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찬 뉴시안 편집국장
김수찬 뉴시안 편집국장

[뉴시안= 김수찬 편집국장]얼마 전 재계에서 두 가지 큰 뉴스가 발표됐다. 4.10 총선 선거운동에 묻혀 국민들의 관심을 크게 끌진 못했지만 우리 산업 및 경제계는 물론 국민들의 실생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희소식임에 틀림없다. 

현대자동차그룹의 대규모 채용과 메가 투자 계획이 바로 그것이다. 현대차그룹은 향후 3년동안 8만명을 신규로 채용하고, 총68조원을 연구개발(R&D) 등에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현대자동차 임직원수가 7만명 가량 되는데 그보다 많은 8만명을 신규 채용하겠다는 것이다. 현대자동차 같은 직원 규모의 회사를 하나 더 만들겠다는 것과 같다. 직접 고용만 8만명인데, 이로 인한 국내 부품산업 추가 고용 유발 인원 11만8000명까지 포함하면 20만명 가까운 고용창출 효과가 있다는 설명이다. 건설 철강 등 다른 산업으로의 파급 효과까지 감안하면 고용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이처럼 대규모 고용창출과 함께 현대차그룹은 2026년까지 3년 간 국내에 연구개발(R&D) 등에 68조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연 평균 22조7000억원을 투자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투자한 17조5000억원 보다 30% 늘어난 규모이다. 

현대차그룹은 또 서울 삼성동 부지에 추진중인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프로젝트를 대한민국과 서울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로 키워 일자리 창출, 경제활력 제고 등 국가경제 활성화에 보탬이 되겠다는 약속도 했다.

같은 날 ㈜LG도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LG는 그룹 차원에서 2028년까지 향후 5년간 약 100조 원을 국내에 투입키로 했다. LG의 글로벌 총 투자 규모의 65%에 해당하는 것이다. LG는 인공지능(AI), 바이오, 클린테크와 같은 미래 기술과 배터리, 자동차 부품, 차세대 디스플레이 등 성장 분야에 국내 투자액의 50%를 투입해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이미 2년 전에 향후 5년간 450조 원을 투자하기로 밝힌 삼성그룹은 차질없이 이행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SK그룹 등도 조만간 투자 계획을 밝히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요즘처럼 경영환경이 불투명한 상황에서도 기업들이 이처럼 투자와 고용을 늘리는 것은 무엇보다 핵심기술 선점을 통해 초일류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함이다. 그 바탕에는 대규모 고용창출과 국가경제 활성화에 기여한다는 기업의 사회적 책무가 깔려 있는 것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국내의 대규모 고용 창출과 집중적인 투자를 통해 미래 사업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대한민국 글로벌 리더십 구축에 기여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런데 국내 정치로 시선을 돌리면 절망감에 무기력함이 몰려온다. 특히 4.10 총선을 앞둔 최근 정치권의 행태를 보고 있자면 걱정과 실망부터 앞선다. 장래 나라경제를 걱정해 어려운 경영환경을 무릎쓰고 마련한 기업들의 대규모 투자계획이 빛이 바랠까 두렵기까지 하다. 

이른바 ‘국민대표’를 자신을 보호하기위한 방탄용 호위무사쯤으로 여기는 ‘공천’이 횡행하는가 하면 “젊은이들에게 수십만원씩 나눠주겠다” “대학등록금을 면제해주겠다” 같은 세금 퍼주는 정책만 쏟아내고 있다. 

반면 기업인들의 기(氣)를 살려줘 기업인들이 정말 기업하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 공약과 정책은 눈을 씻고 봐도 찾을 수가 없다. 되레 길가다 횡재하듯 줏은 ‘금뺏지’의 위세를 앞세워 기업을 겁박하고, 기업인들을 윽박지르는 후진적인 정치가 반복되지 않을까 싶다. 정치인들은 자신들이 흥청망청 쓰는 세금이 어디서 나오는 지 알고 있을까 궁금하다.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이 1995년 베이징에서 “기업은 2류, 행정은 3류, 정치는 4류”라고 일갈했는데, 3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지만, 우리의 정치는 오히려 5류, 6류로 끝모를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4.10 총선, 2주도 채 남지 않았다. 유권자들이 정말 올바른 선택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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