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호 성남시산악연맹회장은 35년 넘게 한국의 백두대간은 기본이고 국내 100대 명산을 넘어 400대 명산까지 구석구석 가보지 않은 산이 없을 정도로 ‘산 사나이’다. [사진=성남시산악연맹 제공]
정기호 성남시산악연맹회장은 35년 넘게 한국의 백두대간은 기본이고 국내 100대 명산을 넘어 400대 명산까지 구석구석 가보지 않은 산이 없을 정도로 ‘산 사나이’다. [사진=성남시산악연맹 제공]

[뉴시안= 이태영 기자]문화는 그 사회를 이끌어가는 보이지 않는 뿌리다. 다양한 문화예술 분야에서 각자의 위치에서 소신을 갖고 창작 활동에 열정을 불사르는 '문화를 만드는 사람들'을 찾아 그들의 작품 세계와 삶을 공유해 본다. /편집자주

“등산은 아침에 산행을 위해 나섰던 모습 그대로, 하산 후 건강하게 되돌아오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만큼 산은 두려움과 설렘이 교차하고, 저에게 삶을 헤쳐 나갈 용기와 지혜를 일깨워 주는 경이로운 존재입니다”

평생을 전문 산악인으로 틈나는 대로 산을 타는 정기호(66) 성남시산악연맹 회장은 단순한 산악인이 아니다. 산을 대하는 마음가짐은 누구보다 진지하다.

정 회장은 전북 전주에서 초중고를 마치고 서울로 상경해 대학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했다. 졸업 후 산업 일꾼으로 일해왔다. 현재 자동차부품 산업 분야에서 CTO(chief technology officer, 회사의 기술개발 전체를 총괄하는 최고기술경영자)로 일하고 있다.

다양한 사회 봉사활동에도 열심이다. 재경 전주공고 총동문회 상임부회장, 재경 성남시전북도민회 사무총장직을 맡아 성남시에 거주하는 전북 출향인의 화합을 위해 일해왔다. 성남시는 인구 90여 만명의 경기도에서도 손꼽히는 거대 도시다.

정 회장은 대학 졸업 후 취업한 회사의 산악동아리에 들어가면서 산과 첫 인연을 맺었으니, 30대 초반부터 35여 년을 한결같이 산 사랑에 푹 빠져 있다.

정기호 회장은 최근 히말라야까지 등반할 정도로 산에 대한 열정 또한 남다르다. [사진=정기호 회장 제공]
정기호 회장은 최근 히말라야까지 등반할 정도로 산에 대한 열정 또한 남다르다. [사진=정기호 회장 제공]

1994년 성남시에 정착하며 지역주민과 유대감을 높이기 위해 산악회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해 온 그는 3년 전 선거를 통해 성남시산악연맹 회장에 당선, 4년 임기를 수행하고 있다. 성남시산악연맹은 (사)대한산악연맹 산하 17개 시·도 연맹과 200여 개 시·군·구 조직 중 하나로, 관내 300여개 산악회를 대표하는 단체다. 지역 사회 산악 문화 발전과 시민들의 생활 등산 활성화를 위해 25개 산악회가 1999년 통합·출범했다.

“처음 산을 오를 땐 너무 힘들어서 몇 번을 쉬었는지 몰라요. 산 정상에 오르는 과정은 비록 몸은 힘들어도 그 무엇과 바꿀 수 없는 행복이자 힐링이죠”

서울 관악산 아래에서 7~8년 살며 산을 좋아해 아이를 배낭 위에 올리고 산행할 정도로 강철같은 체력을 다졌다.

“저에게 산은 애인이자 친구이며 삶의 스승입니다. 암벽에 오를 땐 두려운 마음도 들지만 극복해야 하는 정신까지 차근차근 배우게 됐죠”

평생 산행을 놓을 수 없는 이유다. 일찌감치 운동이 건강의 비결이라는 점도 자연스레 터득했다.

등산은 자연 속에서 하는 인터벌트레이닝(Interval Training)으로 5~8시간까지 하는 경우가 많아 운동량이 엄청나다.

꾸준히 산을 타니 체력은 덤으로 더 단단해졌다. 백두대간은 기본이고 국내 100대 명산을 넘어 400대 명산까지 구석구석 가보지 않은 산이 없을 정도로 ‘산 사나이’다. 전국의 명산의 길을 꿰뚫고 있기에 산행 동반자들의 길잡이 역할은 물론이다.

