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현지시각) 유튜버 '애플트랙'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애플의 비전 프로의 충돌·낙하 테스트 결과를 공개했다. [사진=유튜버 '애플트랙' 채널]
3일(현지시각) 유튜버 '애플트랙'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애플의 비전 프로의 충돌·낙하 테스트 결과를 공개했다. [사진=유튜버 '애플트랙' 채널]

[뉴시안= 조현선 기자]애플의 VR 헤드셋 '비전 프로'가 초기 흥행 이후 때아닌 '반품 행렬'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고가임에도 무거운데다 불편한 착용감 등이 발목을 잡으면서다. 삼성전자가 퀄컴, 구글과 함께 XR(혼합현실) 기기 개발을 추진 중인 만큼 이문제를 개선해야만 시장의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3일 샘모바일 등 IT 전문 외신에 따르면 애플 비전 프로의 초기 구매자들의 반품 행렬이 줄을 잇고 있다. 지난 2일 미국 시장에 출시된 지 약 3주 만으로, 출시 전 사전 주문량만 20만대에 달했다. 

업계에 따르면 최초 출시 후 2주가 되는 16일까지 적지 않은 양이 반품된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은 미국 법에 따라 출시 후 2주까지 단순 변심에 따른 반품 및 환불을 허용하고 있다. 

이에 대해 샘모바일은 "비전 프로가 이용자들이 기대한 성능과 편의성을 제공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외신 등에 따르면 애플 비전 프로는 무거운 무게와 착용 시 어지럼증 등이 문제로 제기됐다. 비전 프로의 무게는 600~650g 수준으로, 최대 경쟁자인 메타의 퀘스트3 무게(515g)보다 100g이상 무겁다. 소형 디바이스일 경우 작은 차이도 더욱 크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또 많은 이용자들이 비전 프로 사용 후 발생한 어지럼증, 두통 등으로 반품했다는 의견도 나왔다. 애플이 두통 등의 원인을 공식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3D 기기 특성상 나타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비전 프로를 착용하고 있는 동안 시야가 좁아지는 '터널시' 현상 등의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3499달러(약 465만원)에 달하는 고가의 제품임에도 이를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적다는 단점도 있다. 비전 프로는 수백개의 전용 앱(애플리케이션)을 탑재한 채 출시됐으며, 최근 전용 앱이 1000개를 넘어서기도 했지만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애플이 전용 앱을 대거 확보하겠다고 밝힌 상황이지만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특히 애플이 발표한 업무 분야 활용도 부족하다. 

애플의 비전 프로가 시장의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기대 이하의 성적표를 받아들자 삼성전자가 선보일 XR 기기의 흥행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해 열린 갤럭시 언팩을 통해 퀄컴, 구글과 XR 기기 출시를 위한 동맹을 발표했다. 당시 구체적인 계획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올 하반기 XR 기기 출시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업계에서는 비전 프로가 겪었던 문제점을 개선해야만 삼성전자의 XR 기기가 시장에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먼저 무게는 500g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도록 설계해 이용자들이 불편함 없이 기기를 장기간 착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또 비전 프로에서 터널시 등의 문제가 확인된 만큼 눈에 가해지는 부담을 덜기 위해 더 넓은 시야 확보가 급선무다. 비전 프로의 수평 시야는 약 100도다.

내구성도 고려해야 한다. 앞서 유튜버 '애플트랙'은 비전 프로의 충돌·낙하 테스트 결과를 공개하고 라이트 씰(밴드)이 약한 내구성을 가졌다고 봤다. 외신 등에 따르면 라이트 씰 내에 작은 힌지(접히는 부분)가 숨겨진 것으로 파악된다. 실제로 커뮤니티 등에서는 라이트 씰의 내구성에 대한 문제가 진작 제기된 바 있다. 라이트 씰은 일종의 액세서리로 얼굴에 부드럽게 밀착돼 정확한 착용감을 제공하고, 미광을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요소는 가격이 될 전망이다. 비전 프로의 주요 진입 장벽은 400만원을 훌쩍 넘기는 가격으로 꼽힌다. 앞서 외신 등이 비전 프로를 두고 대중성을 포기한 '전문가용' 기기라고 평가했으며, 애플조차도 비전 프로는 전문가를 위한 기기에 가깝다고 인정한 바 있다. 결국 삼성전자의 XR 기기가 괄목할만 한 성적을 내기 위해서는 퀘스트3과 같은 가격·무게로 시장에 진입한 이후 뛰어난 제품력을 선보여야 한다는 분석이다. 

한편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최고경영자)가 이달 말 한국을 찾는다. 저커버그 CEO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면담이 예정된 만큼 핵심 주제인 AI(인공지능)과 VR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양사는 우호적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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