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내놓은 ‘건설동향브리핑 제944호’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이후 역대 최고 수준의 인플레이션을 겪고 있는 건설시장이 중간재건설용 물가가 35.6% 증가하는 등 건설비용 부담도 커저 PF위기에 이어 2중고를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이태영 기자]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내놓은 ‘건설동향브리핑 제944호’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이후 역대 최고 수준의 인플레이션을 겪고 있는 건설시장이 중간재건설용 물가가 35.6% 증가하는 등 건설비용 부담도 커저 PF위기에 이어 2중고를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이태영 기자]

[뉴시안= 이태영 기자]2021년 이후 역대 최고 수준의 인플레이션을 겪고 있는 건설시장이 중간재건설용 물가가 35.6% 증가하는 등 건설비용 부담도 커져 PF위기에 이어 2중고를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경기 반등을 위해선 안정적인 자재 수급을 바탕으로 한 정부의 건설투자 활성화 정책 시행이 필수적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20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내놓은 ‘건설동향브리핑 제944호’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말부터 지난해 말까지 건설 물가라고 불리는 중간재건설용 물가가 35.6% 증가한 가운데 같은 기간 공사비지수는 25.8% 상승하는 등 건설비용 부담이 크게 확대됐다.

산업연관표 기준 공사원가에서 건설자재는 37.7%를 차지했다. 자재 가격의 영향을 크게 받는 사업구조 하에서 266개 자재 중 건축용 금속제품(11.7%) 레미콘(10.5%) 철근·봉강(6.6%) 순으로 투입비가 높았다. 지난 3년 동안 자재 가격 상승과 함께 철근 부족 사태(2020년 10월~2021년 6월)와 2022년, 2023년 초 각각 시멘트 부족 사태 등이 발생하는 등 수급 문제도 나타났다.

[그래픽=건산연]
[그래픽=건산연]

보고서는 건설투자와 주요 건설자재인 시멘트, 레미콘, 골재, 철근 공급량의 변화 추이를 중장기적으로 살핀 결과 2018년부터 생산이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2017년 이후부터 시멘트 출하량과 골재 채취실적 감소 추이가 심화됐다. 시멘트는 2010년부터 2017년까지 건설투자 추이에 맞춰 생산하다 이후부터 이전 물량의 10~15% 만큼 줄여 생산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골재는 2017년 이후 이전 수준보다 20~30% 낮춰 채취하고 있으며 철근은 2018~2020년까지 과소 생산한 이후 2021~2022년 다시 건설투자 추세에 맞춰 생산하는 추세다. 레미콘 공급량의 경우 2020년까지 건설투자 수준 변화보다 크게 상승한 이후 2020년부터 건설투자 추이에 맞게 생산되고 있다.

보고서는 최근 3년 동안 발생한 철근 수급난과 시멘트 부족 사태는 대내외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발생한 결과라고 풀이했다. 2021년 철근난은 당시 분양가 상한제 규제를 피해 국내 공사가 급격히 증가했는데, 철강업체의 생산이 줄어든 상태에서 중국의 철근 수입까지 차질이 생겨서 발생했다. 2022년엔 연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로 시멘트 소성 공정에 필요한 유연탄 공급 차질, 2023년 상반기에는 필요한 수요와 재고 물량을 확보하지 못한 것이 각각 시멘트 부족 사태의 원인이 됐다.

정부는 올해 건설투자가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약 1.2~1.8%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공사 물량을 뜻하는 건설기성(2015년 실질가격 기준)은 좀 더 줄어들 수 있다.

주 : 단위 금액은 2015년 실질가격 기준으로 2019년 기준 산업연관표로 산출된 원단위 수요 [그래픽=건산연]
주 : 단위 금액은 2015년 실질가격 기준으로 2019년 기준 산업연관표로 산출된 원단위 수요 [그래픽=건산연]

2023년 건설수주는 전년 대비 17.4% 줄어든 189조8000억원으로 4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건축착공면적도 31.7% 줄어든 7570만㎡로 2009년(7130만㎡) 이후 14년 만에 가장 낮았다. 보고서는 건설 선행지표가 위축된 영향으로 2024년 건설공사 물량 감소는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 건설투자는 지난해 4분기 전년 동기 대비 1.5% 줄어 3분기 만에 다시 감소하는 등 예상보다 빠르게 위축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산연이 올해 건설기성 물량 2.5% 감소를 가정한 뒤 자재 수요량을 예측한 결과 감소율은 △시멘트 1.0% △레미콘 3.1% △골재1.1% △철근·봉강 1.9% 등이었다. 시멘트는 전년 대비 1.0% 감소한 4600만톤에서 5100만톤 수준으로 2020~2021년 수요(5000만톤)와 비슷할 전망이다. 골재 수요량은 1억2700만~1억4000만㎥에 머무를 것으로 예상됐다. 1억3600만㎥를 채취한 2021년과 유사하다.

보고서는 올해 건설 물량 증감률과 비교해 △시멘트·골재 0.4배 △레미콘 1.2배 △철근·봉강 0.8배 정도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경기 부양을 위한 정부 토목공사 물량이 늘어 시멘트와 골재 수요량이 타 자재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와 철도, 가덕도신공항 공사 등 대형 토목공사 영향으로 시멘트와 골재 수요감소 폭이 일부 완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레미콘의 경우 주택공사 물량 감소 영향으로 다른 자재들보다 비교적 수요 감소 폭이 크다. 레미콘은 시멘트와 골재 수요와 연동되고 시간과 거리 등 물리적 공급 제약이 비대해 수요 탄력성이 높은 편이다. 정부의 주택 공급 활성화 노력으로 예상보다 수요 위축이 완화될 가능성도 있다.

박철한 건산연 연구위원은 "정부는 건설자재 시장 정상화 대책의 기본 방향으로 산업 상호 간의 협력을 바탕으로 예측력을 강화하고 공정경쟁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며 "자재 공급량 동향 파악을 위한 통계 체계 구성을 지원하고 건자재 수요자와 공급자 간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건설과 자재 기업 측면에 있어서 어느 한쪽만 이익을 극대화하면 서로 손실이 클 수밖에 없다”며 “수요자와 공급자 간 협력을 강화해 함께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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