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주희 티빙 대표가 12일 서울 상암동 CJ ENM에서 열린 '티빙 K-볼 서비스 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티빙은 최근 한국야구위원회(KBO)와 2024~2026년 KBO리그 유무선 중계권사업 계약을 체결했다. [사진=티빙]
최주희 티빙 대표가 12일 서울 상암동 CJ ENM에서 열린 '티빙 K-볼 서비스 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티빙은 최근 한국야구위원회(KBO)와 2024~2026년 KBO리그 유무선 중계권사업 계약을 체결했다. [사진=티빙]

[뉴시안= 조현선 기자]티빙이 고개를 숙였다. 총 1350억원을 투입해 한국프로야구(KBO) 온라인 중계권을 샀지만 지난 9일 시범 경기 중계부터 오류가 속출한 탓이다. 기존과 달리 '돈 내고 야구를 본다'는 데에 거부감을 느끼는 인식이 많은 데다, 미숙한 운행이 야구팬들의 분노에 불을 지폈다. 이에 티빙 최주희 대표는 "송구스럽다"며 "'무료보다 못하다'는 지적을 뼈아프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고개를 숙였다. 사상 초유의 'KBO 유료중계'에 대한 반발을 꺾고 기사회생에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최 대표는 12일 KBO 리그 중계 기념 'K-볼 서비스 설명회'를 열고 "시범 경기가 시작되고 나서 예상보다 훨씬 더 뜨거운 관심을 보내줘서 놀랐는데, 많은 팬들이 우려 섞인 목소리를 낸 것을 알고 있다. 불철주야 야구 팬들의 목소리를 듣고, 커뮤니티 하나하나 들어가서 보고, 기사도 모니터링 했다. 시범 중계 서비스가 미흡했던 점은 충분히 공감·인지했고, 더욱 더 책임감을 느끼게 됐다"고 밝혔다.

앞서 티빙은 지난 9일 KBO 시범경기 모바일 중 서비스를 시작했다. 그러나 첫날부터 선수명, 야구용어 등을 오기재해 온라인 커뮤니티 등이 들썩였다. 티빙은 채은성(한화) 선수를 소개하며 '22번 타자 채은성'이라고 표기했다. 타순(1~9번)을 적지 않고 선수 등 번호를 그대로 붙인 것이다. 두산 베어스 경기 화제 영상의 썸네일은 한화 소속 요나단 페라자 사진을 내보냈고, 삼성라이온즈는 삼성라이언즈, SSG랜더스 에레디아는 에레디야로 표기했다. KBO 메인 스폰서인 신한은행의 로고를 가리는 초유의 사태도 일어났다. 이어 10일에는 삼성과 한화 경기 생중계가 소리없이 화면만 송출됐다. 그야말로 사고가 끊이질 않았다. 

최 대표가 고개를 숙인 이유도 이때문이다. 그는 "OTT는 계속 성장하고 있는 플랫폼으로서, 다양한 서비스적인 시도, 혁신을 통해 야구업계와 충분히 윈윈 효과를 낼 수 있다. 계속 팬들의 목소리를 듣고 개선하고 서비스를 안정화 하겠다. 티빙이 얼마나 야구에 진심인지 지켜봐 달라"고 청했다.

근본적인 문제는 그간 무료로 볼 수 있었던 KBO 리그를 '유료'로 시청해야 한다는 불만에서 시작됐다. 그간 네이버, 다음 등 포털 사이트들이 무료로 KBO 리그를 중계해 왔지만 티빙이 중계권을 독점으로 가져가면서 유료 OTT 서비스인 티빙을 통해서만 시청할 수 있게 됐다. 실시간 야구 중계를 보기 위해서는 매달 광고요금제 기준 최소 5500원을 내야 하는 셈이다. 티빙은 때맞춰 저가요금제를 출시했지만 충분한 협의를 통해 요금을 상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중계권 재판매에 대해서도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럼에도 반응은 싸늘하다. 

티빙은 KBO 중계권을 위해 총 1650억원을 들였다. 국내 스포스포츠 사상 최대 규모다. 티빙은 2026년까지 KBO 주요 행사 국내 유무선 생중계, 하이라이트, 주문형비디오(VOD) 스트리밍 권리·재판매 사업권을 보유한다. 당초 티빙은 국내 100만명의 야구팬을 신규 구독자로 유인, 수익 구조를 개선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구독자들이 만족할 수 있는 서비스로 KBO 유료 중계라는 치명적인 단점을 이겨내겠다는 포부다. 광고 수익 측면에서도 시너지 효과를 기대했다.

그러나 막상 포장을 벗겨보니 내용은 부실했다. 티빙은 여러 이슈를 실시간으로 대응했고, 해결 가능한 부분에 대해서는 조치했다고 밝혔다. 개선 방향도 적극적으로 찾고 있다고 답했다. 본 시즌에는 반드시 제대로된 서비스로 찾아뵙겠다는 입장이다. 당장 오는 23일 열리는 LG와 한화 개막전부터 보다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외에도 티빙은 차별화된 KBO 중계 서비스를 위해 △모바일, 태블릿, PC, 스마트 TV 등을 통해 언제 어디서든 빠르게 KBO 중계 시청 △생중계, 하이라이트 시청까지 KBO 리그 접근성 강화 △원하는 장면 언제든지 돌려보는 타임머신 △다른 구장 경기 궁금할 때 타구장 바로가기 △중계 사운드만 청취 가능한 오디오 모드 △한 번에 여러 경기를 동시 볼 수 있는 실시간 멀티뷰 △티빙톡에서 함께 응원 △빠르고 정확한 문자 중계 △구독알림 마이팀 설정 △역대 최다 데이터 KBO리그 40년 히스토리 등을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가장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는 스포츠 콘텐츠 답게, KBO 중계에 특화된 기술을 계속 개발하겠다는 계획이다. 

전택수 최고제품책임자(CPO)는 "궁극적으로는 중계하는 것을 넘어서 스포츠 라이프, 스포테인먼트를 제안하는 게 새로운 목표다. 티빙의 오리지널 콘텐츠 등도 KBO 팬들에게도 큰 만족감을 줄 것"이라고 자신했다.

티빙의 적자는 2020년 61억원에서 지난해 3분기 1177억원까지 늘어났다. 지난해 4분기 기준 영업손실이 228억원으로 줄긴 했지만 여전히 적자다. 국내 OTT 업계로는 최초로 광고 요금제를 출시했고, 거금을 들여 KBO 중계권을 사들이는 강수도 뒀다. 티빙의 연말 성적표가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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