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에 진출한 국내 7개 증권사의 총자산 규모는 2023년 3분기 기준 7209억원이다. 미래에셋증권은 거래금액 기준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간 업계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사진=미래에셋]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국내 7개 증권사의 총자산 규모는 2023년 3분기 기준 7209억원이다. 미래에셋증권은 거래금액 기준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간 업계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사진=미래에셋]

[뉴시안= 이태영 기자]인도네시아가 경제성장 잠재력, 거대한 인구, 낮은 금융 침투율 측면에서 K-금융 확대에 매력적인 시장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특히 ‘세계 질서’의 변화를 고려할 때 글로벌 생산기지의 핵심 국가 중 하나인 인도네시아의 성장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이는 곧 금융 수요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며 인도네시아를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최근 내놓은 ‘하나Knowledge+ 1월호’ 보고서에 따르면, 인도네시아는 2023년 명목 GDP 기준 세계 17위 국가로, 세계 4대 경제 대국으로 성장 가능한 잠재력과 3억명에 육박하는 거대 인구에도 불구하고 금융 침투율은 태국, 말레이시아 등 인접국 대비 낮은 수준이다는 점을 주목했다.

보고서는 “K-금융의 해외 격전지로 인도네시아가 주목받고 있다”며 “외국계 금융기관의 한계를 인오가닉 전략으로 극복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인오가닉(Inorganic) 전략은 기업이 새로운 시장에 진출할 때 지분투자나 인수합병을 통해 외부 기업의 역량을 이용해 기업의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전략을 뜻한다.

[그래픽=하나금융경영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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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만삭스는 인도네시아가 2050년 중국, 미국, 인도와 함께 세계 4대 경제 대국에 등극할 것으로 전망했다. 2030년 인도네시아의 경제 규모는 2020년 대비 2배 성장하고, 2050년에는 5.7배 성장한 6조3000만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인도네시아는 2차전지의 핵심소재인 니켈을 포함한 성장산업 내 핵심 광물자원을 보유한 국가로, 다양한 미래성장 산업의 밸류체인 내에서 중요한 역할을 이어갈 전망이라는 것.

보고서는 특히 “인도네시아는 인도와 함께 중국을 대체할 수 있는 전략적 가치가 높은 국가로 인식되면서 외국인직접투자(FDI)가 빠르게 증가, 이는 곧 기업금융 수요로 연결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인도네시아 금융산업의 GDP 비중은 4.2%로 태국(9.4%), 한국(6.4%), 말레이시아(4.6%) 대비 낮고, 은행·증권계좌 보유 비중도 각각 52.8%와 4.3%로 잠재성장 가능성이 높다. 1인당 GDP와 금융산업 성숙도를 고려할 때 ‘은행 이용률이 급증’하는 단계다.

인도네시아 금융업 자산 비중은 2023년 상반기 기준 은행이 77.8%, 비은행이 22.2%이며, 최근 4년 연평균 자산 증가율도 은행(9%)이 비은행(6.4%)을 상회하고 있다. 은행 자산규모는 2023년 상반기 기준 1경 1052조 루피아(약 900조원)로 국내은행의 26% 수준이며, BRI, Mandiri, BCA, BNI 등 상위 4대 은행을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다.

[그래픽=하나금융경영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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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에는 총 105개 은행이 있으며, 금융당국은 금융위기 이후 은행의 대형화 및 건전성 강화를 위해 은행 수를 80개로 통폐합하는 구조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보고서는 본격 성장을 위해 예열 중인 비은행업 (증권업, 보험업)을 주목했다.

증권업의 경우 인도네시아 주식계좌 보유 비중은 인구의 4.2%에 불과하고 시가총액은 한국의 38% 수준이며, 증권사들의 투자 확대와 정부의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은 긍정적이다.

보험업의 경우 생명보험과 손해보험 시장규모는 각각 한국의 9분의1과 16분의1 수준인 초기시장임에도 불구하고 1인당 보험료 감소로 인해 보험업권 시장규모는 다소 정체된 모양새다. 그러나, 보험사 자산 증가율이 10년간 연 11.4%로 높고, 자동차보험 의무화가 논의되고 있는 만큼 잠재성장 가능성이 가장 높은 금융업권 중 하나다.

