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전 서울 중구 한화빌딩에서 구승모 한화오션 컴플라이언스실 변호사가 HD현대중공업을 상대로 고발장을 제출한 경위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5일 오전 서울 중구 한화빌딩에서 구승모 한화오션 컴플라이언스실 변호사가 HD현대중공업을 상대로 고발장을 제출한 경위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시안= 김수찬 기자]한국형 차기 구축함 ‘KDDX' 개념 설계도 유출과 관련,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간 공방전이 점입가경이다. 양측은 반박에 재반박을 거듭하며 한치의 양보도 없는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한화오션은 HD현대중공업의 한국형 차기 구축함 'KDDX' 사업 군사 기밀 유출 논란에 대해 임원 간 개입이나 지시 없이는 불가능한 조직적 행위라고 주장했다. 

한화는 지난 5일 서울 중구 한화빌딩에서 입장 설명회를 열고 HD현대중공업 고발 배경에 대해 "사전에 임원과 고위직 간에 협의가 됐기 때문에 군사 기능 열람을 위한 시도 자체가 가능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결재 라인만 보더라도 당연히 임원이 개입될 수 밖에 없는 것으로 보여진다"고 주장했다.

한화오션은 이날 자체적으로 확보한 △판결문 △공무원 형사재판 증거목록 △공무원 형사사건기록 등을 통해 KDDX 개념 설계도 유출 과정에서 HD현대중공업 임원들의 개입이 명확하다고 주장했다.

한화측은 "'꼬리 자르기'식 은폐 시도에 정부가 면죄부를 제공하면 불법을 조장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며 경찰청과 정부에 추가 조사를 요청하고, 방사청에서 현명한 판단을 해주길 요청드린다"고 밝혔다.

HD현대중공업도 이날 한화오션의 공세에  즉각 반격에 나섰다. 

HD현대중공업은 “한화오션이 최근 HD현대중공업을 고발하며 내세운 근거는 이해하기 어려운 억지 주장"이라며 "수사 기록과 판결문을 일방적으로 짜깁기해 사실관계를 크게 왜곡하고 있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HD현대중공업은 한화오션이 문제 제기한 사안은 이미 사법부의 판결과 방사청의 두 차례에 걸친 심도 있는 심의를 통해 종결된 사안이라고 밝혔다.

특히 한화오션이 임원 개입설의 증거로 주장한 군사 기록 열람 건에 대해 HD현대중공업은 "직원 출장시 출장 관리 시스템에 계획 및 결과를 등록하는 행위는 통상적인 프로세스"라고 말했다.

HD현대중공업은 "HD현대중공업 특수선사업부 직원들은 군사 Ⅱ급 비밀까지 취급(작성, 열람 등)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추고 있고, 방사청 및 군 관계자들과 업무 협의에는 수시로 군사기밀로 된 자료를 활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출장 과정에서 특정한 자료를 ‘열람’했다고 기재한 것을 두고 문제 삼는 것은 지나친 논리적 비약"이라고 설명했다.

HD현대중공업은 보안 서버를 활용한 것도 기무사의 권고사항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한화오션은 비인가 서버에 불법 자료를 보관하며 공유했다는 점에서 HD현대중공업의 불법 행위를 보안 사고로 규정한 바 있다.

HD현대중공업의 주장에 한화오션은 조목조목 재반박에 나섰다. 

HD현대중공업이 “이미 사법부 판결을 받았다”는 주장에 대해 한화오션은 “사법부에선 임원들의 개입 여부에 대해 명시적으로 판단하지 않았다”며 “임원들에 대해 수사 및 기소 자체가 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일방적인 짜깁기’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군에서 공개한 내용 중 일부 임원의 개입 여부를 알 수 있는 부분을 군에서 공개한 원본 상태 그대로 제공했다”며 HD현대중공업의 주장을 일축했다. 

“출장 과정에서 특정한 자료를 열람했다고 기재한 것을 두고 문제 삼는 것은 논리 비약”이라는 HD현대중공업의 주장에 대해 한화오션은 “훔쳐온 기밀을 보관하고 활용한 부분에 대한 지적”이라며 “입찰 예정인 사업에 대한 군사기밀 또는 다른 회사가 수행한 결과물과 관련된 군사기밀을 열람 촬영해 내부에 보고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이밖에 한화오션측은 보안서버 도입 건, HD현대중공업의 ‘시장 독점 우려’ 왜곡 문제, ‘방위사업법 위반’ 여부에 대한 판단 등 HD현대중공업의 반박에 대해 하나하나 재반박하고 나섰다.

한화오션 측의 경찰 고발 건이 올 하반기 예정인 KDDX 수주전에 영향을 미칠 지는 아직 미지수지이다. 만약 한화오션의 경찰 고발이나 검찰을 상대로 한 사건 기록 청구소송 결과, 임원 개입이 확인될 경우 HD현대중공업에 대한 부정당 제재 심의가 다시 이뤄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한국형 차세대구축함(KDDX)의 조감도. [사진=HD현대중공업]
한국형 차세대구축함(KDDX)의 조감도. [사진=HD현대중공업]

선체와 이지스 체계를 모두 국내 기술로 건조하는 첫 국산 구축함 사업인 KDDX는 2030년까지 미니 이지스함(6천t급) 총 6척을 발주하게 된다. 사업비는 총 7조8천억원이 투입된다.

KDDX 사업은 초기부터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2014년 HD현대중공업 직원들이 해군 간부로부터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이 만든 KDDX 개념설계도(3급 군사기밀) 등을 몰래 촬영해 보관해 온 사실이 2018년 4월 국군방첩사령부(옛 국군기무사령부) 불시 보안감사에서 적발됐다. 당시 방첩사는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사상 최다인 25명을 검찰에 송치했는데, 12명의 HD현대중공업 관계자 중 9명이 기소돼 전원 유죄 판결을 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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