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를 중심으로 삶의 우선순위가 직장에서 가정으로 옮겨가고 가사 및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남성이 증가하는 ‘요즘아빠’ 현상이 확대되고 있다.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지난해 9월 17일 열린 제44회 베페 베이비페어가 관람객들로 붐비고 있다. [사진=뉴시스DB]
30대를 중심으로 삶의 우선순위가 직장에서 가정으로 옮겨가고 가사 및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남성이 증가하는 ‘요즘아빠’ 현상이 확대되고 있다.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지난해 9월 17일 열린 제44회 베페 베이비페어가 관람객들로 붐비고 있다. [사진=뉴시스DB]

[뉴시안= 이태영 기자]# 지난해 6월 결혼한 A씨는 서울 구로구에 사는 맞벌이 신혼부부다. 아내보다 한 시간 정도 일찍 퇴근하는 직장을 다니기에 아내를 위해 저녁밥과 찌개 종류를 준비한다. 아내가 퇴근하면 곧바로 저녁밥을 함께 한다. 설거지는 아내가 한다. 집 청소와 빨래 등 가사를 분담해서 가정을 꾸리고 있다. A씨는 내년쯤 아이가 태어나면 적극적으로 육아휴직을 활용해 육아 분담을 할 계획도 세웠다.

A씨처럼 일과 가정의 양립을 추구하는 ‘요즘아빠’가 전 연령대에서 관찰되며 보편적 현상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이색적인 분석이 나와 주목된다. 특히 여성의 사회 참여가 확대되면서 ‘요즘아빠’ 현상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 지하철 역사를 비롯해 공공시설에 이들을 위한 시설 확충 등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8일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내놓은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해 분투하는 30대 ‘요즘아빠’’ 보고서에 따르면, 과거 남성은 가족의 경제적 부양을 주된 역할로 인식했으나 최근에는 가사 참여 및 자녀 양육 등 이제까지 여성의 역할로 여겨지던 일을 분담하는 방향으로 인식이 변화되고 있음을 짚었다.

[그래픽=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그래픽=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특히 30대를 중심으로 삶의 우선순위가 직장에서 가정으로 옮겨가고 가사 및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남성이 증가하는 ‘요즘아빠’ 현상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10년 전인 2013년만 해도 대부분의 남성은 가정보다 일에 우선순위를 두었으나 이제는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일과 가정의 양립을 추구하는 남성 비율은 2013년 27.9%에서 2023년 43.6%로 증가했다. 10년 전 남성은 가사노동을 주로 여성의 일로 생각했으나 이제는 부부가 공동으로 부담해야 한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2012년까지만 해도 30~60대 남성은 아내가 가사를 책임지면서 남편도 어느 정도 참여해야 한다는 응답 비율이 50%를 상회해 가사를 주로 여성의 일로 생각했다.

[그래픽=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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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20대 남성도 부부가 가사를 공평하게 분담해야 한다는 응답 비율이 56.5%를 넘어 타 연령대 대비 남녀평등 의식이 확산된 모습을 보였다. 특히 부부가 가사를 공평하게 분담해야 한다는 응답 비율은 2012년 38.4%에서 2022년 60.5%로 22.1%p 상승하며 부부의 가사 공동 부담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증가하는 추세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김준산 연구위원은 “본격적인 육아가 시작되는 30대는 남성이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해 가장 힘쓰는 시기다”며 “연령이 낮을수록 남성의 가사 참여율이 높으나 일보다 가정에 우선순위를 두는 경향은 30대가 가장 강하며, 실질적인 가족 돌봄 시간도 30대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남성이 하루 중 가족 돌봄에 할애하는 시간은 30대가 주중 49분, 주말 1시간 53분으로 가장 많다는 점에서 30대가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해 가장 힘쓰는 시기임을 유추할 수 있다고 풀이했다.

[그래픽=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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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산 연구위원은 “남성의 인식 변화 원인은 여성의 경제력 상승, 맞벌이 증가로 가사 및 육아를 공동 부담하는 부부가 늘어난 것”을 꼽았다.

남성 대비 여성의 소득 비율은 2012년 79%에서 2022년 84%로 5%p 상승한 점도 이같은 분석을 반증한다.

김준산 연구위원은 “‘요즘아빠’ 현상은 2024년 주요 트렌드 중 하나”라며 “‘요즘아빠’ 현상은 2013년 이후 꾸준히 확대되고 있으며 향후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김난도 서울대 교수는 공저서 ‘트렌드 코리아 2024’에서 가정 경제와 가사노동을 아내와 분담하는 ‘요즘남편’, 직장에서 일찍 퇴근해 아이를 돌보거나 휴직하고 육아에 전념하는 ‘없던아빠’를 소개했다. 이러한 흐름을 반영하듯 직접 육아에 참여하는 아빠를 의미하는 ‘육아대디’, 스웨덴에서 휴직하고 육아에 전념하는 남성을 지칭하는 ‘라떼파파(평일 아침에 유모차를 끌며 한 손에 라떼를 들고 있는 아빠들의 모습에서 탄생된 용어)’ 용어까지 등장했다.

김준산 연구위원은 “금융사를 비롯한 기업들은 가사 및 육아 관련 과거 여성 중심 타겟팅에서 벗어나 여성과는 다른 남성들만의 니즈를 파악하고 이들을 위한 상품ㆍ서비스 개발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래픽=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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