인도네시아는 국내 4대 은행들이 공통적으로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국가로, 베트남과 함께 글로벌 영토 확장의 전초기지 역할을 한다. 2010년 중반 이후 국내 은행들의 진출이 본격화됐으며, 중소형 은행 인수를 통해 기존 거래 손님 및 네트워크를 흡수하고 있다.

[그래픽=하나금융경영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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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은행은 2007년 소형은행 비마은행, 2013년 KEB외환은행 인수를 통해 기업금융 기반을 마련했다. 국민은행은 2018년 자산규모 19위의 중대형 은행 부코핀은행 인수 및 계열사 동반 진출을 꾀했다. 신한은행은 2015년 BME와 2016년 수라바야지역 은행 CNB 인수를 통해 통합법인을 출범시켰다. 우리은행은 2014년 연금담보대출에 특화된 소다라은행을 인수해 경영 정상화 및 미래 성장동력 확보 차원에서 대규모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국내 은행의 인도네시아 내 총자산은 144.3억 달러로 전체 해외 자산의 7.1%가 집중된 중요한 시장이나, 현지 은행들의 강력한 손님 기반과 디지털뱅크의 등장으로 국내은행들은 상대적으로 고전을 하고 있다. 다만 현지 은행 인수를 통해 시장에 진입한 국내은행들은 인도네시아를 제2의 마더마켓(Mother Market)으로 설정하고 공격적인 투자로 시장내 경쟁력 확보 노력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내 은행들의 여신은 현지 대기업 및 한국계 우량 기업 비중이 높으며, 한국계 기업 및 교민 대상 영업은 국내은행 간 경쟁이 과열된 상태도 보이고 있다.

보고서는 특히 K-금융의 성공 신화를 창출 중인 국내 증권사의 행보를 주목했다. 국내 증권사는 2010년 전후로 현지 증권사 인수를 통해 인도네시아에 진출했으며, 미래에셋증권을 시작으로 K-증권사의 신화를 창출하고 있다는 것.

[그래픽=하나금융경영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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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기준 국내 증권사의 해외 점포 수는 총 72개이며 그 중 인도네시아 진출 비율은 14%로, 중국 미국에 이어 3번째로 점포 수가 많은 국가다. 국내 7개 증권사의 총자산 규모는 2023년 3분기 기준 7209억원이며, 미래에셋증권, KB증권, 한국투자증권을 중심으로 투자를 확대하는 추세다.

국내 증권사는 현지 증권사 인수를 통해 시장 지배력을 강화했으며, 상위 20개 증권사에 다수 포함돼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거래금액 기준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간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2023년 3분기 기준 시장점유율은 미래에셋(6위, 5.77%), KB(14위, 2.02%), 한투(17위, 1.63%) 순이다. 다만, 최근 외국 기관투자자들의 거래 활성화 및 개인투자자들의 급격한 거래감소로 국내 증권사들의 시장 지배력은 다소 약화된 상태다.

[그래픽=하나금융경영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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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보험사는 1990년 후반 인도네시아 보험사와의 합작법인 형태로 진출, 초기 한국계 중심 영업에서 현지인으로 영업 커버리지를 확대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국내 보험사는 삼성화재, K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한화생명·손보 등 4개사이며, 이들은 합작법인 또는 현지 기업 인수를 통해 진출했다.

KB손해보험의 경우 비한국계 매출 비중을 2022년 기준 37%로 확대하고, 현지 KB계열사 등이 취급하는 할부금융상품에 화재 및 자동차보험과 연계해 현지화 강화에 나섰다. 타 금융업권과는 달리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국내 보험사는 안정적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는 점도 이채롭다.

이성엽 연구위원은 “높은 성장잠재력에도 불구하고 외국계로서 확보 가능 잠재손님과 네트워크의 한계가 존재하고, 모든 금융업권내 경쟁 강도와 규제 리스크가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는 것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국내 금융기관들은 신규 진출 및 자체 성장하려는 전략보다는 현지 생태계 및 캡티브 보유 기업에 대한 소수지분 인수, 합작회사 설립 등의 인오가닉 전략을 통해 손님기반과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전략을 펼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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