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겨울 골프는 나름 재미가 쏠쏠하다. [사진=안성찬 기자]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겨울 골프는 나름 재미가 쏠쏠하다. [사진=안성찬 기자]

[뉴시안= 안성찬 대기자]기온이 급강하는데도 겨울철 골프를 즐기려는 골프마니아들은 추위도 아랑곳 없이 코스에 나선다. 본격적인 골프시즌에 비하면 뭔가 부족해 보이는 것이 있겠지만 나름대로 재미가 쏠쏠하다. 특히, 호주머니가 가벼운 골퍼가 반기는 것은 그린피가 저렴하다는 것이다. 

또한. 겨울철 라운드는 아마추어 골퍼들의 골프속성인 운칠기삼(運七技三)이 아니라 운이 더 강하게 작용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평소에 한번쯤 이겨봤으면 하는 골프 적(敵)들을 꺾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볼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예측불허의 게임이 전개되기 때문이다. 페어웨이와 그린이 얼어 있어 짤순이(短打者)가 롱순이(長打者)를 제압할 수 있기도 하다. 장타 골퍼는 볼이 통통 튀어 OB(아웃 오브 바운스)나 해저드로 들어가는 일이 종종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마추어 골퍼들은 아무리 겨울철 골프요령을 설명해도 막상 티박스에 들어서는 순간 까마귀 고기를 먹은 탓인지 평상시와 똑같이 플레이한다는 사실이다.

“그린이 통통 튀니까 볼을 그린주변 앞에 낮게 굴려서 핀까지 가게 하라”고 동반자에게 침을 튀기면서 열을 내는 골퍼도 핀과 50야드 남겨보라. 핀을 향해 곧바로 쏜다. 그게 골프다.

그렇다하더라도 스코어를 줄이기 위해서는 반드시 ‘겨울골프요령’을 한번쯤 머리속에 넣어 두는 것이 훨씬 낫다는 얘기다. 

∎골프웨어는 가벼운 옷으로 여러 개 껴입기

겨울철 골프는 몸을 따듯하게 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체온을 잘 유지해야 쾌적한 플레이를 할 수 있다. 기온이 내려가면 근육, 관절, 인대의 유연성이 급격히 떨어진다.

인체 내 열 생산보다 열 손실이 많을 때 저체온증이 올 수 있다. 따라서 체온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급선무다. 

요즘에는 솜털처럼 가벼우면서도 열이 나는 옷이 많이 나와 있으니 이런 것을 먼저 이너웨어로 입는 것이 필수적이다. 집에서부터 여러 개의 얇은 옷을 아예 입고 출발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그래야만 스윙하기가 더 편하다. 

또한, 핫 팩도 2개 정도 미리 준비해 호주머니나 보온용 털장갑에 넣어둔다. 손이 따뜻해야 스윙은 물론 퍼팅도 잘 된다.

방한용 기모안감의 모자를 비롯해 목을 보호하는 넥 워머도 필요하다. 귀, 코, 입 등으로 들어오는 찬 기운을 한번 걸러주는 효과가 있다. 열이 빠져 나가는 것을 막아준다.

플레이할 때는 카트에 웅크리고 앉아 있지 말자. 가급적 몸을 움직여서 체온을 높이는 것이 샷을 하는데 훨씬 효과적이니까.     

골프장에 일찍 도착했다면 아예 온탕에서 30분쯤 몸을 뜨겁게 하고 나오면 몸도 유연해지고 마음도 훨씬 편해진다.

이렇게 만반의 준비를 하더라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샷을 하기전에 반드시 충분한 스트레칭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워밍업이 그만큼 중요하다. 

∎컬러 볼을 준비하고 볼을 따뜻하게 

언제 눈발이 날리지 모르고 잔설(殘雪)이 있으니 컬러볼을 반드시 준비한다. 이전에 겨울용 오렌지 컬러 볼은 거리가 덜 나갔지만 최근 컬러 볼은 기술의 발달로 기능 차이가 없다.

로봇을 이용한 볼의 비거리에 대한 공기역학 테스트를 한 적이 있는데, 섭씨 32도에서 기온이 10도로 떨어지면 드라이버 샷의 비거리가 7야드 덜 나갔다는 것이다. 기온이 5도 내려갈 때마다 비거리가 약 4야드씩 감소한다는 테스트 결과가 있다. 따라서 볼을 따뜻하게 하면 평소의 거리를 낼 수 있다.

카트에 타면 요즘에는 조그만 히터가 있다. 이 근처에 볼을 둔다. 혹은 핫 팩을 넣은 장갑에 볼을 미리 보관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자신에게 맞는 고무티를 준비한다. 드라이버 샷을 할 때 유용하다. 티박스가 얼어 있을 경우를 대비해 골프장들은 대개 끝이 뾰족한 쇠막대를 준비해 두지만, 땅을 뚫어 티를 꽂으면 균일한 티 높이 조절이 쉽지 않을 수 있다.

