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2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 국제회의장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 관련 합의문 서명식 전 합의안 마련 진행 경과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2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 국제회의장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 관련 합의문 서명식 전 합의안 마련 진행 경과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시안=신민주 기자] 경찰의 권한이 대폭 강화된다. 이제 어제의 경찰이 아니다.

정부는 21일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고 경찰에 1차 수사권과 종결권을 부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발표했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과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날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이러한 내용이 담긴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문'에 서명했다.

향후 사법경찰관은 모든 사건에 대해 1차적 수사권을 갖게 된다. 이같은 내용이 조정안에 명시된 것이다. 검사는 경찰이 수사하는 사건에 관해 송치 전 수사지휘권을 행사할 수 없다. 경천동지할 변화다.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가 강력하게 반영된 결과로 볼 수 있다. 문 대통령의 인식은 "경찰이 1차 수사에서 보다 많은 자율권을 가져야 하고, 검찰과 경찰 두 기관이 지휘·감독의 수직적 관계를 벗어나 서로 협력하는 관계를 설정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검경 간 견제와 균형을 위한 구체안도 담겼다.  

검사 또는 검찰청 직원의 범죄혐의에 대해 경찰이 적법한 압수·수색·체포·구속 영장을 신청한 경우 검찰은 지체 없이 법원에 영장을 청구하도록 관련제도를 운영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그러나 동일사건을 검사와 경찰이 중복수사하게 된 경우 검사에 우선적으로 수사권을 부여키로 했다.

그럼에도 경찰이 영장에 의한 강제처분에 착수한 경우 영장에 기재된 범죄 사실에 대해서는 경찰의 수사권을 우선 인정토록 했다. 수사권의 균형을 맞추겠다는 취지다.

조정안은 검사가 경찰이 불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불송치하기로 한 결정이 위법·부당하다고 판단할 경우 재수사를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검사는 기소권과 공소유지권을 갖는다. 경찰이 신청한 영장청구에 필요한 경우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다. 경찰은 정당한 이유가 없는 한 검사의 보완수사 요구를 따라야 한다.

경찰이 검사의 보완수사 요구를 따르지 않을 경우 검찰총장 또는 각급 검찰청 검사장은 경찰청장을 비롯한 징계권자에게 직무 배제 또는 징계를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구체적인 징계 처리는 대통령령인 '공무원 징계령'을 따르도록 했다.
  
그간 검찰은 경찰의 수사과정에서 인권침해 또는 현저한 수사권 남용에 대해 의구심을 버리지 못했다. 

수사기관 간 견제와 균형을 통해 한 기관의 공룡화 방지 

이같은 의구심에 일정한 정당성을 부여, 의심되는 상황을 인지하거나 관련 신고가 있을 경우 시정조치를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경찰은 국가수사본부(가칭) 직속 수사심의위원회를 설치토록 했다. 반기별로 모든 불송치 결정에 대한 적법·타당성 여부를 심의토록 했다.

심의 결과 불송치 결정이 위법·부당하다고 판단한 경우 경찰은 사건을 재수사 해야 한다.

검사는 1차 수사지휘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대신 경찰,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및 그 직원의 비리사건과 부패범죄, 경제·금융범죄, 공직자 범죄, 선거 범죄 등 특수 사건에 대한 직접 수사권을 갖는다. 이들 사건과 관련된 인지사건도 직접 수사할 수 있다. 수사기관 간 견제와 균형을 통해 한 기관의 공룡화를 막겠다는 취지가 반영된 것이다.

검사는 또 송치된 사건의 기소 여부와 공소유지를 위해 필요한 경우 피의자와 피의자 외 인물을 조사하는 등의 수사권은 행사할 수 있다.

조정안은 자치경찰제를 함께 추진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대통령 직속 자치분권위원회(위원장 정순관)를 중심으로 자치경찰제 계획이 곧 수립될 전망이다.  

2019년 내에 서울·세종·제주 등에서 시범 실시한 뒤 문 대통령 임기 내 전국 실시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자치경찰의 정치적 중립 확보가 중요한 이유로 떠오르게 된다. 이를 위해 광역 시·도에 관련 기구를 설치하고, 심의·의결 기구인 '자치경찰위원회'를 설치해야 한다.

경찰 수사과정에서의 인권옹호 역시 핵심 이슈다. 이를 위한 제도와 방안을 강구해 시행하도록 조정안은 규정하고 있다. 경찰은 사법경찰직무에 종사하지 않는 경찰이 관련 직무에 개입·관여하지 못하도록 절차와 인사제도 등을 마련해야 한다.

이낙연 총리는 대국민 담화문에서 "정부는 경찰이 1차 수사에서 보다 많은 자율권을 갖고, 검찰은 사법통제 역할을 더욱 충실히 해야 한다는 원칙을 세웠다"고 밝혔다.

이 총리는 "검찰과 경찰이 각자 입장에서 합의안에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자칫 조직이기주의로 변질돼 합의 취지를 훼손하는 정도에 이르러서는 안 된다"면서 "오랜 갈등을 끝내고 형사사법제도가 혁신될 수 있도록 검찰과 경찰 두 기관이 대승적으로 힘을 모아주기를 당부한다"고 말했다.

조국 민정수석, "자치경찰 수사권은 일부 제한"

한편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비서관은 21일 "자치경찰이 수사권 전체를 모두 갖지 않는다. 자치경찰은 치안, 민생, 여성 문제 관련 권한을 갖게 된다"고 자치경찰 수사권이 일부 제한됨을 밝혔다.

조 수석은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문' 서명식에 참석해 '지방토호세력과 자치경찰의 유착관계 가능성은 어떻게 막을 수 있는가'라는 물음에 이같이 답했다.

조 수석은 또 "수사권 조정은 범죄수사 문제다. 우리나라는 분권·연방국가가 아니라 경기도, 전라도, 경상도 등에 수사권을 다 떼어줄 수 없다"면서 "중앙 통제가 필요하기 때문에 그런 우려는 안 해도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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