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고양 킨텍스에서 지난해 10월 11일 열린 2023 로보월드에서 관람객들이 현대위아의 파킹로봇 시연을 관람하고 있다. [사진=뉴시스DB]
경기 고양 킨텍스에서 지난해 10월 11일 열린 2023 로보월드에서 관람객들이 현대위아의 파킹로봇 시연을 관람하고 있다. [사진=뉴시스DB]

[뉴시안= 이태영 기자]투자 관점에서 2024년에도 로봇과 AI 테마는 유효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또한 우리나라를 비롯한 미국, 중국, 일본 등 국내총생산(GDP) 상위 국가들의 저출산·고령화 현상과 주4일 근무제 확산 기조는 로봇·AI 시대를 앞당겨야 하는 당위성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김태현 IBK기업은행 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이 ‘중소기업 CEO리포트 1월호’에서 분석한 ‘2024년 로봇·AI 치열한 시장 선점 경쟁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투자 관점에서 2024년에도 로봇과 AI 테마는 유효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협동로봇 도입이 빠르게 늘며 산업용 로봇 시장이 2023년 170억 달러 규모에서 2028년 325억 달러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구 고령화와 숙련공 부족으로 이동형 로봇, 청소로봇 등 서비스 로봇 시장 규모도 2028년 848억 달러로 연평균 15.4%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국내 주식시장에서 로봇과 AI 분야에 대한 관심과 투자수요는 그 어느 때보다 높았다. 실제로 로봇 관련주인 레인보우로보틱스와 두산로보틱스의 주가 수익률(1월 1일~12월 12일)이 각각 402%, 247%를 기록했고, 의료분야 AI 기업 ㈜제이엘케이와 루닛 주가도 각각 632%, 480% 올랐다. 동기간 코스피가 13%, 코스닥이 23% 상승했음을 고려하면 소위 대박을 터뜨렸다.

높아진 로봇과 AI에 대한 시장의 관심은 상장지수펀드(ETF) 출시로 이어졌다. 작년 상장된 국내 최초 로봇 ETF(삼성자산운용: KODEX K-로봇액티브)의 순자산총액(AUM) 규모가 확대된 가운데, 2023년은 타임폴리오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KB자산운용 등 다수의 자산운용사에서 국내외 로봇·AI 관련 ETF를 출시하며 투자자의 수요를 자극했다.

# 2024년 로봇·AI 시장 성장 여전히 유효한가?

국내에서는 1위 협동로봇 기업 두산로보틱스의 해외 시장 공략 강화, LG전자의 물류 등 서비스 로봇 사업 확장, 삼성전자의 웨어러블 로봇 봇핏(BOT FIT) 출시 등 2024년에도 대기업 중심의 로봇 사업 확대 기조가 이어질 전망이다.

보고서는 “최근 LIG넥스원이 미국 로봇기업 고스트로보틱스(Ghost Robotics)를 인수하고, 현대로템이 레인보우로보틱스와 군사용 4족 보행 로봇을 개발하는 등 방산 업계의 로봇에 대한 높아진 수요도 시장 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분석했다.

충남 천안시 천안삼거리휴게소(상행) 한 식당에서 지난해 9월 21일 LG U+서빙로봇이 한복차림으로 서빙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DB]
충남 천안시 천안삼거리휴게소(상행) 한 식당에서 지난해 9월 21일 LG U+서빙로봇이 한복차림으로 서빙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DB]

또 “AI 산업은 생성형 AI 시장이 이제 막 개화했음을 고려하면, 당분간 로봇보다 높은 성장세를 나타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머신러닝(Machine Learning), 딥러닝(Deep Learning) 알고리즘, 자연어 처리의 발전으로 정교한 자율 AI 시스템 개발도 가능해 인공지능 시장의 성장 속도가 빨라지는 추세라고 짚었다.

실제로 2023년 글로벌 AI 시장 규모는 생성형 AI 수요 확산에 기인해 1502억 달러로 전년 대비 73% 확대되고, 2030년에는 1조3452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보고서는 “국내 대기업들이 최근 로봇 투자를 확대하는 것과 같은 맥락으로,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 구글 등 글로벌 빅테크들은 생성형 AI 기업에 공격적인 투자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며 “국내에서도 네이버, 카카오 등 플랫폼 사업자와 SKT, KT 등 통신사업자, 삼성전자 등 스마트폰 제조사 중심으로 생성형 AI 모델을 공개하거나 정식 출시할 것”으로 내다봤다.

2023년이 기술 경쟁의 해였다면, 2024년은 정식 서비스 상용화 및 치열한 시장 선점 경쟁의 해가 될 전망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실제로 네이버는 생성형 AI 검색 서비스 큐(Cue)를 검색, 커머스 등 다양한 서비스와 결합해 수익 극대화가 예상되며, KT는 거대언어모델(LLM) 믿음(Mi:dm)을 활용해 제조, 금융, 공공, 교육 등 다양한 B2B분야로 AI 서비스로 사업확장에 나섰다. 삼성전자도 최근 갤럭시S24에 실시간 통역, 코딩 등의 기능이 있는 생성형 AI 가우스(Gauss)를 탑재해 출시했다.

# 2024년 유망 로봇·AI 분야는?

올해 더 눈여겨봐야 할 로봇·AI 분야는 어디일까? 보고서는 ‘의료분야’을 가장 유망하다고 진단했다. 글로벌 수술 로봇 시장 규모는 2018년 47억 달러에서 2030년 158억 달러로 연평균 10.6% 성장할 전망이다.