∎얼어있는 디봇자국은 무조건 드롭

골프는 건강과 재미를 위해서 한다. 그런 점에서 겨울 골프는 골프룰보다 건강룰이 우선이다.

정규투어에서 비가 온 뒤 적용하는 ‘프리퍼드 라이(preferred lies)’ 규칙을 활용한다. 젖은 페어웨이에 볼이 낙하해 볼에 흙이 묻거나 박히면 집어서 닦거나 손바닥 크기인 6인치 정도 이내에 드롭을 한다.

겨울 벙커는 모래가 얼어 있거나 발바닥 자국이 그대로 있을 가능성 많다. 또한 디봇 자리가 얼어 있을 수 있어 이 역시 드롭한다. 디봇밑에 혹시 돌이 있어 뒷땅을 칠 경우에 팔에 충격을 받을 수 있다. 

∎스윙은 4분의 3으로

겨울철 라운드는 여름철에 비해 체력소모가 증가한다. 따라서 운동량을 10-20% 줄이는 것이 좋다.기온이 뚝 떨어지면 평소의 제스윙이 나오지 않는다. 어딘가 어색하고 엉성한 스윙을 하게 된다. 이 때문에 프로들의 대회는 통상 겨울철에 하지 않는다.

다만, 아마추어 골퍼는 일단 추위를 먼저 받아들이고 플레이를 해야 겨울철 묘미를 만날 수 있다. 건강삼아, 놀이삼아 한다면 멋진 정통 스윙보다는 몸에 무리가 가지 않는 범위에서 스윙한다. 때로 스윙폭을 줄이고 팔만으로 해도 거리는 손해보지 않는다. 페어웨이가 얼어 있으면 통통 튀거나 구르는 거리가 늘어난다. 

골프교습가들은 흔히 4분의 3 스윙을 하라고 한다. 드라이버나 우드는 땅이 얼어 있어 거리가 평소보다 더 나간다. 특히, 내리막 홀에서는 자신의 생각보다 더 나가 깜짝 놀라기도 한다.

아이언은 한 클럽 길게 잡돼, 그립은 조금 내려 잡는다. 그래야만 볼을 정확하게 맞출 수 있다. 땅이 얼어 있으면 찍어치기보다는 우드처럼 약간 빗자루 쓸 듯이 샷을 한다. 자칫 뒤땅을 치면 부상위험이 있다.

∎코스공략이 관건

운칠기삼이라면 코스를 잘 공략하는 것이 스코어를 줄이는데 절대적인 영향을 끼친다. 평소에 티샷을 벙커나 해저드를 피해 페어웨이로만 보내도 3~4타를 너끈히 줄일 수 있다. 겨울철은 더욱 더 그렇다. 물론 러프지역의 언덕으로 보내도 대부분 페어웨이로 내려오지만 그만큼 손해다. 이 때문에 코스매니지먼트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린주변에서 어프로치는 대부분 100야드 이내. 이 때문에 피칭부터 로프트가 큰 클럽을 사용하게 된다. 볼은 당연히 뜨게 마련이고 볼을 더욱 더 크게 튀게 된다. 이것을 감안해 거리를 잘 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따라서 그린주변에서 샌드나 피팅 웨지클럽으로 띄워 치는 치핑보다는 8~9번, 혹은 퍼터로 가급적 굴리는 것이 스코어를 줄이는 비결이다.

그린이 얼어 있으면 평소보다 잘 구르거나 덜 구르는 것이 명확해진다. 일단 첫 홀을 돌고 나서 퍼팅을 어떻게 할 것인지 결정한다. 낮에는 기온이 올라가 그린이 살짝 녹으면 물기로 인해 그린이 느리게 돼 평소보다 덜 구른다는 것을 감안한다. 때리기보다는 스트로크로 퍼팅을 하면 훨씬 퍼팅수가 줄어 든다. 

∎첫째도 조심, 둘째도 조심 

추워지면 몸이 먼저 반응한다. 근육 및 인대가 뻣뻣해진다. 이때 무리하게 스윙을 하면 관절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골프 스윙 동작을 할 때 어깨가 큰 역할을 한다. 잘못된 스윙 동작은 어깨 질환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대표적인 부상 중 하나가 '회전근개파열(回轉筋蓋破裂)'이다. 이는 어깨의 회전 운동과 안정성을 담당하는 힘줄인 회전근개가 손상 혹은 찢어지면서 어깨 통증을 유발하는 질환으로 골퍼들에게는 치명적이다.

어깨를 감싸고 있는 회전근개는 4개의 근육이 어깨 관절의 회전운동 및 안정성을 유지해주는 역할을 한다. 어깨가 360도로 돌아가는 넓은 가동범위를 가지고 있는 것도 바로 이 힘줄 덕분이다. 다만, 유연성을 갖고 있지만 손상에도 취약하다는 것이다. 기온이 낮은 겨울철에는 유연성마저 떨어지며 손상의 위험이 더욱 커진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스트레칭 등으로 미연에 방지하는 것만이 골프를 오래 할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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