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안= 김수찬 기자]한국의 대표적인 사회학자 송호근 한림대 석좌교수가 26일 저녁 영주사랑네트워크 신년 포럼에서 ‘한국정치 왜 이렇게 됐나 – 출구를 찾아서’라는 주제로 특강을 펼쳤다. 한국사회, 한국정치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점을 깊이있게 진단하고, 함께 해답을 찾아보자는 특강 내용을 두차례에 나눠 싣는다. 편집자 주

송호근 한림대 석좌교수가 '한국정치 왜 이렇게 됐나? - 출구를 찾아서'라는 주제로 특강을 하고 있다. [사진=김수찬 기자]
송호근 한림대 석좌교수가 '한국정치 왜 이렇게 됐나? - 출구를 찾아서'라는 주제로 특강을 하고 있다. [사진=김수찬 기자]

<1편에서 계속> 송 원장은 그러기위해선 우리 사회의 중산층이 중심이 돼 뭔가가 만들어져야 하는데 그게 제대로 작동을 하지 못한다고 안타까워 했다.

중산층의 중심이 누구냐? 3곳이라고 합니다. 언론 대학 종교 이 3곳이 중산층의 중심입니다. 이 중산층의 중심이 60년대 70년대 군사정권 시절에는 그래도 버텨왔던거죠. 민주화시대에도 이 3곳이 중심이 돼 우리 사회를 버티게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떻습니까. 종교? 없어요. 물론 없어진 건 아니지만 영향력은 제로입니다. 언론도 영향력이 없어진 지 오래죠. 그 다음에 대학. 뭐 사라졌다고 해야되나? 그래도 적어도 지난 50-60년 동안 단단하게 다져진 채 거기서 올라서야 되는 게 민주주의인데, 유럽의 경우 리버럴리즘(자유주의)이 두툼하게 사회를 감싸고 있어서 민주주의가 내려 앉아 문제가 생겨도 사회가 굴러가고 있는 겁니다. 그런데 저 리버럴리즘의 바탕이 누구냐? 중산층이거든요. 그리고 그 중산층의 핵심은 교양시민과 경제시민이예요. 경제를 일으키는 사람과 전문가 이 두 그룹이 쌍두마차거든요. 이게 리버럴리즘을 만들어가는 겁니다. 이게 역사의 법칙이예요. 시간이 걸리거든요. 금방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우리나라는 자유주의가 유럽과 달리 얇습니다. 민주주의가 쿵 내려앉으면 자유주의가 두터운 유럽과 달리 그걸 떠받치지를 못합니다. 그러니까 자유주의없이 민주주의 만으로 된다 이렇게 주장하는 건 말이 안됩니다.”

민주주의라고 다 같은 민주주의가 아니다.

인민민주주의도 있고, 사회민주주의도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가야 할 길은 자유민주주의입니다. 이런 문제들이 우리가 버텨야 되는데 우리도 원죄가 있습니다. 너무 빨리 성장하고 부자가 돼 지난 민주화 35년 간 권리 투쟁과 평등 투쟁이 정치권에서 난무했던 겁니다. 어느 순간 책무와 의무는 없어졌어요. 예를 들어, 이런거죠. 세금을 면제해 줄테니까 일 열심히 해라고 해야죠. 근데 그게 아니라 그냥 세금만 면제해주는겁니다. 또 다른 예로 최저임금도 올려주는데만 관심이 있잖아요. 최저임금을 올려주니까 직장에 대해 정말 열심히 해라이래야 맞는거죠. 이게 자유주의거든요. 그런데 우리 정치체제는 돈만 올려주는데 이런 문제를 열심히 지적해야 할 곳이 대학 언론 종교인데, 특히 대학에서 일생을 보낸 사람으로서 지성을 담당하는 한 축이 무너졌습니다이렇게 얘기하는 게 참 비참합니다. 결국 내 인생을 부정하는 꼴이 되는 셈이죠.”

송 원장은 민주주의는 국가와 사회 사이 그 중간쯤에서 균형을 잡고 있어야 하는데 상황에 따라 지나치게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는데 대해 크게 우려했다.

요즘 더불어민주당이나 국민의힘의 정책들을 보면 국가주의가 질주하는 모양새입니다. 그런데 선거철이 되면 사회쪽으로 크게 기울어 무정부주의가 돼 버립니다. 국가든, 사회든 어느 한쪽으로 치우쳐선 안되는데 말이죠. 지금 우리 사회가 그렇지 않나 싶어요. 무질서해지는 거죠. 누구나 다 잘났다고 떠듭니다. 이런 식이면 사회적 합의라는 게 있을 수 없죠. 국가나 정치권에서 이걸 설명해주고 이끌어야 되는데 그게 작동이 안됩니다. 사회의 힘이 너무 커지고 있어요. 시민단체 목소리 밖에 들리지 않아요. 원칙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송 원장은 21세기는 민주주의 위기가 더 심화될 것으로 우려했다. 그 이유로 경제의 침체를 들었다.

“21세기는 민주주의가 쇠퇴할 수 밖에 없는 거 같아요. 각오를 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민주주의는 경제성장이 되는 상황에서 잘 됩니다. 경제성장이 되잖아요? 그러면 민주주의라는 것을 지키면서 분배를 만들어 갈 수 있어요. 그런데 성장률이 하락하면 그러면 분배투쟁이 반드시 일어납니다. 지금 상황이 그렇습니다.”

