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이글로벌 사건을 수사중인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서 국수본 소속 직원이 바삐 이동하고 있다
브이글로벌 사건을 수사중인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서 국수본 소속 직원이 바삐 이동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뉴시안= 김진영 기자]2조원이 넘는 사기 피해가 발생해 수사가 진행 중인 암호화폐 거래소 '브이글로벌'사건이 난항을 겪고 있다. 
이 사건과 관련해 2400여억원의 재산이 몰수보전 조치됐지만 실제 동결된 재산은 100억원이 조금 넘는 수준에 불과해 피해자들이 공분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법원 몰수보전 결정 이후 경찰은 집행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를 방지하기 어려웠다는 입장이며, 동시에 정확한 실태 파악도 사실상 어렵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남구준 국가수사본부장은 1일 "경찰이 대상계좌 확인 후 검찰의 보전명령 집행 시까지 시일이 소요되고, 현행법상 경찰의 즉시 지급정지는 불가능해 예금잔액 변동은 부득이하다"며 "변동사항을 확인할 수도 없다"고 답했다.

또 남 본부장은 "수사기관의 몰수·추징보전 통계는 법원 인용 결정에 따름 금액을 기준으로 관리된다"며 "법원 인용 이후 실제 몰수·추징보전 금액 등은 관리하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국수본에 따르면 경찰은 브이글로벌 수사를 진행 중 이 회사 계좌에서 2400여억원의 잔액을 확인하고 지난 4월15일 검찰에 몰수보전을 신청했다. 법원은 같은 달 29일 몰수보전 신청 전액에 대해 인용 결정을 내렸고, 검찰은 이튿날 몰수보전을 집행했다.

그러나 경찰이 늑장수사를 한 탓에 피해가 커지게 됐다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다. 
경찰이 계좌 동결 신청 이후 법원이 집행 진행과정을 밟는 동안 대다수 자금이 빠져나간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경찰이 추가 수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확인한 브이글로벌 계좌잔고는 약 120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청부터 집행이 이루어지는 약 2주 틈사이에 20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사라진 것은 경찰의 늑장수사 때문이라는 게 피해자들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경찰은 "몰수보전 집행은 경찰에서 하지 않고 검찰에서 진행한다. 경찰 입장에서는 집행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알 수도 없고 절차상 따로 파악할 수도 없다"고 해명했다.

경찰은 추가 수사 과정에서야 계좌 잔고 등이 크게 줄어든 사실을 발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에 다급하게 추가로 4회에 걸쳐 브이글로벌 재산 등 194억원을 대상으로 몰수보전을 신청했고, 법원은 인용 결정을 내렸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경찰은 몰수보전 집행 전 사라진 금액이 불법 피라미드 구조에 따라 흘러간 정황을 파악하고 이를 추적하고 있다. 

국수본 관계자는 "구조상 하위 모집책이 회원을 모집하면 돈이 지급되는 형태"라며 "상위에서 하위로 자금이 흘러간 것이 아닌가 보고 있다. 범죄수익은 수사가 진행 중이니 끝까지 몰수·추징 보전 조치를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경찰에 금융기관 지급정지 권한을 부여해야 브이글로벌 사례가 반복되지 않는다고 지적하는 목소리도 일각에서 들린다.

경찰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주요 은행에 지급정지를 요청했지만, 이를 금융기관은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따를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금융기관은 지급정지 대상으로부터 민사소송이 제기될 수 있어 이 같은 사안에 대체로 경찰협조를 꺼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부동산과 달리 변동성이 큰 예금채권 등은 초기 수사단계 신속한 자금동결을 위해 '지급정지 규정 신설'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브이글로벌 대표 A씨 등은 거래소 회원 가입 조건으로 수백만 원짜리 계좌를 최소 1개 이상 개설하면 자산을 3배 불려주겠다면서 지난해 8월부터 최근까지 회원 5만2200여명으로부터 2조2174여억원을 끌어모은 혐의 등을 받고 있다.

경찰은 이와 관련해 77명을 수사 대상에 올렸고, 14명이 구속돼 수사 또는 재판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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