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에 나온 달고나 게임 장면. [사진=넷플릭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에 나온 달고나 게임 장면. [사진=넷플릭스]

[뉴시안= 이태영 기자]K-콘텐츠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고도화도 이루어지고 있으나 중소 콘텐츠 제작 기업이 자체 생산한 지적재산권(IP)을 소유하는 것은 여전히 쉽지 않은 상황이어서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IBK기업은행경제연구소가 13일 내놓은 ‘콘텐츠 IP금융 미국사례와 시사점’ 경제브리프 보고서에 따르면, 중소 제작사는 OTT 플랫폼이나 대형 배급사에서 제작비를 지원받는 조건으로 IP를 양도하는 형태가 많아 IP를 소유하기 어려운 구조다.

콘텐츠산업의 자금 수요 대비 공급 부족, 중소 제작사의 영세함으로 인한 자금조달의 어려움, 열악한 국내 IP금융 시스템 등이 원인으로 풀이된다.

IP보유의 중요성은 하나의 콘텐츠 IP로부터 다양한 장르의 콘텐츠가 탄생할 수 있어 보유할 경우 제작사에 지속적이고 안정적 수익을 보장한다는 잇점이 크다.

콘텐츠진흥원 2023년 콘텐츠기업 금융환경조사에 따르면, 콘텐츠산업 대출 수요 대비 공급 부족 규모가 2022년에만 2조9000억원으로 추정돼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다.

보고서는 우선 영세한 중소 제작사는 담보 없이 금융권을 통해 제작비를 조달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진단했다. 2022년 기준 독립제작사의 과반수인 53.5%가 종사자 수 10명 미만, 57.4%가 매출액 10억원 미만인 실정이다.

[도표=IBK기업은행경제연구소]
[도표=IBK기업은행경제연구소]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이러한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지난 2월 28일 국내 주요 OTT 플랫폼 5곳과 ‘OTT 콘텐츠 산업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정부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와 제작사가 IP를 공동 보유하는 등의 조건을 충족한 OTT 콘텐츠에 최대 30억원의 제작비를 지원한다. 이를 통해 OTT는 우수한 콘텐츠를 유치해 경쟁력을 높이고, 제작사는 IP를 보유해 중장기적 수익 모델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적정한 가치평가 등의 문제로 인해 중소 제작사가 가진 무형의 자산인 IP를 담보로 민간 금융시장에서 제작비를 조달하기도 아직 초보단계에 불과하다는 분석이다.

보고서는 “미국의 경우 상대적으로 큰 시장규모, 배급과 상영이 분리된 유통 구조, 민간보증사 등의 시장참여로 중소 제작사의 자금조달이 용이한 환경이다”고 분석했다.

미국 콘텐츠 시장은 세계 콘텐츠 시장규모(2021년 기준 2조5000억 달러)의 39%를 차지하고, 영상콘텐츠 산업규모만 2610억 달러에 달한다.

특히 미국 정부가 메이저 배급사의 극장소유를 금지하는 영화 유통구조 정비를 단행하면서 극장에서 중소 제작사의 영화 비중이 상승하고 있다. 시장 내 중소 제작사의 비중이 커짐에 따라 높은 제작비를 자체 조달하기 어려운 중소 제작사들의 금융 수요가 증가하게 되었고 민간보증시장이 활성화되고 있다는 것. 중소 제작사가 민간특수보증사의 영화완성보증서를 담보로 금융권에서 제작비를 대출(Negative Pick-up Deal)받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보고서는 “영상제작, 금융, 법률 부문 전문 인력을 바탕으로 법률자문, 촬영스케줄 관리에 이르는 제작 전반의 컨설팅 서비스까지 제공하고 있다”며 “한국도 문화산업 완성보증이라는 유사한 정책금융지원 제도가 존재하나, 민간보증시장의 부재 등으로 시장의 자금수요를 충족시키기에는 역부족이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중소 제작사는 민간 영역에서 제작비 수급이 용이해 IP 소유에 있어 한국 대비 상대적으로 강한 협상력을 가지게 된다.

IBK기업은행 경제연구소 이관영 과장은 “국내 콘텐츠산업 성장에 따라 IP 확보 경쟁이 심화된 가운데 중소 제작사가 자신의 IP를 지킬 수 있는 시장 형성을 위한 정책 지원이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간보증시장 형성 등 중소 제작사의 IP보유 관련 협상력을 강화시킬 수 있는 IP금융 구조가 정립되기 전까지 정책금융의 마중물 역할이 요구된다는 것.

이관영 과장은 “한국 정부도 중소 제작사의 IP 보유를 위한 문화산업 완성보증제도, K-콘텐츠 전략펀드, 모태펀드 내 콘텐츠IP펀드 등 다양한 금융정책을 시행하고 있으나 보다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특히 “금융권도 향후 국내 콘텐츠시장 확대와 민간보증시장 등장 등 산업구조 변화에 대비한 대응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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