송 원장은 소셜미디어의 기형적인발달도 민주주의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소셜 미디어 SNS 이거는 민주주의 적이예요. 제가 이렇게 얘기하면 사회적으로 소통하는 게 무슨 문제냐라고 할 것입니다. 근데 소통도 소통 나름이죠. 모든 사람이 주권을 갖고 떠들기 시작하며 감당이 안됩니다. 민주주의는 그런 걸 감당 못하는 제도입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송 원장은 독일의 사례를 들었다.

송호근 교수 (앞줄 왼쪽 네번째)가 특강을 마친 뒤 영주사랑네트 회원들과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김수찬 기자]
송호근 교수 (앞줄 왼쪽 네번째)가 특강을 마친 뒤 영주사랑네트 회원들과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김수찬 기자]

“21세기 민주주의가 대부분 쇠퇴할텐데 우리는 어떻게 버틸 것인가? 무엇이 방파제 역할을 할 것인가? 중산층에서 뭔가 답을 구해야 합니다. 1956년도 나치즘 폭망 이후 독일 사람들은 우리도 속았는데 어떻게 하면 독일에서 나치즘같은 인류의 비극이 안생기게 할까고민하다가 시민정치학교를 만들었습니다. 정치교육은 독일의 모든 국민이 의무적으로 받게 돼 있어요. 이름을 처음엔 정치교육이라고 했는데 오해의 소지가 있어서 시민교육으로 바꿨죠. 한달에 몇시간씩 의무적으로 강의를 들어야 합니다. 심지어 중고등학생들도 듣습니다. 노르웨이 같은 곳에서는 중고생들이 노동당이 주최하는 토론회나 강연회에 가서 자기들끼리 얘기하고 토론하고 그럽니다.”

송 원장은 마지막으로 한국의 사회, 정치가 제대로 가기위해 사회적 지혜를 만들어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21세기는 비민주주의, 재권위주의의 유혹이 엄청나게 쏟아지는 시기때문에 이걸 어떻게 장벽처럼 막아 세우느냐가 최대 관심입니다. 우리 대한민국은 빠른 속도 그쪽으로 가고 있는데 이걸 어떻게 막아낼 것이냐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겠습니다. 여러 가지 사회적인 지혜를 만들어내야 할 것입니다

지난 202211월 설립된 영주사랑네트워크는 경북 영주 출신 기업인 공무원 교수 법조인 언론인 등 50여명으로 구성돼 있다. 초대 회장인 신승영 에이텍 대표에 이어 권오용 전 SK그룹 사장이 회장을 맡고 있다.

올들어 처음 열린 이날 포럼에는 김헌영 강원대 총장,김원모 국회 환노위 전문위원, 김경선 전 여성가족부 차관, 송명달 해양수산부 차관, 임종득 영주미래연구소장 (전 국가안보실 2차장), 남문식 삼앤제이 대표이사, 정달홍 대한기계설비건설협회장, 반원익 오스템임플란트 감사위원장, 이희정 진성종합상운 대표, 송우달 전 한겨레신문 경영총괄 전무, 박기호 LB인베스트먼트 대표, 임봉기 금융감독원 펀드신속심사실장, 김삼주 한우협회 회장, 박현진 동아일보 문화사업본부장 등이 참석했다.

송호근 한림대 석좌교수가 특강하고 있다. [사진=김수찬 기자]

<송호근 교수는 누구?>

한국의 대표적인 사회학자로 정치와 경제를 포함, 사회 현상과 사회 정책에 관한 정교한 분석으로 널리 알려진 학자이자 칼럼니스트이다.

1956년 경북 영주 출생으로 서울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사 과정을 마쳤으며, 1989년 미국 하버드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춘천 한림대 조교수와 부교수를 거쳐 1994년 서울대 사회학과에 임용돼 학과장과 사회발전연구소 소장, 1998년 스탠퍼드대 방문교수, 2005년 캘리포니아대(샌디에이고) 초빙교수, 2018년 서울대 석좌교수를 지냈다. 이후 포항공대 석좌교수를 거쳐 현재 한림대 도현학술원 원장 (석좌교수)으로 재직중이다. 대표작으로 20세기 한국인의 기원을 탐구한 탄생 3부작, 인민의 탄생(2011), 시민의 탄생(2013), 국민의 탄생(2020)을 펴냈다. 1990년대에 민주화와 노동문제를 분석한 한국의 노동정치와 시장(1991)을 시작으로 열린 시장, 닫힌 정치(1994), 시장과 복지정치(1997), 정치 없는 정치시대(1999) 등을 펴냈다. 이후 IMF 초기 외환위기를 맞은 사회학자의 비통한 심정을 담은 또 하나의 기적을 향한 짧은 시련(1998)을 냈으며, 현장 르포 가 보지 않은 길(2017)혁신의 용광로(2018), 소설 강화도(2017)다시, 빛 속으로(2018) 등을 출간했다가수 조용필과 절친인 송 교수는 조용필의 부탁으로 그의 노래 '어느날 귀로에서'의 노랫말을 지은 작사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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