보고서는 “고령화 추세에 따른 퇴행성 관절염 및 척추 질환 환자 증가 등으로 향후 정형외과 분야의 성장 잠재력이 가장 높을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인공관절 수술로봇은 CT영상 데이터를 기반으로, 사전 수립한 수술 계획에 따라 인공관절이 삽입될 공간을 정밀히 절삭하는 역할을 하는데, 최대 시장인 미국 기준 인공관절 수술 로봇 침투율이 2020년 7.6%에서 2026년 19.4%로 확대될 전망이라는 분석이다.

스트라이커(Stryker)와 짐머바이오메트(Zimmer Biomet) 등 다국적 의료기기 전문 업체가 시장을 선점한 가운데, 국내 기업으로는 큐렉소가 2020년부터 인공관절 수술 로봇(CUVIS-joint) 판매를 시작하며 국내외 판로를 확대하고 있어 주목된다.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EV트렌드코리아 2023에서 로봇이 전기차 충전을 시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DB]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EV트렌드코리아 2023에서 로봇이 전기차 충전을 시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DB]

보고서는 또 “2030년 1880억 달러로 연평균 약 37%의 고성장이 예상되는 AI 의료 시장에 대해서도 관심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딥러닝 기반의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심전도, 혈압 등 다양한 생체 신호 데이터를 분석해 질환 가능성을 예측하거나, X-ray, CT, MRI 촬영 영상에서 종양 등 병변에 대한 진단을 돕는 의료 영상 AI 판독 솔루션 분야를 대표적으로 꼽았다. AI 신약 개발 시장도 2027년까지 연평균 성장률이 약 46%에 달할 전망도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한다.

AI플랫폼을 활용해 가능성이 높은 신약 후보 물질을 탐색 및 발굴하고, 임상시험 데이터를 관리해 신약 개발 기간을 단축시키고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다. 지난해 6월 인공지능이 후보 물질을 발견하고 약물 구조를 설계한 치료제인 실리코메디슨의 만성 폐질환 폐포성 섬유증 치료제가 세계 최초로 임상 2상에 돌입했다.

김태현 연구위원은 “최근 글로벌 제약사뿐 아니라 국내 다수 제약사도 인공지능 관련 업체와 협업하거나 자체 AI분석 기술을 통해 AI신약 개발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더욱이 올해 보건복지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추진하는 K-멜로디(K-MELLODDY) 프로젝트가 시행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국내 AI 신약 개발 시장 성장에 속도가 날 것”으로 내다봤다.

보고서는 특히 2024년 ‘자율주행분야’에서 두드러진 성장을 주목했다.

2023 로보월드에서 가장 주목받았던 로봇 중 하나가 현대위아의 주차로봇이었다. 차량 하부로 높이 11cm의 얇은 로봇 2대가 진입해 타이어 부상 장치를 활용, 차량을 자동으로 운송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로봇 간 페어링 제어 및 전 방향 이동이 가능하고, 차량 배치 및 최적 경로 알고리즘의 스마트 주차 관제시스템을 적용해 사람이 주차할 때보다 주차 효율성이 30~40% 향상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그룹의 싱가포르 글로벌혁신센터(HMGICS)와 북미 전기차 공장에 우선 적용될 예정이며 머지않아 쇼핑몰과 백화점, 프리미엄 아파트 등에도 도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실외 이동이 허용된 배송로봇 시장도 눈여겨볼 만하다.

지능형 로봇 개발 및 보급 촉진법 개정에 따라 지난해 11월 17일부터 운행안전인증을 받고 보험·공제 가입이 완료된 배송로봇의 실외 이동이 가능해졌다. 그동안 일부 사유지와 규제 샌드박스 지역을 제외한 공공시설에서 로봇은 혼자 자율주행 할 수 없었고, 로봇이 주행하는 경우 사용자가 이를 조작하기에 동행해야 했다.

보고서는 새로운 시장이 열린 만큼 국내 실외 배송로봇 업체들은 그동안 실증사업을 통해 검증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계획 중인 점에 주목했다.

실제로 로보티즈는 롯데글로벌로지스와 올해 배송로봇 사업화를 위한 시나리오를 검토 중인 것으로 보이며, ㈜뉴빌리티는 서울시 강남구, KT, 세븐일레븐 등과 협력해 선릉역 일대를 비롯한 도심 로봇 배달 서비스를 확대할 전망이다.

최근 높은 인건비와 구인난으로 음식점 내 자율주행 서빙로봇 도입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국내 서빙로봇 보급대수는 2021년 약 3000대에서 2022년 5000대, 2023년은 1만1000대에 달한 것으로 추정된다. 시장 규모도 2021년 약 900억원, 2022년 1300억원, 2023년 2700억원 규모에 달한다.

LG전자는 2023년 4월 서빙로봇 클로이 서브봇 3세대를 공개, 기존 제품 대비 주행성능과 주행영역을 확장시키고 로봇 간 통신으로 같은 매장에서 10대 이상의 로봇 운용이 가능하도록 했다. KT는 로봇 하드웨어를 직접 개발·제작하지 않지만 테이블오더 시스템과 AI 서빙로봇 등을 결합한 외식업 통합 솔루션 공급을 확대하고 있다.

김태현 연구위원은 “중국산 서빙로봇이 50~60%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국내 대기업들이 자체 생산을 하거나 로봇업체와의 협업을 통해 서빙로봇 시장에 잇따라 진출하고 있어 올해도 큰 폭의 시장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생산 가능 인구가 줄고, 인건비가 오를수록 사람을 대신할 수 있는 로봇·AI 활용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로봇·AI 테마에 장기 투자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과연 올해도 투자 관점에서 로봇과 AI 테마가 증시시장에서 인기를 끌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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