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권 정신과 의사 겸 사진작가는 올해로 14년째 한강을 걸으면서 한강 사진을 찍는 재미에 푹 빠졌다. 1년 동안 찍은 한강 파노라마 사진을 모아 전시회도 9번이나 열고 세상과 소통했다. 자신만의 독특한 구도와 색감으로 현대의 한강을 예술적으로 재조명하고 있다. [사진=이태영 기자]
이현권 정신과 의사 겸 사진작가는 올해로 14년째 한강을 걸으면서 한강 사진을 찍는 재미에 푹 빠졌다. 1년 동안 찍은 한강 파노라마 사진을 모아 전시회도 9번이나 열고 세상과 소통했다. 자신만의 독특한 구도와 색감으로 현대의 한강을 예술적으로 재조명하고 있다. [사진=이태영 기자]

[뉴시안= 이태영 기자] 문화는 그 사회를 이끌어가는 보이지 않는 뿌리다. 다양한 문화예술 분야에서 각자의 위치에서 소신을 갖고 창작 활동에 열정을 불사르는 '문화를 만드는 사람들'을 찾아 그들의 작품 세계와 삶을 공유해본다. /편집자주

“한강을 찍으면 어떤 느낌이 있더라고요. 처음에는 개인적인 표현으로 출발했어요. 주야를 가리지 않고 시간이 나는 대로 무작정 한강을 걸으면서 사진을 찍었죠. 무엇보다 사진 작업과 동시에 진행했던 정신분석과 유사함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됐죠. 한강은 저에게 힐링의 순간을 선물합니다”
 

정신과 의사가 올해로 14년째 한강 사진을 찍는 재미에 푹 빠져있다. 1년 동안 찍은 한강 파노라마 사진을 모아 전시회도 9번이나 열고 세상과 소통했다. 자신만의 독특한 구도와 색감으로 현대의 한강을 예술적으로 재조명하고 있다. 주인공은 이현권(51) 정신과 의사 겸 사진작가다.

충남 예산이 고향인 그는 대전에서 초, 중,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진주 경상대학교 의과대학 출신인 그는 현재 서울에 거주하며 경기도 안성에 있는 병원에서 정신 건강의학과 의사로 일하고 있다. 한국정신분석학회 정회원, 국제정신분석가(IPA) 교육과정에 있으며 2021년 한국정신분석학회 학술상을 수상했다.

이현권 정신과 의사 겸 사진작가는 자신만의 독특한 구도와 색감으로 현대의 한강을 예술적으로 재조명하고 있다. [사진=작가 제공]
이현권 정신과 의사 겸 사진작가는 자신만의 독특한 구도와 색감으로 현대의 한강을 예술적으로 재조명하고 있다. [사진=작가 제공]

그는 의대생 시절 사진과의 첫 인연을 맺었다. 의과대학 본과 3학년 때 성형외과 교수가 빌려준 필름 카메라를 통해 사진을 배웠다고 한다. 교수가 수술방에서 쓰던 카메라를 새 것으로 바꾸면서 기존 카메라를 준 게 사진에 관심을 갖게 된 동기다.

사진 찍는 법을 독학으로 배우며 3~4년 동안 사진을 찍었다. 인턴 때는 바빠서 못하고, 정신과 전공의 시절 개방병동에서 지내는 정신과 환자들의 생활 모습을 렌즈에 담아낸 게 시작이었다.

휴대폰을 사용해 누구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시대, 의사인 그가 특별히 한강이라는 소재에 집중하는 이유가 궁금했다.

그가 한강 사진을 찍게 된 이유는 독특하다. 한강은 그에게 친숙한 공간이다. 그는 어릴 때 충남 예산과 대전에서 자랐는데 서울의 한강은 늘 가슴을 뛰게 만드는 곳으로 기억된다고 한다.

이현권 정신과 의사 겸 사진작가는 1년 동안 찍은 한강 파노라마 사진을 모아 전시회도 9번이나 열고 세상과 소통하고 있다. [사진=작가 제공]
이현권 정신과 의사 겸 사진작가는 1년 동안 찍은 한강 파노라마 사진을 모아 전시회도 9번이나 열고 세상과 소통하고 있다. [사진=작가 제공]

“한강을 걷는다는 것은 스스로 오감을 열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이라고 생각해요. 이 감각들이 나의 현재 감정 및 기억 등과 만나면서 사진으로 표현되는 것 같아요. 제가 연구하고 있는 정신분석의 과정과 비슷하다고 생각됩니다”

지방 의대를 졸업하고 상경해 전공의 시절부터 늘 한강을 건너다니면서 한강에 관심을 가졌던 것이 ‘한강 사진작가’의 길로 들어선 계기다. 한강을 전문으로 파노라마 구도로 찍는 사진작가는 그가 유일하지 않을까 싶다.

