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안= 이태영 기자］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한 세계 최대 IT 전시회 ‘CES 2024’의 핵심 키워드는 초개인화다. 모든 사물에 인공지능(AI)이 탑재되는 ‘AIoT(AI of Things)’가 가능해지면서 자연스럽게 AI를 활용한 초개인화가 화두로 떠오른 것. ‘CES 2024’에서 선보인 다양한 신제품들은 AI와 초개인화가 일상생활에 광범위하게 적용될 날이 머지않았음을 여실히 보여줬다. 초개인화 마케팅이 새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는 반증이다. 2024년 화두로 급부상한 초개인화 마케팅의 면면을 살펴봤다.

초개인화(Hyper-personalization)는 통계적 자료의 한계를 넘어 개개인의 검색 패턴, 표정, 건강 상태 등을 통해 잠재적 니즈를 파악한 뒤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가리킨다. 기존의 '개인화'에서 한층 진화된 마케팅 전략이다. 앞으로 초개인화는 기업의 생존을 위한 필수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기업들도 관련 제품·서비스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과 LG를 비롯해 통신, 게임사, 여행사 등 초개인화가 적용되는 산업 분야가 확대되고 있다.

우선, 가전 기업들이 초개인화 마케팅에 사활을 걸고 있다. 스마트폰 앱을 통해 필요한 기능을 설정하고 관련 서비스를 구독하는 제품들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9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 2024 현장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제품과 핵심 기능부터 생산형 인공지능(AI) 기술을 적용해 고객에게 더욱 창의적이고 편리하며 초개인화된 기능을 제공할 것”이라며 “매일 사용하는 핵심 기능을 중심으로 생성형 AI를 적용하기 시작해 새로운 디바이스 경험으로 혁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스마트폰·TV·가전 등 모든 기기에 AI를 접목하고, 초개인화된 기능을 고객들에게 제공할 계획이다.

LG전자도 지난해 ‘업(UP)가전 2.0’ 전략을 공개하고 초개인화를 통한 라이프 솔루션 기업으로 도약하는 청사진을 내놨다. 업가전 2.0은 가전에 특화된 AI칩 및 운영체제(OS)를 통한 초개인화, 제품 케어십 서비스와 가사 관련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를 연계한 가사 부담 최소화, 구독 사업 등을 골자로 한다. LG전자는 가전제품과 가사 부담을 덜어줄 서비스를 함께 제공해 초개인화된 가전 솔루션을 제공하겠다는 각오다.

통신 3사 역시 지난해 마이데이터 시장 선점 경쟁을 본격화하면서 초개인화 서비스 고도화에 돌입하는 등 생성형 AI를 기반으로 한 맞춤형 서비스 경쟁이 치열하다.

SK텔레콤은 ‘PASS 금융비서 보험분석 서비스’를 통해, LG유플러스는 ‘머니Me’ 서비스를 통해 통신사, 카드사, 은행, 의료기관 등 여러 곳에 흩어진 개인 데이터를 통합 관리함으로써 개개인에 대해 맞춤형 혜택을 제공한다. 특히 고객들의 요구가 점차 세분화되고 있는 만큼 서비스 품질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기술 도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IPTV 업계도 초개인화 플랫폼으로 변모하고 있다.

SK브로드밴드가 선보인 'AI B tv'는 기존 B tv에 인공지능(AI) 기술을 더해 개편한 초개인화 IPTV 서비스다. 초개인화 시대의 흐름을 타고 유료방송 시장의 새로운 표준을 제시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AI B tv는 업계 최초로 TV를 보는 이용자를 자동으로 인식해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하는 자동개인식별(Auto Detection) 기능을 구현했다.

KT스카이라이프는 대대적인 개편으로 넷플릭스에 더해 디즈니 플러스, 유튜브 프리미엄까지 품어 OTT 서비스를 대폭 강화했다. 올해부터는 각 가정 내에 설치된 셋톱 박스를 통해 글로벌 OTT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국내 굴지의 게임 회사 넥슨도 개인화 마케팅에 선제적으로 뛰어들었다. 넥슨은 자사 게임 '카트라이더 러쉬 플러스' 재접속을 유도하고자 게임 유저들의 데이터를 분석하는 등 이용자들의 접속 패턴까지 분석해 그에 따른 알림을 보내기도 한다.