정기호 회장
정기호 회장

“몽골의 서쪽 끝 만년설과 빙하로 덮인 타왕복드산은 다섯 봉우리를 가진 몽골 최고봉의 산으로 말칭(목부), 라이람달(평화), 후이뜽(추위), 나란(태양), 보르껏(독수리)를 뜻하는 5봉으로 구성돼 있고 이외에도 4000m급 만년설 고봉들이 즐비하죠. 4374m의 후이뜽봉을 오를 때의 감격은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정 회장은 몽골 후이뜽봉을 비롯해 해외 원정도 수 차례 다녀오는 등 산에 대한 견문도 풍부하다. 최근엔 히말라야까지 등반할 정도로 산에 대한 도전정신 또한 남다르다.

“해외 원정은 체력이 허락하는 한 계속 추진할 계획입니다. 목숨 다하는 날까지 산을 사랑하는 마음 자체가 저에겐 행복이죠”

요즘도 수백 명에 달하는 산악회원들을 아우르며 주말엔 무조건 산으로 향하며 심신을 보듬는다.

40대 중반에는 전국에 있는 해발 1000m 고지 이상만 다니는 산악회를 구성해 산행했다. 50대 중반부터는 산에 대한 지식도 겸비하고 초보 등반자들도 이끌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자 경기도 산악연맹 산하 등산학교를 수료하는 등 전문 산악인으로서 자질도 키웠다. 경기도의회 의장상, 성남시의회 의장상, 등산학교 봉사상수상, 경기도 우수산악인상, 경기도지사 체육진흥부문 모범시민상, 대한체육회 전국생활체육대축전 등산대회 어르신부 1위, 경기도지사기 종합 등산대회 전문등산(동메달), 하남시장배 생활체육 등반대회 개인전 3위 등 수상 경력도 화려하다.

그는 코로나19 이전부터 인기를 끌고 있는 캠핑과 등산 등 아웃도어를 즐기는 사람들에게 "자연과 교감을 갖는 시간을 많이 가지면 좋겠다"는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다소 낮더라도 주변의 산너울과 어우러진 산들을 조망할 때의 기쁨은 무척 크다는 점도 강조했다.

“각자의 신체 능력을 생각해 산행 코스를 선택하는 게 좋습니다. 산행 속도도 중요하죠. 처음부터 무리하면 산에 대한 매력을 느끼지 못할 수도 있으니, 충분한 스트레칭을 한 후 산행해야 에너지를 적절히 축적하며 걸을 수 있죠”

정기호 회장이 회원들과 산행하는 동안  안전 산행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사진=정기호 회장 제공]
정기호 회장이 회원들과 산행하는 동안  안전 산행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사진=정기호 회장 제공]

그는 요즘도 퇴근 후 집 근처 둘레길을 비롯해 주 2~3회 산에 오르는 즐거움으로 살고 있다. 자기 한계를 넘고, 극복하는 것도 삶에서 소중한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다.

그는 산행할 땐 반드시 산 입구에서 심폐소생 등 안전 산행 캠페인에도 적극적이다. 연맹 차원에서 등산대회도 수 차례 개최해 안전하게 산행할 수 있는 방법은 물론, 산행에 대한 인식을 좋게 하는 데도 온 신경을 쓴다.

“산에 오를 때 신발을 다소 느슨하게 해서 올라가고, 내려올 땐 신발 끈을 조금 더 단단히 조이고 하산해야 관절에 충격을 덜 주고 발목 삠도 예방할 수 있죠”

산행에 적합한 배낭과 쿠션이 좋은 추가 깔창 등 상식으로 알려진 기본 산행 수칙을 지키는 것도 무릎 건강을 지키는 비결이라고 했다.

전국생활체육대축전 등산대회 1위 메달.

그는 산악인으로서 산악스포츠 프로그램이 부족한 현실도 짚었다.

“성남시 산악연맹회장으로 남은 임기 동안에도 안전 산행, 문화탐방 산행, 클라이밍 암벽장의 대중화, 전문산악인 육성 등에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특히 유소년 클라이밍 육성과 행복한 등산문화 조성을 통해 타 시군의 모범단체로 도약시키겠다는 다짐도 잊지 않았다.

등산문화를 새롭게 만들어 가고 있는 정 회장은 산을 오른 때 살아 있음을 느낀다고 한다. 그에게 산은 곧 건강이자 생명이다.

현대인들은 바쁜 직장생활 속에서 매일 산행하기는 쉽지 않은 만큼, 이번 주말에라도 산을 향해 신발 끈을 묶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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