감소, 서류 출력 및 복사 횟수는 58.7% 감소 등 비용 절감 효과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주 4일 근무제가 실패한 실험들도 존재한다.

스페인 통신회사인 텔레포니카(Telefonica)는 2021년 10월부터 희망자를 대상으로 주 4일 근무제를 시작했으나 결과적으로 시작도 하기 전에 실패한 사례다. 실패 원인은 희망자의 임금을 15% 삭감한다는 규정이 지적돼 지원율은 0.75%로 매우 저조했다.

프랑스도 1998년 근무시간을 주 39시간에서 35시간으로 단축하고, 초과근무는 연간 130시간으로 제한하는 방안 도입 실험에 실패했다. 실패 원인은 기업의 생산성 확대라는 목적과 달리 국가 차원에서 1998년 당시 10%에 달했던 실업률을 낮추고자 하는 데 초점을 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또한, 주 4일 근무제로 직원들의 근무 시간이 줄면 기업이 추가 고용을 하게 된다는 어설픈 가정에서 출발했다.

# 오토노미 “AI 활용해 업무 향상뿐 아니라 일과 삶의 균형

한편,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가 ‘인공지능 산업의 최신 동향’ 1월호에 게재한 오토노미의 연구 결과는 미국과 영국에서 2033년까지 AI 도입으로 주 4일 근무가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AI를 활용해 업무 향상뿐 아니라 일과 삶의 균형을 이룰 수 있다”고 진단했다.

SK㈜, SK텔레콤 등 SK그룹의 다른 주요 계열사들도 부분적으로 주 4일제를 운영하고 있다. [사진= SK그룹]
SK㈜, SK텔레콤 등 SK그룹의 다른 주요 계열사들도 부분적으로 주 4일제를 운영하고 있다. [사진= SK그룹]

연구에 따르면 AI 도입에 의한 생산성 향상으로 임금과 성과를 유지하면서 노동력의 28%(영국 880만 명, 미국 3500만 명)의 주당 근무 시간을 40시간에서 32시간으로 단축 가능하다는 것. 이는 챗GPT와 같이 LLM(Large language model, 거대 언어모델)을 업무에 활용해 직원의 성과를 개선하고 더 많은 여유시간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AI를 활용한 근무 시간 감소 정책은 대량 실업의 방지와 정신적·신체적 질병 감소에도 효과적이라는 점도 짚었다.

또한 AI 도입을 통한 생산성 향상으로 클 직업들이 많은 런던, 켄싱턴, 첼시 등을 포함한 일부 지역에서는 근무 시간 단축이 더 크게 나타날 것도 예측했다.

미국에서는 향후 10년 내 전체 노동인구의 71%에 해당하는 1억 2800만명의 근로자가 근무 시간을 10% 이상 단축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미국의 경우 주 4일 근무가 가능한 근로자 비율이 가장 높은 주는 워싱턴, 매사추세츠, 유타, 메릴랜드, 일리노이, 뉴햄프셔 등으로, 이들 지역에서는 전체 인력의 25%가 주 4일 근무로 전환 가능하다는 점을 주목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가 정책 입안자와 노동조합, AI 기술로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수백만 근로자에게 커다란 기회가 될 수 있다”며, 이해관계자 간 협업을 위한 ‘자동화 허브’를 설립해 직장 내 LLM 도입을 촉진하고 LLM의 공정한 구현과 근무 시간 단축을 보장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사회학을 전공한 국선희 전 전북대 겸임 교수는 “회사에서 오랜 시간 일하는 것이 미덕인 때를 지나 새로운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며 “한국 사회도 이에 대비한 진지한 논의가 계속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노사 간의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내기까지는 아직 많은 과제가 남아 있어, 충분한 논의 과정을 거쳐 최대한 합의점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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