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아동문학』으로 등단한 동시 작가 황지영의 첫 번째 시집이 출간됐다. 평생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해 온 시인은 어른들이 살아가는 삭막하고 쓸쓸한 세계를 동심으로 치유하려고 한다. 만남과 우정, 사랑과 이별이 주는 상처,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한줌의 희망을 어린아이의 시선으로 바라보며 노래한다.

 

「사랑-황지영」

사랑은 젊은이들이나 
가슴 설레며 애태우는 상징인 줄 알았다
이 나이 들어 보니 사랑은 다양한 형태로 나에게 다가왔다

일상에서 만나는 꽃 한 송이도
그냥 지나치는 소소한 만남에도
사랑의 향기가 풍기곤 한다

이런저런 모습으로
사랑을 갈망하는 나의 마음이

뜨거운 정열로
피어오르기도 하고

때로는 허망함에
눈물짓기도 하지만

사는 날까지
나를 알아주는 그대와
사랑을 나누고 싶다

 

오래된 것들은 묵은지처럼 그만의 향취를 갖는다. 물론 그저 세월에 맡겨 두어서만 되는 일은 아니다. 묵히고 삭힐 줄 아는, 그리고 제때 꺼낼 줄 아는 지혜가 더해질 때 비로소 그 깊은 맛을 오롯이 즐길 수 있다. 황지영 시인은 그러고 싶어 하는 사람이다.

시 창작은 피눈물 나는 노력의 결과이다. 그냥 책상에 앉아 다른 사람이 쓴 글을 적당히 덧씌워 향긋한 냄새를 풍기게 하는 게 아니다. 숱한 어려움과 아픔을 견뎌낸 경험을 시어 사이 사이에 숨겨 두었으니 독자의 밝고 깨끗한 눈으로 살펴보아 주면 될 것이다.

시인은 평생 살아오며 나보다는 남을 위해 봉사하는 마음이 그 누구보다 진솔하다. 이런저런 일을 마다하지 않는 시인의 성품이 바로 이 시집에 잘 드러나 있다. 시대의 눈으로 귀를 통해 마음으로 느끼고 세상의 맛을 알며 동심어를 활용해서 시어에 생명을 불어넣고 있다.

이런 모든 동심어를 오롯이 담아낸 넉넉함이 이제는 여유로 남아보길 기대하며 좀 쉬어가는 쉼터로 머물기를 권한다. (문학평론가 장영주, 황지영 시집 '숨바꼭질'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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