그는 한강의 정서를 느낌대로 앵글에 담았다. 걸으면 걸을수록 나만이 느낀 한강이 아니라 누구나 공유하는 한강이고 거기에 시민의 삶이 묻어 있음을 느꼈다. 그래서 한강에 대해 더 애착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전시를 위한 본격적인 사진 작업은 2010년 서울 한강으로 시작했다. 2011년 첫 전시회를 열고 현재 9번의 개인전을 개최했다. 서울이라는 거대도시 한 복판을 가로지르며 유유히 흐르는 한강을 파노라마 구도로 찍은 사진이 한자리에 모였다. 그의 사진 작업은 크게 두 가지 흐름이 눈길을 끈다. 서울 한강과 인간의 마음과 관련된 작업이다.

그는 ‘서울 한강을 걷다 10년(세종문화회관미술관, 2021)’, ‘이분의 일(갤러리 인사아트, 2020)’ 등 개인전 9회와 다수의 기획 그룹전에도 참여했다.

이현권 정신과 의사 겸 사진작가 [사진=작가 제공]
이현권 정신과 의사 겸 사진작가 [사진=작가 제공]

“모든 강이 그렇듯 인간의 삶과 깊게 연관돼 있잖아요. 문명이 일어나도 강 근처이고, 우리나라 역사 역시 이 강 근처에서 이루어져 있죠”

정신과 의사로 환자의 힘든 감정들을 수용하고 소화하는 반복적인 과정을 직업으로 갖고 있는 그에게 한강은 또한 그의 일상과 겹친다고 생각했다. 세종문화회관 전시회 이후 1년여 기간 슬럼프를 겪었지만 이젠 다시 뛴다는 생각이다.

그는 다양한 사진의 기능 중 예술의 시선에 관심이 크다.

“제가 생각하는 예술의 기반은 개인입니다. 아니 철저히 ‘나’로부터 시작합니다. 여기서 나는 나의 감각, 감정, 나의 관념을 의미합니다”

그에게 사진이란 정신분석적으로 그만의 형식으로 ‘존재’의 스케치를 그리게 하는 것이 아닐까.

그는 앞으로의 계획과 관련해 특별한 것은 없다고 한다.

“그냥 시골 병원에서 열심히 환자와 소통하고, 스스로 돌아보고, 또 사진 작업을 통해 이러한 나를 표현하는 일을 계속할 따름입니다. 굳이 계획이 있다면 무의식을 포함한 인간의 심리에 대한 작업을 한강과 함께 진행하려고 합니다”

그에게 한강은 마치 그가 해야만 하는 과업처럼 평생 옆에 두고 찍어야 할 과제로 인식한다.

사시사철 변함없이 흐르는 한강을 찍으면서 수천 년의 역사와 이야기가 흐르는 한강의 역사성도 느꼈다. 한강을 걸으면서 보행 체험으로 담아낸 그의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말을 걸어오는 느낌이 온다.

“찍을 때 개인적인 느낌을 중시했어요. 서울 한강을 찍은 이유 중 하나는 다양한 삶이 공존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거든요. 한강이라는 공간에서 새, 물고기, 동물, 사람이 더불어 살아가는 모습을 담고 싶었죠”

이현권 작가는 자신만의 독특한 구도와 색감으로 현대의 한강을 예술적으로 재조명하고 있다. [사진=작가 제공]
이현권 작가는 자신만의 독특한 구도와 색감으로 현대의 한강을 예술적으로 재조명하고 있다. [사진=작가 제공]

한강을 찍으면서 그는 사진이 시(詩)와 비슷한 점이 있다고 느꼈다. 느낌을 단어로 표현한 작품이 시 라면, 느낌을 이미지로 표현한 작품이 사진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앞으로도 한강을 파노라마 구도로 연작해 계속 찍을 작정이다. 정신과 의사로 활동하면서 지금 찍고 있는 한강 사진과의 연계성을 더 깊이 있게 공부하고 싶은 속내도 밝혔다.

“시간이 지날수록 깨달았습니다. 한강은 우리 역사와 늘 함께 한 장소였으며, 거대한 역사적 흐름 속에 우리 민족의 소소한 삶의 흔적을 품고 흐르는 강이라는 사실을 항상 일깨워 주죠.”

렌즈를 밀고 당기면서 ‘한 장 한 장’ 한강 사진에 쏟는 그의 열정의 깊이마저 느껴진다.

“제 사진을 통해 주변 사람들에게 좀 더 따뜻한 존재가 되었으면 합니다”

그의 사진 속에는 그만의 내면을 분석하는 여정이 함께 깃들어 있는 게 아닐까.

오늘도 그는 카메라를 들고 긴 세월을 흘러보낸 한강의 순간순간들을 함께하기 위한 출발선에 다시 섰다.

이현권 정신과 의사 겸 사진작가는 1년 동안 찍은 한강 파노라마 사진을 모아 전시회도 9번이나 열고 세상과 소통하고 있다. [사진=작가 제공]
이현권 정신과 의사 겸 사진작가는 1년 동안 찍은 한강 파노라마 사진을 모아 전시회도 9번이나 열고 세상과 소통하고 있다. [사진=작가 제공]

 

저작권자 © 뉴시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