금융권 특히 카드업계도 자사 데이터에 분석과 AI를 결합한 맞춤형 ‘초개인화’ 마케팅에 주력하고 있다. 마이데이터 사업을 강화와 초개인화 금융 서비스 제공으로 브랜드 선호도를 높이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나카드는 주력 상품인 '원더카드(ONE THE CARD)' 가 출시 1년 만에 50만매를 돌파했다고 지난 15일 밝혔다. 2023년 1월 출시된 원더카드는 카드 1장에 모든 혜택을 담아 고객별 최적화한 초개인화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는 상품이다. 기존 데이터와 분석을 토대로 초개인화 플랫폼 ‘원더마켓’도 론칭하며 개인 맞춤형 혜택을 강화했다.

현대카드는 데이터 사이언스(Datascience)를 기반으로 한 ‘3층 서비스’를 선보인다. 데이터 사이언스는 데이터를 수집·분석·처리해 유의미한 정보를 추출, 활용하는 기법이다. ‘3층서비스’는 인공지능(AI)∙데이터 사이언스 기술 기반으로 고객별 맞춤형 쿠폰과 구독 서비스를 제공한다. 카드 결제 데이터 분석을 통해 얻어낸 인사이트를 실시간으로 초개인화 마케팅에 반영한다.

신한카드도 디지털·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상권 분석, 마케팅 대행 및 개인사업자 대출을 진행하고 있다. 신한카드의 소상공인 마케팅 지원 플랫폼 ‘마이샵 파트너(MySHOP Partner)’는 최소 비용으로 최대의 마케팅 효과를 창출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국민카드도 AI 기반 초개인화 마케팅시대에 초점을 맞췄다. 박대건 KB국민카드 AI혁신부장은 지난해 11월 15일 여의도 FKI타워에서 열린 '제17회 스마트금융콘퍼런스'에서 국민카드 인공지능(AI) 마케팅 시스템 '에임즈(AIMs)'를 공개했다. 에임즈는 지난해 국민카드 내부에서 론칭한 고객 마케팅 시스템으로, 정교한 AI엔진을 통해 마케팅 프로세스를 진행한다. 에임즈 도입으로 고객 개인별로 맞춤형 콘텐츠와 전달 방식을 생성해 개인화 마케팅이 가능해졌다.

국내 대표 플랫폼 기업 네이버와 카카오는 AI 추천 기술 고도화로 초개인화 추천 서비스 강화에 나섰다. 생성형 AI를 자사 서비스 곳곳에 더욱 공격적으로 적용해 소비자들에게 차원이 다른 콘텐츠, 커뮤니티 경험을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네이버는 지난해 8월 한국어에 특화한 초거대 AI '하이퍼클로바X'를 공개한 바 있다. 이는 세계에서 세 번째로 개발한 LLM(거대언어모델)을 발전시킨 모델이다. 올해 네이버는 '하이퍼클로바X' 영역 확장에 속도를 낸다는 각오다.

카카오는 올해 기존 AI 모델인 '코GPT'의 성능을 높인 초거대 AI '코GPT 2.0'(가칭)을 공개한다. 카카오톡을 포함한 계열사 내 다양한 서비스에 접목하는 형태로 공개할 전망이다. 카카오는 카카오톡 'AI 요약하기' 기능 외에도 AI 프로필 이미지를 생성하는 '칼로(Karlo) AI 프로필' 등을 운영 중이다. 카카오 역시 AI를 활용해 소비자들에게 초개인화 경험을 주겠다는 구상이다.

교육업계도 인공지능(AI) 기술이 접목된 다양한 서비스를 선보이며 초개인화 맞춤형 학습 실현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학생 개개인의 실력을 파악하는 것을 넘어서 어떤 부분에 강하고 약한지 판단하는 ‘초개인화 학습’에 좀 더 다가간 모습이다.

여행업계도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초개인화 서비스 도입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초개인화 시대에 맞게 다양한 소비자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는 차별화된 경험 및 서비스를 제공해 여행객들을 끌어들이겠다는 전략이다.

최근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은 '관광 트렌드 분석 및 전망 2023~2025' 보고서를 통해 올해 관광 트렌드로 '초개인화 시대, 여행경험의 나노화'를 꼽았다.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에 맞게 혼자 여행을 떠나려는 이들이 늘고 있다는 것. 1인 가구 증가와 더불어 코로나19 이후 혼자 여행을 떠나려는 이들이 늘면서 개인별 맞춤 여행을 중시하는 여행족이 급증하고 있다는 것으로 분석된다.

2024년 K-산업 전분야서 새 트렌드로 급부상한 '초개인화 마케팅'이 어디까지 발전하게 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