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사고로 형을 잃은 유승철 씨는 지금도 깊게 잠들지 못한다. 억울하게 죽음으로 내몰린 형의 한을 풀어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에서다.

2013년 9월 4일, 새벽 4시경. 유 씨는 한 통의 전화를 받는다. 서울대병원에서 걸려온 전화다.

“형 유영길 씨가 2층 공사 현장(현 대학로 프리모바치오바치)에서 철거 작업을 하던 중, 떨어져 위독합니다. 지금 바로 병원으로 와 주세요.”

어머니를 모시던 형의 집에 들어가 함께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들려온 비보였다.

병원에 도착하자 담당의사는 “머리가 깨졌다. 뇌압이 너무 강해 손 쓸 방법이 없다”고 설명했다.

사고 발생 이후 반년이 지났지만 그는 여전히 형이 왜 죽었는지 알지 못했다.

지난달 23일, 홍대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형의 죽음에 의문이 가는 부분이 너무 많다”고 말했다.

사건 현장에는 그 흔한 CCTV조차 없었고, 목격자들의 증언은 엇갈렸다.

유족들은 결국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부검을 신청했다. 정확한 사고 원인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는 실낱같은 희망을 걸었다.

하지만 현실은 드라마와 달랐다. 부검 결과는 죽음의 이유를 설명하기에 역부족이었다.

부검감정서는 유영길 씨의 사인을 ‘별다른 외상 없는 두부 손상’으로 결론냈다. 추락 이유에 대해서는 ‘철거 작업 중 자세가 좋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썼다.

유 씨는 “사람이 무의식적으로 두 팔로 머리를 감싸지 않느냐. 형은 외상 없이 두개골만 갈라져 있었다”며 의구심을 내비쳤다.

또, “2층에서 떨어져 사망했다는 것도, 머리만 다친 것도 의문 투성이”라며 “떨어지기 전에 머리에 강한 충격이 가해진 게 아닌가, 포크레인이 내리 찍은 건 아닐까 별 생각을 다해봤지만 답을 찾을 수는 없었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무엇보다 프리모바치오바치 측 대표가 독자적으로 공사를 진행하면서도 안전망을 설치하지 않았고, 안전모를 나눠주지 않는 등 안전교육을 제대로 하지 않은 데 대한 원망이 컸다.

그는 “안전모만 썼어도, 안전망만 있었어도 우리 형은 죽지 않았을 거다. 몇 푼 공사비 아끼려고 부주의하게 공사를 진행한 시행사와 시공사에 책임을 묻고 싶다”고 했다.

유족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프리모바치오바치 대표와 협력업체 대표는 현재까지도 책임 떠넘기기에 여념이 없다.

경찰과 검찰은 책임 관계에 대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한편, 유승철 씨는 현재 프리모바치오바치 1호점과 2호점이 위치한 홍대 거리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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