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2년 7월 국내 방산업체들이 폴란드와 FA-50 경공격기, K2전차, K9자주포 수출에 대한 기본계약(Framework Agreement)을 체결했다. 사진은 당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현대로템 한국항공우주산업 등 국내 방산업체 대표들이 폴란드 측 관계자와 기념사진을 찍는 모습. [사진=뉴시스DB, 국방부 공동취재단]
지난 2022년 7월 국내 방산업체들이 폴란드와 FA-50 경공격기, K2전차, K9자주포 수출에 대한 기본계약(Framework Agreement)을 체결했다. 사진은 당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현대로템 한국항공우주산업 등 국내 방산업체 대표들이 폴란드 측 관계자와 기념사진을 찍는 모습. [사진=뉴시스DB, 국방부 공동취재단]

[뉴시안= 이태영 기자]국회가 또 다시 한국 방산 수출의 발목을 잡고 있어, 방산업체들의 속앓이가 깊어지고 있다.

23일 방산업계 및 관계에 따르면, 한국수출입은행의 법정자본금 한도를 높이는 수출입은행법 (수은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지연되면서, 폴란드와 수출 계약을 맺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관련 업체들이 속을 태우고 있다. 여야 모두 방산 수출 활성화를 위해 수은법을 고쳐야 한다는데 공감하고 있지만, 정쟁 때문에 입법이 지연되고 있어 기존 수출계약이 대폭 축소되거나, 심지어 무산될 처지에 놓여 있는 것. 

국내 방산기업들은 지난 2022년 7월 폴란드와 무기 수출 기본 계약을 체결하고 같은 해 8월 K-2 전차 180대, K-9 자주포 212문, FA-50 48대 등 17조원 규모의 1차 실행계약을 체결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경우, 폴란드 군비청과 K9 672대, 다련장로켓 천무 288대를 수출하기 위한 기본계약을 체결했다. 같은 해 8월 K9 212대, 11월에는 천무 218대도 계약했다. 현대로템도 폴란드와 1000여대의 K2 전차 수출하는 계약을 맺었다. 1차 계약에서 폴란드와 K-2 전차 180대 수출을 확정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FA-50 전투기 48대를 대상으로 무기 수출 계약과 1차 실행 계약 체결을 끝냈다.

이들 업체들은 1차 계약보다 2차 실행계약 물량이 더 많았다. 2차 계약 규모는 K-2 전차 820대와 K9 자주포 460문 등 30조원어치에 달한다.

계약 당시 한국은 국가간 대규모 무기거래에서의 관례대로, 폴란드에 한국산 무기를 살 돈을 빌려주고, 폴란드는 이 돈으로 무기를 사고 향후 돈을 갚아 나가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1차 계약에는 수은과 무역보험공사가 6조원씩 총 12조원을 폴란드에 빌려주는 내용이 포함됐다.

문제는 폴란드와의 2차 계약은 수출입은행의 법정 자본금이 15조원으로 제한돼 한국 측에서 추가로 정책금융을 지원해주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에따라 무기 수출을 지원하기 위해 국회에선 수출입은행 자본금 한도를 25조~35조원으로 상향 조정하는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여야 정쟁에 휘말려 해당 상임위원회 문턱도 넘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됐다.

상황이 더 꼬인 것은 폴란드 정권이 8년만에 교체되면서, 새 정부는 한국의 추가 금융지원이 없는데 대해 불만을 토로하면서 기존 계약을 파기하려는 움직임까지 내비치고 있다.

상황이 급변하자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경우 수은법 자본금 한도 상향을 기다리지 않고 KB국민·신한·하나·우리·HN농협 등 5대 은행으로부터 공동대출을 받아 지난해 연말 약 3조4474억원(약 26억 달러) 규모의 2차 실행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현재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K9 수출물량 672대 중 남은 300여대와 현대로템의 K2 전차 수출물량 1000여대 중 남은 820여대의 수출은 언제 이뤄질 지 기약이 없는 상태다.

폴란드 정부가 2차 실행계약에서 20조원 이상의 국가 대출 보증을 요구하고 있어 수은법 자본금 한도 상향이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 계약 축소 내지 무산 가능성도 없지 않다.

업계에선 여야 모두 수은법 개정에 찬성하면서도 지난해 11월 국회 기획재정위 경제재정소위에서 논의조차 하지 않고 있는 것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 쌍특검법 등 정쟁보다 개정안 처리를 우선시해야 한다는 의견도 들린다.

21대 국회에서 수은법 개정안이 처리되지 못하면 다음 국회에서 법안 마련 작업을 처음부터 다시해야 하는 만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현대로템은 정책자금 부족으로 수출이 무산되는 위기에 처할 수 있다고 본다.

업계 관계자는 "수은법 개정안이 국회 상임위에 계류돼 있지만 올해 통과를 장담하기 힘들다는 우려가 높다"며 "21대 국회에서 수은법 개정안이 처리되지 못하면 방산 수출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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